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의 수업과 생활을 지원하는 섬기미교사가 수업시간에 장애학생의 옆에서 학습을 보조해주고 있다. <에이블뉴스>

[통합교육현장탐방]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

지난 8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 1학년 한 학급의 체육시간. 장애학생이 포함돼 있는 팀과 일반아이들로 구성된 팀이 달리기 시합을 한다. 앞서가던 장애학생이 포함된 팀은 장애아이가 넘어지자 그 아이를 그냥 두고 먼저 골인지점으로 돌아오지만 결과는 나중에 들어온 팀의 승리. 아이들은 재대결 시합에선 늦더라도 장애학생과 ‘함께’ 골인지점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통합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하나둘씩 배워갑니다. 처음에는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던 저 아이들이 차츰차츰 서로 돕고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게 됩니다.”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 송명숙 특수교사는 통합교육을 통해 얻는 장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체계적인 통합교육 시스템 ‘눈길’

수원 시내에서 좀 벗어나 원천유원지를 향해 가다보면 건너편 야트막한 산자락에 위치한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 지난 94년 김장환 목사에 의해 설립된 사립초등학교다. 전 학년이 4개 학급씩, 학급당 정원 32명인 이 학교에 장애학생은 모두 36명. 한 학급당 1명에서 2명꼴로 장애아동이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특수교사는 모두 7명으로 각 학년에 한명씩 배정돼 있는데, 4학년의 경우는 특수교사가 새로 들어와 주임교사와 함께 배정돼 있다.

장애학생 대부분은 정신지체와 발달장애이며 그 외에 청각장애학생 1명, 뇌병변장애학생 1명이 재학 중이다. 충분한 인지능력은 있으면서 단순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 이곳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현재 휠체어를 사용하는 3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지만 이 학생들에게는 일상생활적인 면에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만 특수교사와 섬기미 교사가 보조할 뿐이다.

4층 건물의 이 학교에는 휠체어 몇 대는 충분히 수용할만한 넓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으며 교실 입구나 복도에 턱이 없고, 화장실 등의 출입문이 넓어 휠체어 이동에 큰 불편이 없다.

미술시간 미술교사가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는 동안에도 섬기미교사가 장애학생의 옆에서 그림그리는 것을 보조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중앙초등학교의 수업방식은 완전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담임교사와 특수교사가 1주일에 한번씩 해당 장애학생에게 보다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 ‘수업수정회의’를 한다. 이를 통해 음악, 미술, 체육 등 실기교사들과도 함께 수업시간 중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의 격차를 매워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일주일에 한 학급별로 한 시간씩 일반교사랑 특수교사가 일반아동교실에서 반 전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협력교수제’를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와의 거리감이 적다.

이와 더불어 두 달에 한번씩 장애학생부모와 담임교사, 특수교사가 만나서 회의를 통해 장애학생의 학습능력이나 태도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특히 중앙초등학교는 장애학생의 학습지원이나 신변처리 등을 보조하는 특수교육보조원제도와 같은 ‘섬기미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장애학생 신변처리는 섬기미 교사가…

섬기미 교사는 매년 초 학부모 가운데 지원자를 선발, 학기 시작 전 특수교육기본개론 등 기본교육에서부터 통합교육을 위한 섬기미 교사의 역할과 자질에 이르기까지 20시간의 사전교육을 실시한 후 장애학생 4명당 한 명꼴로 지원하고 있다.

처음에는 장애학생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불안을 갖던 섬기미 교사들도 매일 현장에서 매일 오전 수업이 시작되기 전 30분씩 회의를 통해 문제행동대처 등에 관한 요령과 교실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하나씩 답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섬기미 교사의 자녀에게는 재단에서 수업료 지원해주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고학년의 경우 놀이치료와 같은 특수교육측면을 고려한 음악, 미술, 체육과 같은 예체능 과목의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일반 학부모 가운데 음악이나 미술, 체육 관련분야를 전공한 봉사자를 이용해 보조교사로 활용하고 있다.

통합지원실에서 음악을 전공한 학부모도우미교사가 특수교사와 함께 장애학생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 곳에서는 특수학급을 ‘통합지원실’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통합지원실에서의 개별수업은 장애정도에 따라 틀리지만 보통 일주일에 두 번에서 다섯 번 정도 진행되며 대부분 실생활에 필요한 기능적 학습 등이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학년별로 장애학생들이 함께 하는 그룹수업도 이루어진다.

외부강사 초빙해 치료교육 실시할 계획

통합교육에서 가장 취약하기 쉬운 치료교육부분과 관련해 중앙초등학교는 오는 2학기 때부터 언어치료 외부강사를 초빙해 저학년 장애학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언어치료를 시작으로 치료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언어치료사와 특수교사들이 매주 회의를 통해 치료교육을 교실에서 연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송명숙 특수교사는 “아직 치료교사에 대한 비용부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지 않아 일단 시범적으로 강사를 채용해 저학년 신청자를 대상으로 방과 후 형태로 실시한 후 일반학생들까지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섬기미 교사이자 중앙초등학교 3학년의 발달장애 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치료교육을 실시하면 학교에서의 교육과 치료가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사설치료기관을 오고가는데 낭비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 같다”고 환영했다.

또한 이 학부모는 “초등학교 입학 전 2년 간 치료교육을 시키며 유치원에 다닐 때는 항상 아이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는데 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거의 없고 몸도 많이 편해졌다”며 “자식의 교육 앞에서 만족이란 있을 수 없지만 가르침을 통해 얻는 학습적인 면을 떠나 통합교육을 통해 자연스레 형성되는 분위기에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학교라 입학조건은 까다로워

장애학생의 수업과 생활을 지원하는 섬기미교사가 수업시간에 장애학생의 옆에서 학습을 보조해주고 있다. <에이블뉴스>

현재 장애학생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도 수업료가 무료다. 하지만 특수교육진흥법상 사립의 특수교육기관에 대해 국가 및 지자체는 운영비나 시설비, 교원의 봉급 등 특수교육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안에서 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일반사립초등학교가 부족한 정부의 지원으로 장애학생들을 공교육기관으로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초등학교는 현재 교육청으로부터 3개의 특수학급이 인가된 터라 3명의 특수교사의 월급만 지원받고 있다. 그럼에도 7명의 특수교사를 채용해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뭘까. 김상희 행정실장은 “설립자부터 시작해 이사장, 교장과 목사 등 대부분의 학교 관계자들이 특수교육에 대한 의지와 이해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재원을 어디서 충당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중앙초등학교가 세 곳의 교회로부터 후원받고 있는 일년 전체 교육비 6~7억원 가운데 1억 5000만원에서 2억원 가량이 통합교육에 지원되고 있다. 교회 측과 신도들도 통합교육을 위해 별도의 헌금을 할 정도다.

장애학생의 입학은 보통 1년 전부터 모집을 시작한다. 3월부터 11월까지 입학생을 모집하는 동안 학교측은 해당 교회모임을 통해 교인자녀입학설명회를 개최하고, 입학전 부모들을 대상으로 2차례 사전교육을 실시한다.

장애학생의 입학경쟁률은 크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개교 때부터 재정적인 후원을 해오고 있는 인근의 새중앙침례교회와 중앙침례교회, 원천침례교회에 다니고 있는 교인의 자녀에 한해서만 입학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 전경. <에이블뉴스>

특히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입학원서에 있는 기독교교육과 통합교육에 관한 서약서를 작성해야한다. 이 서약서에는 “우리 자녀가 특수아동과 한 반에서 함께 수업하는 것을 찬성하며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에 동의해야만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학부모와 장애아동학부모 사이에서의 갈등을 이곳에선 찾기 어렵다.

김상희 행정실장은 “통합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흡한 게 너무 많다”며 “앞으로도 치료교육 연계나 기타 통합교육을 위한 방안들을 꾸준히 강구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애 유무 떠나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어울림

외부에서 보면 평범한 이 학교에 설치된 시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포츠센터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실내수영장.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김진호(18)군도 이 학교 수영반 출신이다. 지금도 중앙초등학교에서는 장애학생들이 제2의 진호를 꿈꾸며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시설을 돌아보기 전 한 시간가량 통합지원실에서 특수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쉬는 시간이 되자 장애학생, 일반학생 가릴 것 없이 우르르 몰려나와 공을 가지고 놀거나 장난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려서부터 서로 도우며 사는 방법을 익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노는 이 아이들에게 ‘거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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