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는 장애학부모. ⓒ에이블뉴스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 주민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 강서구 지역 주민들이 지역이기주의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지역에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역이기주의적 발언은 서울시교육청이 5일 오후 7시 30분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 인근인 탑산초등학교 신관 3층 강당에서 진행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월 6일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1차 주민토론회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다시 열린 토론회다.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 참석한 강서지역 주민들. ⓒ에이블뉴스

■“특수학교는 YES, 하지만 강서구는 안 돼”=주민토론회에 참석한 강서지역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우리지역에는 안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선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권영욱 씨는 "우리가 특수학교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게 아니다. 강서구에는 허준박물관, 허준거리, 한의사협회가 있다. 주민들에게 어떤게 좋은지 판단을 하자는 것"이라면서 "시가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대체부지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굳이 공진초등학교 부지로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유재난씨는 "교육감이 특수학교를 권역별로 1개씩 짓겠다는 말은 고무적이다. 우리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게 아니다. 그런데 어느지역에 설치하냐가 문제다"라면서 "우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지역에 1개의 특수학교가 있는 만큼 우리 강서구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진용철씨는 "우리는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특성상 지역에 맞는 국립한방의료원이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설립돼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라면서 "교육청의 탁상행정으로 벌어진 일이다. 교육감은 설계공모를 중단하고 토론회를 통해 진행해야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1곳' 지역 장애학생 수용 못해=2017년 4월 기준으로 서울시에 거주하는 특수교육 대상자(특수학교·특수학교·일반학급 학생)의 수는 1만 2804명이다. 반면 서울시의 특수학교(29개소)에 다니는 학생의 수는 4457명이다. 즉 서울의 특수학교는 특수교육 대상자의 절반도 수용을 못하는 셈이다.

강서구의 경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특수교육 대상자가 거주하고 있지만, 강서구에 소재한 특수학교는 교남학교 1곳 뿐이다. 현실을 반영하듯 강서구의 지역 장애학생들은 인근 구로구 등 지역에 있는 특수학교로 통학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서구 가양동의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서진학교(특수학교) 설립이 예정돼 있지만 이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세워야 한다는 강서지역 주민의 반발로 설립이 표류하고 있다. 관련 규정은 학교부지는 교육청 관할이고 학교 부지는 목적 외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공진초 관할 교육지원청인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을 통해 서진학교 설계공모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한 서진학교의 설립예산과 지난 2월 서울시의회 공유재산심사를 통해 서진학교 건축비 예산을 받은 바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이은자 부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무릎꿇은 장애학부모 "제발 도와달라"=옛 공진초 부지를 사용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장애학부모들은 무릅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이은자 부대표는 "강서구의 장애학생들은 10년도 이전부터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로 통학을 했다. 우리 아이도 구로구에 있는 학교를 가기 위해 2시간 전부터 준비를 해야한다"면서 "강서주민들께서 욕을하면 듣고 모욕을 주면 받겠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강서구지회 조부영 지회장은 "강서주민들은 다행히 행운을 얻어서 장애아동의 양육자의 마음을 모른다. 동병상련은 바라지 않는다"면서 "강서구 주민들이 이런 지역이기주의를 없애고 특수학교를 수용을 결정하는 것은 역사에 남을 일이다. 한번만 다시 생각을 해달라"고 토로했다.

강서지역 주민이 조희연 교육감에게 항의를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설계공무 중단 요구 vs 적법한 절차 따른 것=비대위 측은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이 공고한 서진학교 설계공모를 중단하고 협의를 하자고 요구하는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비대위원은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7월 1차 토론회에서 설계공모를 하지 않고 주민들과 토론회를 통해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토론회가 있은 지 6일 뒤 교육감 주관으로 설계공모를 냈다"면서 "공모절차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토론회를 통해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백종대 교육행정국장은 "(학교설립은) 행정예고를 거쳐서 예산작업을 진행한다. 옛 공진초에 특수학교 설립은 이미 예산이 반영돼 설계비를 집행하는 단계다. 이건 법적인 절차로 설계공모는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한방병원을 지을 수 있는데 왜 특수학교를 짓냐는 말을 하시는데 (학교부지는 목적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한방병원은 김성태 의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라면서도 "허준 박물관, 허준거리가 있어 너무 좋은 프로젝트라는 것에 100% 공감한다. 시너지도 날 수 있는 만큼 접점을 찾아보자"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설계공모 중단을 요구하는 비대위원들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접점을 찾지 못한채 실랑이를 벌였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측은 더 이상 토론회가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 토론회의 폐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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