경찰청 앞에서 장애인운전면허 제도개선을 위해 1인시위를 전개하고 있는 안형진씨. <에이블뉴스>

나는 어제 경찰청 앞에서 장애인 자가 운전권 쟁취를 위해 1인 시위를 했다. 처음에는 취재 기자들이 있어서 아무 일이 없었다. 40여분이 지나자 정보과 형사가 나오더니 피켓 내용과 내 신상을 파악해 갔다. 10여분이 지나자 정보과 형사가 다시 나왔다. 그 때부터 우리의 1시간의 신경전이 벌여졌다.

1회전은 이렇게 시작했다. 그 형사는 피켓을 한번 보더니 "맞아요, 장애인들 세상 살기 힘들죠. 열심히 사세요"라고 말했다.

난 그 순간 그 형사의 말에 역겨움을 느꼈지만 다음과 같이 말하며 웃었다.

"누구들 때문에 장애인들이 힘들게 살까요?"

그 형사는 한방 맞은 표정으로 들어간 후 잠시 후에 다시 왔다.

"날씨 덥죠? 의자 갖다 드릴까요?"

나는 아주 불쾌한 웃음으로 말했다.

"있으면 가지고 와봐요."

그러나 온다는 의자는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고 형사가 다시 왔다.

"몸도 불편하고 날씨도 더운데 그만 집에 가서 쉬시죠."

나는 더 이상 나의 인내 한계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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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아저씨,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살면서 쓸데없이 어슬렁거리지 말고 들어가서 일 하세요."

그후 그 형사는 사라지고 공익이 나와서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나를 끝까지 감시했다.

바로 이것이 이 사회의 지배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탄압 방법이다. 노동자 민중이 투쟁을 하면 방패와 곤봉으로 두들겨 패지만 장애인이 투쟁을 하면 그 투쟁도 시혜와 동정으로 잘 포장해서 "장애인을 잘 도와 줍시다"라고 떠들어댄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뉴스나 시사 프로에 나오면 언제나 마지막 멘트는 똑같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은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장애인들을 잘 도와 줍시다!"

정말 역겨운 멘트이다. 이 사회 지배 권력이 이 땅 450만 장애인들의 삶을 비극적으로 만들어 놓고 그 책임을 왜 비장애인들에게 떠 넘기는가?

인간의 기본권인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철처히 분리시키면서 무슨 인식 개선을 말하는가?

물론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고 이 사회 속에서 통합되어 살아야 인식도 바뀌는 것이다.

더 이상 지배 권력과 보수 언론은 시혜와 동정의 거짓 이데올로기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시키지 말라. "장애인을 도와 줍시다!"라는 역겨운 말보다 차라리 방패와 곤봉으로 우리를 쳐라! 450만 장애인들도 너희들이 억압하는 이 땅의 당당한 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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