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벌인 '중증장애인 노동권확보와 장애인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결의대회'(한뇌연·공대위 공동진행)에서 '중증장애인도 노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한 참

진단/중증장애인 고용모델정책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정책은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 제정을 시작으로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부문이 2%를 달성했지만,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고용률은 1%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전히 일반 고용경쟁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은 별도의 고용모델이 개발돼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대안으로 개발돼 시행되고 있는 고용모델로는 보호작업장, 자립작업장, 근로작업시설, 표준사업장, 복지공장 등 다수고용사업체.

그러나 이러한 고용모델 외에 새로운 고용모델을 개발해 기업체에서의 장애인고용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고용모델이 바로 장애인중심기업와 특례자회사 등이다.

장애인고용을 높이기 위한 고용모델로서 현재 시행 중인 다수고용사업체의 표준사업장과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장애인중심기업, 그 외 특례자회사에 대해 각각의 개념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중증장애인 고용모델의 정책방향을 짚어본다.

[리플달기]장애인의 날,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장애인표준사업장=먼저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란 국가가 민간 기업체에 장애인 채용보조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근로하기에 적합한 생산시설을 갖추고, 일정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 그 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새로운 형태의 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이다.

2003년 초 정부로부터 각각 50억원을 무상 지원받아 대성ICD, 바이오제네시스, 비클시스템 등 장애인 표준사업장 세 곳이 문을 열었지만, 과거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장애인고용모델인 복지공장보다 평균 장애인 고용률이 낮다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표준사업장의 장애인의무고용 규정은 상시근로자의 50%이상, 중증장애인은 장애인 근로자의 30%이상으로 복지공장과 장애인 고용한도가 같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5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표준사업장의 장애인 고용률이 융자금을 받아 운영되는 복지공장과 같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바이오제네시스’가 문을 연지 6개월 만에 파산하고 말아 정부는 지원했던 지원금 12억원을 회수했다. 정부가 야심만만하게 추진했던 고용정책의 문제점이 단기에 드러나자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모델에 대한 신중한 모색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그 결과 정부는 앞으로 만들어질 표준사업장은 복지공장과 달리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경영과 관련해서도 국가의 전략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2004년 10월 ‘장애인 중심기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

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중증장애인 노동권확보'를 외치며 장애인들이 시위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중심기업=장애인중심기업이란 사회적 지원 아래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는 사업체로 일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창출과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고용모델이다.

사실 장애인중심기업은 그동안 공단에서 운영해 온 복지공장과 장애인표준사업장의 경험과 관련연구 및 장애인 단체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된 절충적 모델로서 보호고용과 일반고용의 중간영역에서 장애인에게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장애인중심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우선 2005년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정하고, 사업자를 공개모집했다. 장애인중심기업모델은 표준사업장에 지원됐던 금액과 동일하게 총 50억원으로 업체당 최소 2억 5천만원에서 최고 10억원까지 지원한다. 이 같은 지원액은 신규고용 장애인 1인 기준으로 2천만원(중증장애인 3천만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또 장애인중심기업으로 선정된 사업주는 최소장애인 10명(중증장애인 50%)이상 신규 고용해야 하며, 상시근로자수의 30%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 7년간 유지해야 한다. 공단은 시설 장비 구입비, 판로개척 및 기술 개발비 등과 장애인고용관리 비용, 전문가의 적극적 경영컨설팅 등의 지원을 통해 장애인중심기업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장애인중심기업 육성 및 사업추진계획을 토대로 올 1월 1일부터 장애인중심기업모델을 시행, 올해 안에 6개 모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내년부터 대규모 장애인중심기업을 전격 가동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열렸던 ‘2004국제심포지엄’에서 청와대 김수현 비서관은 장애인 중심기업과 관련해 “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장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의무고용제도가 마치 소득보장처럼 운용되고 있다”며 꼬집기도 했다.

▲특례자회사=지난 4월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장애인고용정책대토론회’에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염규문 차장은 ‘대기업 장애인고용확대 방안’이라는 장애인고용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를 갖춘 회사나 기업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특례자회사와 사회적 기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례자회사란 사업주가 장애인고용을 주목적으로 특별히 배려한 자회사를 설립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경우, 그 자회사의 장애인근로자를 모회사에 고용돼 있는 것으로 인정해 장애인 고용률을 산정하는 제도로 일본에서는 197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고용모델이다.

“특례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은 휠체어용 화장실 개조 및 설비, 통근용 주차장 확보, 수화통역자 확보 등 시설 설비경비 등 장애인고용을 위한 각종 지원금이 지급되며, 모회사와 다른 독립적인 임금체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 염 차장의 설명이다.

또 특례자회사의 사업내용은 모기업이 아웃소싱을 통해 인쇄, 우편, 총무, 여행 등의 서비스업무, 모기업의 사업부문 중 장애인에 적합한 정보입력, 소프트웨어개발, 원예사업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일본의 경우 특례자회사는 2004년도 8월 현재 157개사가 설립되어 있으며 이중 민간회사주도형이 124개사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중증장애인의 일반고용 활성화를 주목적으로 ‘특례자회사’ 방식의 중증장애인다수고용사업장 설치를 제도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3년 7월 노동부와 청와대 사회통합기획단은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향후 5년간 5만개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장애인고용활성화 방안’을 보고하면서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에 따른 인센티브로 대기업이 장애인 기업을 자회사로 설립·운영하는 ‘특례자회사’제도 및 장애인 다수고용사업체를 지원하는 경우 의무고용을 이행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연계고용’제도 등의 시행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또한 정부는 이와 관련 세제지원, 정부계약시 우대 등의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 장애인고용우수기업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

연세대 이익섭(사회복지학) 교수는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증진하면서도 기업의 고충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개발·활용되고 있는 일본의 특례자회사모형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히면서 “친화적인 독립된 자회사에 장애인을 고용함으로써 대기업이 갖는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과 고용의 의무를 동시에 해결하는 하나의 방책”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특례자회사 설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