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방송의 자막비디오보급을 앞두고 자막방식처리나 보급방법 등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찾기 위해 관련단체와 특수교사, 학부모 등 사이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가 지난 11일 개최한 ‘EBS 수능방송 자막비디오 보급에 대한 간담회’에서는 청각장애인학교 교사와 학부모, 청각장애인 대학생, 농아인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과목 특성에 따른 자막방식 처리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EBS(교육방송) 수능방송을 활용 방안을 제시, 오는 4월 1일부터 위성방송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수능대비 교육이 실시될 예정이지만 자막이나 수화통역이 지원되지 않아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농아인협회는 당장 시행이 어려운 실시간 자막방송의 대안으로 올 한해 비디오에 자막을 입력해 청각장애인 학교에 재학중인 고3학생 249명과 재수생 등 50여명, 청각장애학교 20여 곳에 주 50분 분량 총 45편 정도를 발송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인적자원부와 방송위원회, EBS 등도 장애인의 수능교육 접근을 위한 지원 방안과 계획을 세우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EBS 교육방송을 시청하며 자막 삽입 방식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했다. 한국재활복지재 허일 교수는 “자막이 쉽게 사라져 읽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화면에 최소한 10줄 정도가 20초 이상 뜨도록 하면서 현재 나오고 있는 말은 글자색을 달리해 진행중인 걸 표현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여기에 또 다른 참석자는 “기존 자막방식처럼 화면 하단에 일괄적으로 자막이 나오면 자막과 내용을 동시에 보고 이해하기도 어렵다”면서 “오락프로그램처럼 강사가 내용을 설명할 때 내용화면 중간 중간에 말풍선형식으로 자막을 삽입하는 건 어떠하냐”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수학이나 화학 등의 특수기호 처리방식이나 영어교육 발음을 어떻게 자막처리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문제도 거론됐다.
또한 수화통역비디오 제작에 대한 타당성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국구화학교 조화정 교사는 “말로 하는 강의가 많은 경우 강사의 수화통역이 어렵고, 수학 기호 표현도 어려워 일단 자막을 넣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면서 “게다가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은 수화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수화 통역을 동시에 하면 학생들이 내용 이해에 혼란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자막비디오 방식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수능자막 비디오 사업을 두고 현실성을 반영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대다수의 특수교사와 학부모 등의 참석자들은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에게 비디오보급은 활용도도 떨어지고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면서 “EBS에서 동영상 파일을 받아서 자막 삽입하고 온라인 방식으로 학교나 집에서 강의 접속이 가능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참석자들은 “이렇게 동영상 강의로 제작하면 훨씬 비용과 시간도 절감되고 암기과목은 더 효율적일 것”이라면서 “회원제로 해서 청각장애인학생과 관련교사 등만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면 저작권부분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대해 김철환 팀장은 “비디오 방식을 택한 것은 일단 접근이 쉽고 가장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먼저 보급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자막비디오와 관련해 방송위원회에 예산을 요청해 1억원 내외의 예산을 지원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김 팀장은 “비디오와 동영상을 동시에 자막방송을 서비스하게 될지는 아직 미정”이라면서 “이번 주중에 자막을 입힌 교육방송 프로그램 견본을 만들어 인터넷 환경이나 선호하는 자막방식 등 청각장애 학생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으러 특수학교로 찾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농아인협회가 2004년 3월 국내 방송사별 자막·수화방송 편성 시간 비율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EBS는 자막방송에 KBS1, KBS2, MBC, SBS에 비해 가장 적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막방송의 경우 주간 총 방송시간 6천980분 가운데 주간 총 자막방송시간은 820분으로 자막방송비율이 12%에 그쳐, 가장 많은 자막을 송출한 MBC에 비해 17.3%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화방송의 경우에는 특정 프로그램에 한해 주간 40분의 수화방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