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공단 이사장 후보 중 장애인 당사자 후보인 열린우리당 박은수 중앙위원, 한국DPI 이익섭 회장, 신순우 전 산림청장,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이성규 원장.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직위에는 어떠한 인물이 적합할까?’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장애인공단) 새 이사장으로 누가 뽑힐 것인지를 두고 장애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장애인고용촉진기금 고갈 사태를 맞고 있는 ‘위기의 장애인공단’을 이끌 새 선장에 어떤 인물이 선정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장애인고용 정책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장애인계에서는 "신임 이사장은 준비된 장애인당사자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 4월 30일 성명서를 발표해 “참여시대의 실현 및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위해 장애인당사자를 이사장으로 선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왜 장애인 당사자여야 할까? 한국장총은 “현재 공단은 장애인고용촉진기금고갈 문제와 장애인고용의 실효성, 체계적이지 못한 서비스 등 개혁과 제도개선의 과정에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사장은 공단이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간 지적됐던 행정과 실무의 단절 나아가 장애인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단절을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의 욕구와 사정을 알고 장애인고용문제에 많은 고민을 해온 준비된 장애인당사자여야 할 것”이라고 성명서를 통해 제시했다.

"준비된 장애인당사자를 공단 이사장으로"

장애인공단 노동조합측도 성명서를 발표해 새 이사장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를 정부에 요청했다.

노조는 먼저 새 이사장은 무엇보다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는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인물이어야하며, 범 장애인계를 공단의 동반자로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을 겸비한 인물이어야한다고 제시했다.

또 노조는 새 이사장은 장애인고용촉진기금 고갈에 따른 문제를 직시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며, 공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노조측은 새 이사장은 노사대등의 파트너십을 가져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현재 이사장 공모에 신청한 후보들 중에서 어떤 후보들이 이러한 기준들에 적합한 인물일까?

이번 이사장 공모에 신청한 후보는 총 14명이나 그중 4명이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고, 1명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바람에 총 9명으로 후보가 압축돼 있는 상황이다. 이들 9명의 후보들은 19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면접을 치렀다.

이날 면접에 참여한 후보들 몇몇에 따르면 총 9명의 인사 중 장애인당사자는 열린우리당 박은수(47·지체장애1급·변호사) 중앙위원, 한국DPI 이익섭(52·시각장애1급·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 회장,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이성규(43·지체장애·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 교수) 원장, 신순우(63·지체장애·한국지체장애인협회 수석부회장) 전 산림청장 등 총 4명이다.

이외에 산재의료관리원 이광남 감사, 근로복지공단 김윤철 총무이사 등이 이날 면접을 치렀으며 나머지 인물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다만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성이며, 1명은 근로복지공단에 재직한 경력이 있는 인물로 전해졌다.

한국장총이 성명서에 제시한 기준에 적합한 후보군에는 일단 장애인 당사자인 4명에 후보가 들어간다. 그리고 장애인공단 노조측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그동안 장애인계에서 장애인문제를 다뤄온 4명의 후보자가 장애인계와 거리가 있는 나머지 후보들보다 적합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다 최근 17대 국회의원에 총 4명의 장애인 당사자가 진입하고, 보건복지부 재활지원과장도 장애인당사자로 선정되는 등 정책결정과정에 장애인당사자의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장애인당사자가 이번 인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장애인공단 이사장을 지낸 7명을 살펴봐도 장애인당사자는 황연대(3대, 1993년 3월~8월), 안성혁(4대, 1993년 8월~1996년 6월), 신필균(7대, 2002년 7월~2004년 3월)씨 등 3명으로 적지 않은 수를 차지했다. 참여정부를 표방하는 이번 정부에서 장애인당사자에게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이사장 공백 벌써 2개월…"조속히 마무리해야"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한다. 노동부장관은 기관장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한 총 3~5명의 후보를 청와대에 제청하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들 중에서 1명을 선택해 새 장애인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그 시기는 여러 가지 관측이 많으나 소폭의 개각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3월 22일 신필균씨가 정계진출을 이유로 장애인공단 이사장을 사임하고 벌써 2달의 공백기간이 있는 상황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제 위치로 돌아온 상황에서 장애인공단 이사장의 인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특히 올해 초 터진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사태의 후폭풍이 장애인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등 각종 현안이 쌓여 있는 가운데, '장애인공단 이사장을 조속히 선임해 대처해야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불거져 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이달 내로 4~5개 부처의 장관을 새로 임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장애인공단 이사장의 임명은 빠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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