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인 조은별씨가 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 참석해 “복지부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안이 실망스럽다”고 눈물을 흘렸다.ⓒ에이블뉴스

태어날 때부터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조은별 씨는 올해 취직을 하며 25년만에 수급자에서 벗어났다.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개운함도 가시지 않은 채 국가는 조 씨에게 ‘부양의무자’라는 족쇄를 채웠다. 하루아침에 엄마와 동생의 부양의무자가 된 조 씨는 집과 직장만 오가는 사람이 됐다. 엄마와 동생의 수급비는 한 달 77만원, 고등학생이 있는 가정에 잔혹한 생활비다.

석식비만 8만원인 팍팍한 현실 속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5일 복지부가 내놓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안은 조 씨 가정과 무관했다. “제가 죽어서 폐지될까봐..” 조 씨는 정부가 원망스럽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앞서 복지부는 5일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며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발표했다. 장애인이 장애인을, 노인이 노인을, 장애인이 노인을, 노인을 장애인을 부양하는 상황에 한정해 부양의무를 제외시키겠다는 내용이다. 단, 소득기준 하위 70%의 단서를 달았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4만1000가구를 신규 수급자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비장애인인 조 씨와 같은 가정은 해당사항이 없다. 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리 만무하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복지부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안을 비판하며 즉각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복지부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안을 비판하며 즉각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복지부의 발표가 기존에 반복해왔던 소득기준에 대한 일부 완화안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들며 완화가 아닌 폐지를, 그리고 인구학적 기준이 아닌 급여별 단계적 폐지를 이행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복지부의 지속적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도 수급률은 3% 내외임을 들며 “예산 맞춤형 복지”라고 비판했다.

이에 당장 올해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시작으로 2년 안에 의료,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세모녀 사건 이후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맞춤형 급여 개편을 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없이는 빈곤층 규모를 줄일 수 없는 현실”이라며 “추경에서 부양의무제 완화를 발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특정 대상부터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누구를 먼저 지원해야 할지 순위선정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인구학적 기준이 아닌 급여별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이미 교육급여는 2015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급여별로 하나씩 폐지해 나가면 제도가 오히려 안정적이고 시간적 여유 뿐 아니라 국가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며 급여별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다른 기업 대책이나 새로운 복지제도에 대해서는 예산 얘기를 하지 않는데 기초법에서는 예산 이야기가 많다. 가난한 사람의 현실을 몰라서다”라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해선 단기내 이뤄져야 한다. 빈곤 특성상 오래 기다릴 수 없다. 2년 안에 모든 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