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훈씨는 주위 사람들의 합격 염원에도 불구하고 수능시험장 장애인차별에 항의 수능시험을 포기했다.<장애인지역공동체>

늦깍이 장애인수험생이 수능 고사장에 장애인 편의시설 등이 고려되지 않아 특수체육과 진학의 꿈을 포기했다.

중증장애인 허광훈(37·뇌병변1급)씨는 지난 5일 대구 경북대사대부고에서 수능시험을 치르던 도중 2교시를 마치고 장애인 수험생을 차별한다며 질라라비장애인야간학교에서 2년 동안 준비한 시험을 다음으로 미뤘다.

경북사대부고에서 수능시험에 응시한 중증장애인학생은 시각장애인 4, 약시 10, 뇌성마비 7, 청각(보청기) 1, 청각(지필) 6, 지체 4명 등 32명이지만 고사장 건물에 장애인 화장실이 전혀 없어 장애인들은 용변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태로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난해 11월 신관 건물에 설치된 장애인화장실이 있지만 고사장과는 150m 정도가 떨어져 있다.

게다가 휠체어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용 책상 대신 일반 학생용이라 장애인들은 불편한 자세로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은 아예 설치 되어 있지 않았다.

허광훈씨는 “이런 차별을 받고는 더 이상 시험을 칠 수 없었다”며 “내가 1년을 손해보더라도 장애인들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보고 넘길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1994년 역시 사대부고에서 용변을 참아가며 수능시험을 쳤다는 서준호씨(27세·지체장애1급)도 “1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장애인 교육행정이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수능시험장의 책상은 폭이 51c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고 심지어 학부모들이 각자 책상을 준비,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장애인지역공동체>
이와 관련 장애인지역공동체 김용완(26·뇌병변장애 1급) 간사는 “10년 동안 장애인 수능시험장인 사대부고에서 지금까지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것은 장애인들은 시험에 응시하지 말라는 것이다”라고 교육행정 당국을 질타했다.

또한 장애인지역공동체 윤삼호 간사는 “책상의 폭이 51cm로 휠체어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어 학부모가 책상을 들고 왔다”면서 “일반학생보다 시험시간이 조금 더 주어지지만 쉬는 시간은 똑 같은 20분이 아닌 10분 정도가 되고 있는 등 수능시험장에서의 장애인차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장을 방문한 대구시 교육감은 10년 동안 이 학교에서 장애인들이 시험을 쳤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편의시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관행대로 올해 수능시험을 이곳에서 실시했고 내년부터는 장애인들의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곳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삼호 간사는 “교육감이 편의시설 문제 제기를 안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장애수험생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면서 “국가인권위에 정식으로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험을 중도에 포기한 허광훈씨는 지난 1987 세계보치아선수권대회 은메달,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 보치아 부문 4위에 입상하는 등 보치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고 장애인 스포츠인 보치아를 전공하기 위해 용인대 특수체육과로 진학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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