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고용장려금 축소의 문제점과 대안마련을 위한 공청회의 자리가 꽉차 한 장애인이 문밖에서 공청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부의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 결정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해 초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점거 농성이라는 ‘태풍’이 한차례 장애인계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고용장려금 축소 여파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장애인계와 장애인 고용주들이 뭉쳐 고용장려금 축소 철회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16일 열린 고용장려금 축소의 문제점과 대안마련을 위한 공청회는 고용장려금 축소 여파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소규모 사업장, 최저 임금 주기도 어려워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의 여파를 가장 크게 실감하고 있는 곳은 무엇보다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들이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장려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장려금 축소에 대한 충격도 더욱 큰 것이다.

정신지체장애인들로 구성된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나눔의 집 유찬호 신부는 16일 공청회에 참석해 장려금 축소가 소규모 사업장에게 어떠한 여파를 미치고 있는지를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지난 97년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취업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우편발송 등의 사업을 시작한 장애인센터 ‘함께하는 세상’은 지난 2001년 사업자 등록을 내고 사업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첫해 6명의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했고, 2002년에는 고용장려금을 받아 총 15명까지 그 대상자를 늘렸다.

이 곳은 2002년 당시 장려금을 지급받으면서 중증장애인을 위한 장려금제도가 유용한 제도이며 장애인은 물론 사업주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임을 실감하면서 사업을 확대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장려금이 축소되면서 사업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장려금 축소는 결국 15명에게 지급했던 최저임금을 10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게 하였고, 급기야 2004년 올해에는 단 한 명의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을 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정부의 장려금 축소로 월 누적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장애인들의 급여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자신의 아들을 포함해 정신지체장애인들과 함께 주식회사 함께걸음이라는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용옥씨의 사례도 ‘함께하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임씨는 “중증장애인이 취업하고 있는 곳은 대체로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이라며 “중증장애인의 고용은 더 이상 후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급권자 될 위기…"아내에게 면목없어"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김동수 IL지원팀장이 고용장려금 축소가 소규모 장애인단체에게 미치는 여파에 대해 자신의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소규모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는 장애인당사자들의 느끼는 고통도 절절하다. 부모님에게 의존해 살아오다 34살에 작은 장애인잡지사에 취직한 뇌병변 1급장애인 김동수씨는 현재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다. 잡지사에서 받는 약 100만원의 돈으로 신혼살림을 꾸려나갔다.

최근에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에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많은 60만원을 받으며 한 달을 근근이 버티고 있다. 저금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그런데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아내는 11월에 아이를 출산할 예정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비, 양육비, 교육비 등 돈이 들어갈 곳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내는 수급권자가 되면 월 60만원에 장애수당 7만원이 나오니 직장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그럴 때마나 김동수씨는 “아직은 고용장려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곧 받게 되면 수급권자보다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달래 왔다. 하지만 김동수씨는 장려금 축소로 더 이상 아내에게 해줄 말이 없어졌다.

한편 이 같이 장려금 축소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소규모 장애인사업장 및 장애인단체 총 27곳으로 구성된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 철회를 위한 중증장애인사업장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장려금 축소 철회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이들에게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철회 투쟁을 다시한번 결의하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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