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부모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그들의 자녀와 직원들을 만난 PVC팀. ⓒ제민희

PVC팀은 연수 기간 중 '핀란드 시각장애인부모협회(Finnish Association for Parents of Children with Visual Impairments)'의 마야(Maija Somerkivi) 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마야 회장은 8살이 되는 시각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이며, 자신도 시각장애인이다. 핀란드 시각장애인부모협회에 대한 설명은 물론, 시각장애 자녀의 양육 경험 및 시각장애인으로써 마야 회장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핀란드 시각장애인 부모협회는 1970년, 18명의 시각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지금은 700명이 넘는 회원이 있으며, 저시력, 전맹,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의 부모님들이 모두 소속되어 있다.

핀란드 시각장애인부모협회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1년에 10번 정도 전국의 회원들이 모여 캠프를 통한 친목을 도모하며, 시각장애인 자녀와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부모들에게 정보나 서비스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며, 1년에 4번 소식지를 발간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고, 민간에서 기부를 받기도 한다.

부모들이 만나 주로 나누는 자녀 교육에 대한 정보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자녀의 일상생활에 대한 정보들을 서로 주고받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서비스에 관한 내용이나 경험을 나누고, 재활에 관련된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장난감과 게임이 좋은지, 형제나 친구 관계를 공유하기도 하며, 식사나 독서를 할 때의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시각장애인부모연합회에서 1년에 4회 발간하는 소식지. ⓒ제민희

마야 회장의 자녀가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며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마야 회장이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장애학생에 대한 안 좋은 인식 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장애 학생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인 것 같습니다. 인식이 좋다면 소소한 작은 문제들이 있더라도 해결이 가능한데, 그렇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교사가 아주 기본적인 역할은 했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한달 동안 확대기가 고장 나서 아이가 숙제를 못한 적이 있습니다. 교사와의 상담에서 모든 상황을 설명했는데, ‘확대기 필요 없잖아요’라고 하면서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관심이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또 체육시간에 진행이 너무 빠르거나 소음이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한 예로 들자면 야구와 비슷한 전통 스포츠가 있는데, 시각장애인도 예외 없이 누구나 참여해야 한다고 해서 참여했는데 아들이 공에 얼굴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체육시간을 싫어했습니다. 학교에 해결을 요청했고, 교사나 재활상담사가 학교를 방문해서 담당교사나 교장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잘 하고 있는지 계속 체크를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자녀와 친한 친구 주변에 자리를 배치해주고 요즘은 체육시간에 벨 같은 소리를 낸 후 공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면 구글에 다니고 싶다는 저시력 장애아동. ⓒ제민희

마야 회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반학교에서 시각장애 아동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한국의 부모들은 특수학교로 전학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핀란드 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마야 회장은 특수학교 전학은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특수학교로의 전학은 전혀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우리 아이가 내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고, 학교나 교사들이 그 아이를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부딪혀야 하는 일들이고 비장애인 친구들 입장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각장애가 있다고 해서 저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이 아니니까 특수학교에 보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 활동보조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 ⓒ제민희

마야 회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인과 핀란드인의 가치관의 차이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리는 장애학생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잘 학습할 수 있는지에 주된 관심이 있다.

물론, 핀란드 사람들이라고 해서 수업 시간에 제대로 학습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단지 얼마나 배우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이 장애자녀를 위해서도, 비장애아이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모여 만든 핀란드의 교육, 장애학생의 장애정도로 인해 특수학교냐 통합학교냐를 따지는 우리에게 사람으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PVC팀의 제민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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