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린스카병원 토마스 브로펠스 수간호사는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주최 국제세미나에서 스웨덴의 척수장애인 사회복귀 시스템을 소개했다.ⓒ에이블뉴스

우리나라 척수장애인은 참 서럽다. 병원만 전전하는 재활난민으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고문으로 병실에서 의사선생님만 목 빠지게 기다리란다. 사회에서의 수저계급? 척수장애인 사회에도 있다. 어떤 사고냐에 따라 금포크, 은포크, 흙포크, 심지어 아무런 보상조차 없는 맨손(MH, 맨땅에 헤딩)까지. 병원밥이 물리고 메뉴판을 달달 외울 때 쯤, 돈도 뭣도 없는 나더러 퇴원하란다. 나도 준비가 안됐지만,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크다는 복지관도 날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 취업? 그건 생각도 못 했다.

‘죽어야 하나’ 한숨만 푹푹 내쉬다 다른 선진국 ‘스웨덴’ 검색을 해봤다. #입원중 체험홈 운영 #가능하면 빨리 사회복귀 #휠체어 구입, 주택개조 무료 와 부럽다. 한국에서 척수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리도 서러운 것이구나.

카롤린스카병원 토마스 브로펠스 수간호사는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주최 국제세미나에서 스웨덴의 척수장애인 사회복귀 시스템을 소개했다.

220만 인구의 스톡홀롬 지역을 담당하는 카톨린스카 병원은 병실과 재활센터(척수병동) 그리고 입원 재활과 외래 재활 관리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밟는다. 척수병동의 환자는 217명으로, 척수손상 환자는 99명이다. 그 외 다른 지역에서 온 척수손상 환자는 43명이다. 외상성 환자가 반수 이상으로, 대부분 추락이나 넘어짐 사고가 원인이다.

척수병동 인력은 선임의사 1명, 수간호사 1명, 스텝으로 의사 1명, 원무직원 1명, 등록간호사 15명, 간호조무사 23명 등이다. 또 물리치료사, 재활코치,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도 함께 협력한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척수장애인들이 병원에 있는 시간은? 토마스 씨는 “전체 병원에 있는 시간은 3개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입원기간의 약 10% 수준이다.

카롤린스카 병원은 ‘환자 제일주의’ 원칙 아래 운영되고 있어, 병동에서 환자가 눈을 뜨면 각 전문가들이 팀으로 꾸려져 환자를 케어하고,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여러 번 알려준다. 갑작스럽게 바뀐 인생에 대한 관리를 위한 것인데, 직접적인 정보 제공을 꺼려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부분이다.

또 병원은 솔직히 환자와 재활 과정을 이야기하고 가능하면 빨리 재활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환자의 경과에 대해 토론하는 재활 미팅도 가지며, 작업치료사는 퇴원후 환자가 돌아갈 집의 접근성 유무 확인, 물리치료사는 환자의 휠체어 주문을 맡는다. 특히 스웨덴은 휠체어 구입이나 주택 개조 비용은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토마스 씨는 “모든 스텝은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을 진행하고 주간 야간 팀의 의사, 지원 간호사, 심리학자 등 모든 관계자가 관여해 도움을 준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전체 병원에 있는 시간은 3개월 정도”라고 설명했다.

카롤린스카병원과 척수병동은 지속적인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최근 욕창과 관련한 연구가 종료돼 연구 결과에 따른 욕창 예방 조치가 이미 시행 중이며, 폐색전증, 수술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손의 기능을 소실한 사람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세척 장비도 개발했다.

토마스 씨는 “환자 만족도를 위해 매년 환자 대상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팀의 구성원과 함께 경험을 공유한다”며 “퇴원 이후 가능하면 집으로 원활한 복귀를 보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헵 스테이션 스톡홀롬 프로젝트 매니저인 에리카 닐슨.ⓒ에이블뉴스

1994년 낙마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리헵 스테이션 스톡홀롬 프로젝트 매니저인 에리카 닐슨은 “병원에 오래 있는 것은 위험하다. 휠체어를 타고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리카 씨는 “처음 재활시설에서 물리치료사가 휠체어를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당시 나는 절대로 (휠체어를)타지 않겠다고 했다. 휠체어와 함께 하는 인생을 상상하기는 정말로 힘들었다”며 “당사자 동료로써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활의 목적인 사회통합, 자립생활을 위해선 휠체어를 잘 타야 한다. 장애 경험을 가진 당사자 롤모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리카 씨는 “한국은 접근성이 좋고 인프라도 좋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재활 모델이 없다. 동기부여를 통해 사회로 돌려주는 부분이 필요하다”며 “제대로 된 트레이닝과 강사를 겸비한 척수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도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 네팔의 척수장애인 재활시스템보다 못한 재활시스템이다. 사회복귀시스템이 부재해 지역사회로 돌아가서도 또 다른 칩거가 시작된다”며 “통계조차도 없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무총장은 “병원에서 조기 퇴원을 유도하고 집중적인 사회복귀훈련을 통해 사회복귀가 가능하도록 한국척수센터를 설립하고 직업을 갖기 위한 척수장애인훈련센터를 신설해야 한다”며 “초기에 과감하게 투자하면 재원이 절감되는 방법이 된다. 세금 내는 장애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사회복귀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제언했다.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주최 국제세미나.ⓒ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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