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경운학교에서 만난 수험생 김영관학생의 어머니 김양숙씨. ⓒ에이블뉴스

“비장애 학생도 가기 힘든 명문대를 장애인인 제 아들이 어떻게 가냐고들 하죠. 하지만 저는 아들 녀석이 이번엔 꼭 해내리라 믿어요. 남들보다 몇 십 배의 노력으로 쌓은 실력인데, 장애인이라고 S대 못가란 법 있나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운학교 운동장에서 한 장애학생의 어머니 김양숙씨를 만났다. 그녀의 아들인 김영관(20) 학생은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뇌성마비학생들의 수능시험장인 이곳 경운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그녀의 아들은 삼육재활학교를 졸업하고 1년 동안 혼자 공부를 해 대학진학에 도전하고 있다. 근육병으로 인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남다른 열정과 노력으로 수능시험을 준비해 왔다.

“공부에 흥미가 있고, 학업성적도 뛰어나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어요. 하지만 장애가 매우 심해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아이를 흔쾌히 받아주는 학원도 없었고, 받아준다고 해도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못해 다닐 수도 없었죠.

그래서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통해 공부를 했어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어요. 남들처럼 책을 넘겨가며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보니 시간도 노력도 많이 필요해요. 장애학생들을 위한 학습도구가 좀 더 갖춰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했어요.”

책을 혼자 넘길 수 없는 아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한 장 한 장 스캔을 떠 컴퓨터 화면으로 보며 익혔다. 책 전부를 스캔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때문에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어떻게 아들을 지원해줘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무엇보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활동보조를 해줘야 하는데, 모든 일을 제껴두고 아들을 따라 학교를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가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모두 다 지원해주고 싶은데, 부모가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는 한계가 있어요. 기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적지 않은 부담이에요. 학교나 정부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어느 대학을 목표로 공부했냐고 물었더니, 서울대 법학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김씨는 “아이는 늘 최고를 목표를 공부해왔어요. 우리아이를 편견 없이 실력으로만 평가해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봐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장애인이라고 명문대가지 말라는 법 없죠. 아들은 국제적인 법조인을 꿈꿔요. 부조리한 세상의 위치를 바꾸고 싶다는 꿈 때문이죠. 아들은 권력이 없는 약자들에게는 안 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며, 권위의식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항상 말해요. 그 꿈이 세상의 편견에 의해 좌절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요.”

김양숙씨의 아들 김영관학생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고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씨가 아들이 전동휠체어를 운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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