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지난 15일 공청회를 통해 내놓은 무기여장애인연금법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지난 공청회에서는 무기여장애인연금의 명칭에서부터 시작해 재원확보, 타 지원제도와의 관계정립 등에 대한 현실적인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장 의원의 법안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을 정리했다.

▲무기여장애인연금 명칭 논란=먼저 이날 공청회에서는 무기여장애인연금의 목적과 명칭이 일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장 의원측에서도 ‘무기여연금’이라는 용어에 어패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장애인연금’이라는 용어가 이미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금’이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장향숙 의원실 장애인정책 TF팀 소속)은 무기여장애인연금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연금이라는 것은 개인이 불입하고 노후에 불입액에 비례하여 연금으로 지급받는 것이기에 장애인연금의 경우처럼 본인이 납입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연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이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무기여연금’이라는 용어를 쓰기는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장애인수당’”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정책연구실장은 “장애수당은 장애인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실질적이고 보편적인 수당제도로서 기능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올바른 시정이 요구되었던 사항”이라며 “장애수당이 무기여장애인연금 급여로 동일하게 언급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는 기여수준에 따라 연금을 수급하는 제도로써 무기여는 적합한 용어선택이 아니라고 보여진다”며 “무기여장애인연금제도는 일본의 연금제도를 소개하는 과정에 무갹출, 무기여 등의 용어를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무기여장애인연금법안은 ‘장애인소득지원법’, ‘각종장애인수당에관한법’이라고 보여진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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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활복지대학 강동욱 교수는 무기여장애인연금법안 제3조 용어의 정의에 대해 “‘무기여장애인연금’ 정의가 제1조의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추가지원, 이동급여, 정보접근급여, 건강급여, 요보호장애인급여, 소득보전지원 등에서 ‘급여’와 ‘지원’의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대책위원회 유흥주 공동대표는 그동안 공대위에서 주장해 온 ‘장애인연금’이라는 용어를 수정해 ‘중증장애인연금’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유 대표는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여러 장애인연금에 관한 논의들이 명목만 연금이지 기초생활은커녕 추가비용에도 모자라는 금액으로 장애인들을 우롱하는 현실이 재연되고 있다”며 “제도의 도입초기부터 연금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최소한의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하기 위해 ‘중증장애인연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연금 지급대상자 선정=무기여장애인연금법안은 연금 급여 대상을 국내에 거주하는 60세미만의 장애인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와 월 소득이 소득세 면세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정하고 있다. 연금지급액은 장애유형별, 장애정도별 및 소득별로 다르다.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원연금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군인 및 사립학교교원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는 연금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대해 장애인연금공동대책위원회 유흥주 대표는 “장애인연금제도는 사회적 효과성, 소득재분배와 사회통합이라는 사회보장제도의 1차적인 목표에 부합하여야 하며, 동시에 현행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의 소득보장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중증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사회수당형식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차이를 보였다.

유 대표는 “노동시장에의 진입가능성이 희박한 1, 2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며 “사회복지급여의 중복을 피하고 사회적 형평성의 원칙에 의하여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한 장애연금 수급권자는 중증장애인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또한 모든 사회복지급여는 자활(재활)을 목적으로 함으로 취업장애인 또한 중증장애인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시키며,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직업재활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재활복지재단 강동욱 교수는 “1~2급 중증장애인과 3~6급 경증장애인 중 2급과 3급간 일상생활이나 외부활동불편 정도가 자로 잰 듯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급여 필요성을 일부 장애유형과 정도가 아닌 전체 장애유형과 정도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원 확보방안=무기여장애인연금법안에 따르면 연금의 재원은 국비 및 지방비 5:5의 비율로 조성된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정책연구실장은 “수입에 상관없이 장애로 인해 발생되는 장애수당을 지급하기란 재정적인 측면에서 대단히 부담되는 요소”라며 “이러한 이유로 독일에서는 그동안 국가재정에 의해 지급하던 장애수당을 요양보험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막대한 재원이 드는 무기여장애인연금법을 시행하는 것보다 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국가가 보험료를 대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연금공동대책위원회 유흥주 대표는 “기본적으로 장애인들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재원마련은 국가가 책임져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반회계의 주류세, 담배세, 교통세 등을 통한 조세수입과, 부유세, 장애인연금채권 발행 수입, 복권발행 수입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렬 소장은 “일본의 무기여장애인연금은 기초연금제도 상에 장애인의 경우 기여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조세와 연금재정에서 지원하고 있다. 무기여장애인연금은 이러한 제도상에서 가능한 제도이다. 만일 조세방식으로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무기여장애인연금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장애인이 연금수급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조세주의를 전제로 하는 기초연금제 도입을 통해 장애인의 기본적인 소득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기초연금의 경우 수급액이 적을 우려가 있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기존의 각종 소득보장제도와 충돌되지 않도록 세심한 제도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타 지원제도와의 관계=무기여장애인연금법안 제22조는 “다른 법령에 의하여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이 법에 의한 급여와 동류의 급여를 받는 자에게는 그 급여금에 상당하는 액에 대하여는 이 법에 의한 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시련 최동익 사무총장은 “무기여장애인연금 대상자 중 LPG 사용자의 경우 LPG 사용혜택과 무기여장애인연금을 중복으로 수급 받을 수 없고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사회복지실장은 “무기여장애인연금제도는 이동지원, 정보접근지원 등으로 구분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기존의 LPG 정책이나, 통신요금 할인, 건강지원의 경우 의료급여 등 타 지원제도와의 중복에 대한 관계설정이 필요하다”고 보다 세심한 접근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 왕진호 장애인정책과장은 “현재 장애인수당은 사회보험, 공적부조, 사회복지서비스를 통해 지급되고 있다. 무기여장애인연금이 기존에 지급되는 수당과 달리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 필요=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사회복지실장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인요양보험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진행될 수 있었다. 장애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문제가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왕진호 과장도 “무기여장애인연금을 도입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국가재정능력을 고려해야 하고 사회적인 합의도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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