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Valteri Centre for Learning and Consulting, Ruskis에 방문한 PVC팀. ⓒ제민희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2017년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PVC팀이 지난 8월 4일부터 12일까지 ‘나도 동네 친구와 집 근처 학교에 다니고 싶다(통합교육)’을 주제로 핀란드 연수에 나섰다. PVC(4-Paired Vision Challengers)는 ‘시각장애인 4명과 비장애인 청년 4명이 짝을 이루어 시각장애(Visually Impaired Person)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며 비전(Vision)을 찾아 이루어 나아가겠다(Challenger)’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연수 내용을 연재한다.

PVC팀은 연수 기간 중 'Valteri Centre for Learning and Consulting, Ruskis'에 방문했다. 시각장애인 4명이 포함돼 있어 가장 기대되는 일정 중 하나이기도 했다.

'Valteri Centre'에 재학 중인 학생의 70%정도가 시각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인으로 역할이 핀란드 전역에 있는 시각장애인 학생에게 통합교육을 지원해주고, 해당 학교 교사에게 연수를 제공하는 기관이기 때문이었다.

Marketta Karvonen(시각장애인 대상 컨설팅 교사)와 Paija Leea(학교상담사)와의 면담 중인 PVC팀. ⓒ제민희

"핀란드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를 다니는 것입니다."

Valteri Centre 관계자가 인터뷰 시작과 함께 우리 팀원들에게 가장 먼저 한 말이다.

우리 팀의 시각장애인 청년들이 지낸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며 통합교육을 탐방 주제로 하고자 했던 것은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하거나 기숙학교에 지냄으로 인한 사회적 경험의 부족과 체력적 소모 때문이었다.

모두들 집 근처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하는 근거리배정 원칙에도 불구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특수학교를 다녀야 했던 학창시절은 생각만으로도 피곤하고, 긴 여정이기만 하다. 그러나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를 다니는 것이 원칙임을 앞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이들은 대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역할은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일반학교에 잘 다닐 수 있게 지원하는 것입니다."

Valteri Centre는 총 6개의 유닛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핀란드 교육부에 소속되어 있다. 주변 학교들과의 차이점은 일반교사,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신경치료사 등 더 많은 전문가가 있으며 언어 의사소통, AAC(보안대체의사소통), 청각, 보행, 이동, 신경 등에 관한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진 기관이다.

Valteri Centre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협력해 학생의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다음날 예정된 일정을 소개해 주었다.

헬싱키 근처의 초등학교를 다니려는 여학생의 통합교육 지원을 위해 학교 등교부터 하교까지 모든 일과에 전문가들이 함께 하면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해당 학교 선생님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

지원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가 찾아가 기관을 찾아가 상담을 하고, 그에 따른 진단이나 평가 혹은 배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학생이 다니게 될 학교 안으로 들어가 다양한 전문가들이 학생에게 실제로 필요한 지원과 도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교사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담임교사에게 점자를 가르쳐주고 시각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점은 장애인 당사자만의 노력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학생의 교육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을 보여주는 듯 했다.

보조기기 및 기관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해보는 PVC팀. ⓒ제민희

전통적으로 핀란드의 교육은 부모와 자녀가 긴밀하게 상호작용 하여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 회의에 학부모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여 가족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0여년 전부터 우리나라 역시 자녀 교육에 부모의 참여가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참여형태가 매우 수동적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적극적인 의사결정자 또는 협력자로서의 역할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생 개개인마다 가진 교육적 계획(우리나라의 IEP)에 학생과 부모, 교사 모두 학생의 성공적인 교육을 위해 협의한다.

기본적으로 일반학교 교육과정과 똑같이 진행되지만 학생의 교육적 요구에 따라 적절한 수정 후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며, 이 과정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의 학생에게 필요한 모든 자원이 발휘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가족의 역할은 가장 중요하다.

의사 1명, 심리사 2명, 교사와 치료사 각 20명, 보조인력 40명이 팀을 이루어 일하죠.

6개의 유닛 중 하나인 Valteri Ruskis Centre에는 60여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재학 중인 학생 수와 교직원 등의 전문 인력 수를 국내 현황에 비추어 볼 때 전문 인력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학생의 장애를 가장 먼저 진단하게 되는 의사 역시 교사와 전문가가 함께 협력하여 교실 내에서 의학적 접근도 함께 이루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역사수업시간에 언어치료사가 함께 참여하여 수업 내에서 의사소통 기회를 지원함으로써 교육 내에서의 개별적 요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

PVC팀은 재활과 교육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학교의 각종 시설과 전문 인력 등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학교 내 통합교육 유형은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일반학급으로 단순하게 나뉘는 경향이 있다.

선별지원이나 시간제로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특수교육적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필요한 지원을 일반학교에서 모두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병원학교, 순회교육 등 학생의 환경을 고려해 재활치료를 병행하는 제도 역시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Valteri Centre처럼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들을 지원하면서 중증장애 학생의 교육을 담당하는 형태의 기관설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특수학교에서 시도하기도 했지만, 현재 교내 하나의 부서로 한정되어 인력 및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통합교육이 특수교육의 지향점이 된 지금,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특수교육, 그리고 새로운 이름 통합교육이 아닐까.

중앙정부의 통제와 감독에 따른 예산편성과 프로그램 운영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요구와 교육현장의 요구에 반응하는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여 상향식으로 접근하는 시스템 안에 자리잡을 특수교육이길 기대해 본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PVC팀의 제민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