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4일 자진 폐업해 안타까움을 안겨줬던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 장애인작업장 1호 비둘기의 집이 폐업 신고를 한지 7개월만인 지난 2일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총책임자인 김운회 주교의 약속대로 문을 다시 열었지만 아직까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비둘기의 집 사태를 서울시청 등에 알리고, 본지와의 인터뷰에도 응했던 장애인 민모씨와 황모씨가 구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씨는 비둘기의 집에서 20년간 재봉 일을 하다가 무릎 골반이 망가져서 더 이상 재봉 일을 못하지만 다른 일을 열심히 했던 장애인이고, 황씨는 비둘기의 집이 아니면 일할 곳이 없고 현재 결혼을 해서 갓난아기가 있는 상황이다. 황씨의 동생이 어머니를 포함해 다섯 식구를 먹여 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두 장애인의 복직과 관련해 비둘기의 집 담당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신부는 “나중에 비둘기의 집이 정상 운영되면 그때 고용하겠다”고 답변했고, 담당 주교는 “담당 신부에게 이야기하라”고 미루고 있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장애인 직원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배경을 좀더 살피기 위해 서울지방노동청과 퇴직 직원을 통해 관련 자료를 수집했는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책임이 보다 명확히 드러났다.
사태의 발단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채용한 비둘기의 집 책임자로부터 출발했다. 본지의 조사에 따르면 책임자 유모씨는 퇴근 후 동생이 운영하는 가게(성인오락실)에서 일을 봐준 후 아침에 늦게 출근하곤 했고, 비둘기의 집 컴퓨터로 성인오락실 일을 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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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탄원서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제출됐는데, 이를 두고 책임자 유씨는 총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장애인을 선동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갈등이 커졌다. 당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화해만 종용했지 잘잘못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
결국 책임자와 사회복지사를 퇴직 처리하고, 20년 동안 장애인들의 꿈과 희망이 됐던 일터를 폐업 처리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그곳에서 일하던 장애인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다행히 뒤늦게 비둘기의 집이 문을 열었지만 모든 장애인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하지마 본지측이 이 문제에 대해 취재에 나서자 지난 4일 날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측은 복직에서 제외됐던 두 장애인에게 16일부터 출근할 것을 통보하는 연락을 취한 것으로 확인했다.
비둘기의 집 새 책임자에게 이 사실에 대해 재차 확인하니 “고용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비둘기의 집은 다시 날갯짓을 할 수 있게 됐지만 폐업 신고로 인한 후유증은 감내해내야 하는 실정이다. 거래처가 모두 끊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가톨릭계 한 관계자는 “하루속히 예전처럼 비둘기의 집이 정상적으로 활발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책임을 지고 온갖 정성과 노력으로 기울여야하고, 두 번 다시는 이번 일로 인하여 장애인들의 삶의 터전인 일터를 일방적으로 폐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