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근로자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직접경영에 참여하는 장애인기업주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안이 얼마나 완성도 있게 제정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자료사진>

초점/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뜯어보니

지난 11월 3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16명은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을 발의했다. 열린우리당은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만큼 남다른 열정을 과시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교육지원법, 장애인이동보장법 등 장애인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법안도 아닌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을 열린우리당은 당론으로까지 채택할 만큼 주옥같은 내용을 담아냈을까?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을 에이블뉴스에서 한번 조목조목 뜯어봤다.

“장애인 경영인 육성하겠다” 취지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은 장애인이 스스로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장애인이 직접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근로자로서의 장애인을 넘어서 능동적으로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장애인에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중소기업청이 앞장서서 장애인 기업주를 보호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장애인기업 활동 촉진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한국장애인경제인협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산하기관으로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뛰어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일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을 대표발의한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 <사진: 서갑원의원 홈페이지>

의견수렴 과정 없어 허점 많이 노출

이에 대해 장애인계는 장애인이 경영의 주체가 되고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법안의 취지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법안 마련과정에서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아 허점도 많이 노출되고 있었다.

먼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 이문희 실장은 "장애인의 자영업이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이 통과되어 여성기업지원법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지난 16대 국회에서 장애인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채 발의됐다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잊혀졌던 과정을 되풀이하며 이번 17대에서도 일방적으로 법안을 만들고 발의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기업-직업재활시설 관계 혼란

특히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장애인의 직업재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직업재활시설과의 관계도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재활의 의미로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훈련생의 개념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직업재활시설이 장애인기업에 포함된다면 근로자가 되기 때문에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 신직수 팀장은 이에 대해 "장애인의 근로영역이나 시설, 작업장 등에 대한 정의가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계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법안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방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 팀장은 "이 법은 악용의 소지도 매우 높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시각장애인들의 고용창출을 위해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시술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안마시술소가 대형화되고 돈 있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며 "이처럼 장애인이 기업주가 되면 혜택이 돌아오기 때문에 비장애인의 명의도용과 같은 악용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력 있는 장애인 지원 웬 말"

또 한편에서는 경영에 참여하고 소유할 정도의 장애인이라면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다는 것인데 해결해야 할 장애인복지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상태에서 굳이 그들을 위해 법률까지 제정해 보호해 주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한국장총은 이문희 실장은 "초기법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직업재활분과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나가고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총련 신직수 팀장도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다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다음 임시국회 시기에 맞춰 단체들과 협의 하에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며 "법제정에 앞서 공청회를 반드시 진행해야 할 것이고 다음주 중에는 의견안을 만들어 장애인단체들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측은 이 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의 구매촉진을 다룬 제10조의 장애인기업이 생산하는 물품의 정의에 장애인복지법 제40조의 규정에 의한 품목을 제외한다는 부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행정지원부 서종열 과장은 “직업재활시설이 장애인기업으로 포함된다고 해도 직업재활시설의 생산품이 대부분 장애인복지법 제40조가 규정한 품목인데 이를 제외한다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 과장은 “생산품 구매촉진과 관련해 이 법안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별도의 특별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다시 한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협회 측과의 의견조율 과정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