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문형표)이 장애인서비스연계사업 필요성 전파를 목적으로 ‘2016년 장애인서비스 연계지원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공단 10개 지사 20명의 복지플래너가 총 18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모두 장애인의 실직, 건강, 경제 문제와 관련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사연 등 귀감이 되는 사례가 많았다.

공단은 1·2차 심사결과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3편, 격려상 2편 등 총 8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덟 번째는 우수상 ‘지역사회 이끌어 낸 장애인서비스 연계지원’이다.

희망을 말하다

최남숙 복지플래너(부산지역본부)

격려상 수상자 최남숙 복지플래너. ⓒ국민연금공단

아직은 가을이라고 말하기에는 늦더위가 기승인 추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최상호(가명) 씨, 그리고 최상호 씨 누나와 미리 약속을 하고 집을 찾았다.

허름한 주택가 한쪽에 부엌 하나에 방 하나만 있는 주택에 최상호 씨 혼자 1인 가구로 살고 있었다. 나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등급에 맞는 혜택들을 안내하고자 방문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먼저하고 상담을 시작했다.

처음 그를 본 순간 내가 장애유형과 등급을 제대로 알고 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 눈에 들어온 모습은 심각함을 말해 주었다. 그는 뇌전증장애 5급의 40대 남자분이다.

그런데 보통의 뇌전증 장애인은 증상이 없을 때는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는 상담 할 때 증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약에 취해 있는 듯 정신이 몽롱해 보이는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고 팔을 미세하게 떨며 초췌하고 야윈 모습으로 신체적 건강까지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최상호 씨 누나의 말에 의하면 그는 어렸을 때는 건강했으며 22세경 대학교 기숙사 동기에 의해 증상이 발견 되었다고 한다.

최상호 씨는 특발성 뇌전증장애로 만성적 증상에 의해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월 4회 이상의 중증 경련 발작이 발생하여 인지 기능장애 등으로 요양관리가 필요하며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수시로 보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였다.

80대 노모가 계셨지만 치매 증상과 청력이 좋지 않아 대화가 힘들 정도라서 최상호 씨를 돌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3남 2녀의 형제가 있어도 각자의 생활이 여유롭지 않아 최상호 씨에게 관심이 끊어진 상태이며 그나마 이혼 후 혼자 사는 둘째 누나가 가끔 들여다보는 정도였다.

혼자 식사가 어려워 늘 간장에다 밥을 비벼 먹는 생활을 장기간 하다 보니 영양상태가 불량해 보였고, 그런 상황에서도 생활고 때문에 일용직 건설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었으며 일하는 도중 갑자기 발병한 뇌전증 증상으로 119에 실려 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여 늘 불안한 상태였다.

얼굴이며 몸에 있는 상처가 그때의 상황을 대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20대 초반에는 해병대를 제대했을 만큼 건장한 청년이었는데 이후 발병한 장애로 혼자 외로운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그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상담을 통해 욕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지금 제일 힘든 것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더니 “식사하는 것과 경제적으로 힘들다”라는 답변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일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일로 인해 다치고 병원 신세를 져야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에 대해 안내를 하고 누나를 통해 주민센터에 신청을 하도록 설명하였다.

그리고 식사가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밑반찬 배달서비스를 의뢰해 보겠다고 이야기하고 개인정보제공에 동의를 받았다. 또한, 최상호 씨 어머니를 위한 보장구지원구매,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등을 추가로 설명하고 상담을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왔다.

며칠 뒤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센터 사례회의를 통해 우선 시급한 최상호 씨의 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관에 밑반찬 배달을 의뢰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서비스 위원회에 상정하여 더 구체적인 논의하기로 하였다.

우선 ○○복지관에 협조 공문과 기관 의뢰서를 보내어 밑반찬 배달서비스에 대해 연계하였고,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더 도움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간절함을 전했다. 또 누나에게 전화를 하여 상황을 이야기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 줄 것을 독려하였다.

그 후 서비스위원회를 통하여 위원으로 참석한 복지기관장들과의 논의 끝에 최상호 씨 안부 및 건강을 위해 관할 주민센터를 통해 야쿠르트 배달 서비스를 받게 되었고, 구청 희망복지지원단 통합사례관리 사업의 대상자로 의뢰하기로 논의하여 앞으로 통합사례관리팀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및 병원치료, 식료품 후원 등의 통합적인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복지관에서 최상호 씨 자택을 방문하여 상담 진행하였고, 다음 주부터 반찬 배달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또한, 누나는 가족들도 힘든 일을 이렇게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상호 씨도 아주 좋아한다고 하였다. 자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표현하였다.

장애로 힘들어하는 이용자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샘솟는 열정과 최상호 씨가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여 어려움을 기관에 연결하는 나의 작은 노력이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는 도움을 넘어 삶의 희망과 의욕을 생기게 하는 것을 보면서 복지플래너로서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최상호 씨는 우선 건강부터 회복하고 이후 병원치료로 상태가 호전되면 취업까지도 계획 중이다. 좀 더 일찍 최상호 씨를 만나지 못해 더 진행된 내용을 전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복지서비스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한글을 몰라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청력장애 할머니에게 한글교실을 연계했을 때, 허리통증으로 고생하지만 비용부담이 두려워 통증을 참고 사는 척추장애인에게 보건소 무료물리치료고실을 연계했을 때 그분들은 그것 하나로도 매우 많은 힘이 되고 만족하신다.

아무리 많은 복지서비스도 정작 이용자들이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장애인이 간절히 원하는 부분을 맞춤형으로 연결해 드리고 그분들의 아픔과 삶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다독여 주는 배려가 진정한 장애인서비스제도가 아닌가 싶다.

장애인복지서비스에 대해 잘 몰라서 힘겹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만나서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안녕하세요? 국민연금공단 복지플래너입니다. 장애등급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안내해 드리러 왔습니다.”를 외치며 이용자를 만나러 오늘도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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