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언제나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화재나 교통사고, 질병과 상해 등 큰일을 당하면 개인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서로 조금씩 돈을 내어 도와주는 제도가 보험이다.

우리나라에도 계, 두레, 품앗이, 의창, 향약 등이 있었으나 보험같이 체계적인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미풍양속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도 계는 지금까지 남아있으나 큰일에 대비하기 보다는 계주들의 사기행각에 이용당하기 일쑤인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고종황제 어차. ⓒ사이버자동차산업관

우리나라에서 보험이 처음 시작된 것은 선박보험이라고 하는데 강화도조약(1876년, 고종 13년)이후 인천항에는 영국계 보험회사가, 부산항에는 일본계 보험회사가 활동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22년 정식으로 설립된 손해보험사가 ‘조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인데, 2005년 ‘메리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였다.

보험회사는 자동차보험을 비롯하여 화재, 해상운송, 상해보험 등을 담당했는데 이들 보험사는 모두가 민영이었다. 따라서 개인이 가입해야만 가능한 보험이었다.

역사적으로 최초의 자동차는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만든 태엽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라고 한다. 그 후 여러 가지 자동차가 등장했으나 현대적인 자동차는 1886년 독일의 칼 벤츠가 제작하였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1903년 고종황제 즉위 40년에 미국공사 알렌이 미국산 자동차 한 대를 고종황제에게 헌납한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무렵에 운행되던 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들여 온 자동차였다.

현대 자동차에서 만든 포니. ⓒ사이버자동차산업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동차가 만들어진 것은 외국에서 만든 부품을 조립한 것인데, 자동차산업이라 할 만한 외형을 갖춘 것은 1955년 국제차량주식회사가 만든 최초의 승용차 ‘시발’이었다. 시발(始發)은 이름 그대로 자동차 산업의 시발점이 된 차인데 최무성, 최혜성, 최순성 3형제가 만든 차이다. 나중에 이 차가 택시로 사용되었으므로 ‘시발택시’라고 했는데 지금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시발택시’를 기억할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면서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자연히 교통사고도 많아지게 되었다. 자동차가 늘어나자 교통사고도 늘어났지만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자동차 보험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1957년 7월 15일에 한국자동차보험주식회사가 발족되었다.

1960년대는 시발자동차를 비롯하여 새나라자동차 등 자동차산업이 급성장하게 된다. 1967년에는 현대가 본격적인 자동차회사를 세웠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5위로 부상한 강대국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는 1976년이 되어서야 울산공장에서 첫 출고되었다고 한다.

1961년 12월 30일 ‘도로교통법’과 ‘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제정되어 자동차가 도로를 운행하거나 사업을 할 때의 규칙을 정하였다. 그리고 1963년 12월 30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약칭: 자동차손배법)이 제정되었다.

‘자동차손배법’은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람이 사망 또는 부상당하거나 재물이 훼손되었을 경우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자동차보험에는 종합보험과 책임보험이 있는데 종합보험 가입은 임의였으나 책임보험은 의무사항이다.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안내. ⓒ경찰청

자동차를 처음 구입하였을 때는 누구나 책임보험을 가입해야 등록이 되지만 1년 기한이 지나서 재가입을 안 하면 무보험차량이 되고 만다. 운전자가 무보험이나 무면허, 음주운전 등일 때는 교통사고가 나면 뺑소니를 치기도 하는데 피해자를 돌보지 않고 달아나면 범죄다. 이 같은 범죄차량에 피해를 입었을 때는 병원비 등 보상은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될까.

필자가 처음 장애인복지를 시작할 3~40년 전에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된 장애인이 병원비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무보험차량이나 뺑소니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된 사람도 병원비는 해결이 되었다. 그러나 교통사고 조사가 종결 된 후에나 가능했기에 보통 3~6개월쯤은 소요되므로 그동안 피해자나 가족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자 경찰청에서는 2015년 4월 10일부터 뺑소니 또는 무보험차량에 대해 교통사고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교통사고 접수증'을 사고 즉시 발급하기로 했다. 그 뿐 아니라 교통사고 피해자와 가족에게도 따로 지원하는 제도도 생겼다.

얼마 전, 뺑소니 및 무보험차량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어도 병원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는 필자의 글을 보고 한 장애인이 전화를 했다. 자신은 20년 전 쯤에 뺑소니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지체 5급 장애인이 되었다. 오래 돼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병원비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0조.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면서 하는 말이 뺑소니 사고의 경우 예전에는 돈이 없어서 병원비 때문에 고충이 많았다고 했는데 그게 언제냐고 물었다. 그러나 필자는 답을 하지 못했다. 지난 번 글을 쓰기 전에도 병원비 지원이 언제부터인지 관련 기관에 물어보았으나 잘 모른다고 했던 것이다.

경찰청 홈페이지 ‘범죄피해자지원안내’에는 뺑소니차나 무보험차에 의한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피해자가 어디에서도 보상받지 못할 때 피해보상을 해주는 제도로, 13개 보험사나 콜센터로 신청하라고 되어 있다.

예전에는 분명 뺑소니 교통사고로 고통 받는 장애인이 있었는데, 언제부터 뺑소니 교통사고 피해자에게도 병원비가 지원이 되었을까. 경찰청에서는 보험사에서 지원한다하고, 보험사에서도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아도 전부 모른다고만 하니 필자가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그 결과 ‘자동차손배법’은 1963년 4월 4일에 제정되었다. 제정 당시에는 무보험이나 뺑소니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따로 지원하는 제도는 없었다. 현재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에 대해서는 ‘자동차손배법’ 제30조(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에 의거하여 병원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 법은 2012년 2월 22일에 개정되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자동차손배법’을 찾아서 거꾸로 내려가다 보니, ‘자동차손배법’이 1999년 2월 5일에 전부개정 되었는데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은 제26조에 있었다.

다시 한참을 더 세월을 거슬러 내려가 보니 1984년 12월 31일 ‘자동차손배법’에 제14조가 신설되어 무보험차량이나 뺑소니 교통사고 피해자도 지원한다고 되어 있었다. ‘제14조(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 ①정부는 보유자를 알 수 없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말미암아 사망하거나 부상한 자에 대하여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책임보험금의 한도 안에서 그가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4조. ⓒ국가법령정보센터

뺑소니나 무보험차량 등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처음에는 없었으나, 1984년 ‘자동차손배법’ 제14조(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이 신설되었고, 1999년에는 제26조로 개정되었다가 2012년 제30조로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을 찾다보니 서글픈 사실이 하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것은 1981년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이라는 용어조차 없었다. 일본에서는 장해자(障害者)라고 했는데 관계자들은 그 말을 빌려 왔는지, 1981년 장애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심신장애자복지법(心身障碍者福祉法)’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어떤 장애인이 왜 놈자(者)를 쓰느냐 자(者)자가 싫다는 항의가 있어서 많은 논란을 거친 후, 1989년에야 ‘장애인복지법(障碍人福祉法)’이라고 개정하였다.

장해인에서 장애인으로 개정 된 자동차손배법.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나 아직도 보건복지부와 장애인 관련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만 ‘장애인’을 사용하고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보험 등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장해(障害)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자동차손배법’ 제30조(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이 1999년에는 제26조(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이었는데 그 때까지도 여전히 ‘장해인’이었다가, 2006년에 와서야 ‘장해인’을 ‘장애인’으로 개정한 모양이다.

필자 같이 장애인복지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챙겨보지 못한 불찰이기는 하지만 ‘장애인복지법’이 있고 ‘장애인’이 공식적인 법률용어이자 행정용어인데 ‘자동차손배법’에서는 2006년까지도 ‘장해인’이라고 사용했다니…….

물론 지금까지도 장해자, 장해인, 장애자, 장애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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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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