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업체에서 개발된 소프터웨어가 탑재된 노키아 휴대폰. ⓒ정봉근

얼마 전 국내 언론을 통해 책을 읽어주는 휴대폰이 소개되었다. 휴대폰에서 보이스북 파일을 전송받아 음성으로 출력하는 형식이다. 원터치 기능을 통해 직접 도서관에서 파일을 전송받아 사용할 수 있더라도 시각장애인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이 되어 있고 더군다나 음성출력 기능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인쇄물을 읽어 주지 못한다면 휴대폰에 MP3 플레이어 기능정도를 탑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이와 같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휴대폰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해 있을까? 미국 케이엔에프비 테크놀러지사에서 개발된 소프터웨어는 휴대폰 카메라 렌즈를 통해 스캔 된 문서를 그대로 음성으로 출력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노키아 휴대폰을 통해 사용되고 있는 이 기술은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이다. 원하는 문서를 원하는 때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장점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교통수단의 이용 및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길을 안내할 수 있는 정보서비스도 간편한 문서형식의 부착물을 통해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바로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도시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시각장애인 직원이 다른 시각장애인 대학생에게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정봉근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보조공학기기의 대부분은 최첨단 렌즈 그리고 문서를 음성으로 변환시켜주는 일종의 TTS(텍스트 투 스피치)기능을 갖추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컴퓨터의 사용 뿐만아니라 보든 정보의 접근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개발된 보이스아이의 경우에도 문서의 내용을 바코드 인코딩 형식으로 변환시킨 후 이를 음성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나 모든 문서 정보를 다 바코드 형식으로 변환 시키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으며 기기가 바코드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 휴먼웨어사에서 출시한 시각장애인 보행보조 네비게이터. ⓒ정봉근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한글은 고유의 필체와 음소를 가지고 있는 우수한 문자이다. 영어처럼 전후 알파벳에 따라서 그 발음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만큼 쉽게 단어를 음성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의 개발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문자 음성 변환기술은 문자를 평면 혹은 곡면상의 용지나 화면 상에서 캡쳐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된 카메라 렌즈의 개발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출시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인물 자동 초점 기능이 사용되고 있다. 만약에 글자 자동 초점 기능이 개발된다면 우리사회는 얼마만큼 더 편리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케너는 모든 인쇄물의 텍스트 변환 기능을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타블렛 노트북에 스타일러스 팬을 구지 사용하지 않더라도 필기를 그대로 텍스트 형식으로 저장하거나 불러오는 기능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미 어느정도 개발되어 있는 원천 기술들을 잘 융합해서 인간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가 이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은 어느 누구나 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융합기술의 개발은 원천기술의 개발과는 다르게 얼마만큼 기존의 기술을 다른 방향으로 적용시키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 그리고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국내 힘스코리아에서 개발한 시각장애인 휴대용 전자확대경. ⓒ정봉근

그래도 미국을 마냥 부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각장애인 보조기기 유통업체인 지더블류 마이크로사에서 다름아닌 한국의 힘스코리아에서 개발된 제품을 자사 로고로 유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도 사용하고 있다는 이 제품은 이미 미국시각장애인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기업 관계자는 한국의 하드웨어 개발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칫하면 부러움 만으로 끝날 수 있었던 박람회 취재가 굉장히 보람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국 보조공학기기 산업의 미래를 엿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도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최첨단 보조기기의 개발을 한국에서 주도할 수 있는 날을 한번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이번 취재를 통해 에이블뉴스 독자들이 한국과 미국의 보조공학기기 개발 현황 비교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정봉근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과대학에서 작업치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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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근 칼럼니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작업치료사, 보조공학사로서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 연구하고 있다. 4차산업 혁명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장애인의 일상생활 변화와 이와 연관된 첨단기술을 장애학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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