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장애인 고용장려금이 축소가 결정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고용장려금 축소이후, 장애인고용정책은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듯이, 고용장려금 축소이후 장애인 해고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의 경우, 고용불안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장려금 축소이후 장애인고용정책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특히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고용장려금 축소이후 중증장애인 고용정책 방향을 잡기위한 토론회가 지난 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그 현장을 찾았다.

장려금 축소 후 중증·여성장애인 해고율 증가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고용장려금 축소는 곧바로 중증장애인 해고율의 증가로 이어졌다.

장애인고용장려금축소철회를위한중증장애인사업장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고용장려금 축소이후 513개 업체에서 장애인노동자가 총 125명이 해고됐다. 이중 중증장애인이 83명으로 66.3%를 차지했으며, 여성장애인이 58명으로 46%를 차지했다.

고용장려금 축소는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의 노동권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이다. 이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국정감사에서 단병호 의원에 의해 이미 지적된 사실이기도 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직업위원장, 대구대학교 나운환 교수. <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위해 풀어야할 과제 ‘산적’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에 지혜를 모아야할 때”라고 입을 모으며, 다양한 대안들을 쏟아냈다.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대변해줬다.

먼저 조사결과를 발표한 뱅크잡 장애인취업센터 김재익 소장은 “고용장려금 축소가 노동권 침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증·여성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책이 거의 전무하다”며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에 대한 지원 등의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또 토론자로 나선 대구대 나운환(직업재활학) 교수는 “중증장애인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헌법 제32조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조치가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32조에는 모든 국민의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근로조건의 기준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제외하고는 여타 노동관련 법률에서 장애인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근로의 기회를 보장하는 조치들이 미약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나 교수는 “인적자원 개발에 있어 기회균등과 아울러 그동안의 차별을 보상하기 위해 교육에 있어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제시했으며, “중증장애인에게 직업재활서비스의 우선권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남용현 연구원. <에이블뉴스>

이외에도 나 교수는 “세계 각국이 중증장애인의 고용확대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 중의 하나가 자영업 창출”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매점·자판기 우선허가제도, 담배 소매인 우선 지정제도, 우표류 판매업 우선 계약제 등을 보완, 장애인에게만 유보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남용현 연구원은 독일을 비롯한 외국의 중증장애인고용정책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 중증장애인 고용정책이 나갈 방향을 제시했다.

남 연구원은 “중증장애를 명확히 구분 짓고 있는 독일의 경우, ‘사회법전 제9권’에서 복수산정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한 중증장애인을 고용했을 때 2명 혹은 최대 3명의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라며 “이는 중증장애인 중에서도 장애가 더 중한 중증장애인 고용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 연구원은 "중증장애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와 합리적 판정기준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면서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장애'와 '근로능력'에 관한 연구들을 통해 중증장애에 대한 명확하고 과학적인 개념이 정의되고 적합한 판정기준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노동당 이상훈 노동정책연구원은 현행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장애인노동자 내부에서 중증, 여성장애인의 고용불안과 고용차별이 보다 심각한 점을 고려해 이들에 대한 추가적 정책 프로그램이 개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관계자, “장려금 축소후 대규모 감원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

노동부 장애인고용과 나영돈 과장. <에이블뉴스>

이 같은 토론자들의 의견에 대해 노동부 나영돈 과장은 "장려금 축소 후 장애인계의 우려만큼 대규모 감원 등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판단된다"면서 "2003년 말 대비 2004년 7~8월까지 장려금 수급업체의 장애인이 2.9%에서 3.9% 가량 감소했는데, 이는 경기부진 상황을 반영할 때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나 과장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및 여성장애인의 고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나 과장은 "고용장려금 지급방식을 연1회에서 연2회로 변경하고, 중증장애인 고용기업의 장애인 고용시설 운영 및 장애인 고용관리에 직접 필요한 운영자금을 3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나 과장은 "최근 고학력 중증장애인 구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며 "장애인 200만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위주의 지원강화, 장려금 지원제도의 합리화, 재원의 다각화 등의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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