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석 씨가 이삿짐 박스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180cm의 큰 키, 잘 생긴 외모의 유형석(34, 정신장애 3급) 씨는 요즘 회사 다닐 맛이 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용역서비스사업단 ‘창조’(본부장 최범렬)가 그의 직장. 주위로부터 인정받으며 일하니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형석 씨는 주로 이삿짐을 담을 박스와 바구니를 챙기는 포장이사 전 준비작업과 이사를 다녀 온 후 박스에서 테이프를 제거하고 정리하는 일을 맡아 한다. 얼마 전부터는 현장에서 짐을 운반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도 힘들지 않다는 형석 씨는 힘이 세다고 말한다. 팔씨름에서 9명을 이긴 적도 있다고.

“이사가 저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1년 계약직으로 오긴 했는데, 일을 잘하면 다시 계약해주겠죠 뭐. 저는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얼마 전부턴 이사짐을 옮기는 현장에도 투입됐다는 유형석 씨는 스스로 힘이 아주 세다고 말한다. ⓒ에이블뉴스

형석 씨는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수원역 근처 빨래방에서는 병원빨래와 담요빨래 등을 하며 8년이나 근무했다. 다른 길을 가고 싶어 바리스타에 도전해 카페에서도 1년 5개월여 머물렀다. 덕분에 카푸치노나 아메리카노 정도는 직접 만들 수도 있게 됐다.

요즘은 아침에 정신장애인을 위한 마음샘정신재활센터에 들렀다 오후에 이사용역 회사 창조이사로 출근한다. 지난해 6월 12일 입사해 아직 1년이 채 안됐지만 이 곳에 근무하면서 성격이 더 밝아졌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도 갖게 됐다. 4명이 한 팀을 이루는데, 형석 씨가 팀장이다.

유형석 씨가 근무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수원지점 용역서비스사업단은 중증장애인생산시설 지정기관으로, 공공기관의 이사 용역을 맡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적금 통장이 3개나 된다는 그는 나중에 분식집을 차리고 싶어 한다. 요즘은 여자 친구와 함께 그 꿈을 키워가고 있다.

마음샘 센터에서 만난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여친 이해리(35) 씨와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알게 된 지는 1000일이지만 정식으로 사귄 건 지난 해 11월부터다. 내년 4~5월경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이미 양가에도 서로를 소개했다.

그래선지 주위 동료들은 많이 웃는 형석 씨 얼굴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고 말한다. 해리 씨는 열심히 일하는 “형석 씨의 성실한 모습에 반했다.”고 말한다. 보고만 있어도 좋은 여친 덕분에 형석 씨는 담배도 많이 줄였다. 점차 끊을 계획이다.

유형석 씨는 여자 친구 해리 씨와 내년쯤 결혼할 예정이다. ⓒ에이블뉴스

형석 씨의 행복한 일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수원지점은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중증장애인생산시설로 지정받은 기관이다. 지난해 5월 설립해 현재 다양한 공공 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전문적인 이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총 1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이 중 9명이 모두 중증 장애인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담당 사무관은 “공공기관에서 중증장애인생산품을 구매하는 것은 곧 제2 제3의 유형석 씨가 나오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라며, “최근 중증장애인생산시설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용역의 질이 일반기업 수준으로 향상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생산품을 구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난히 검은 눈썹을 가진 형석 씨의 별명은 ‘터프가이’다. 한 때 무명가수 시절도 있었고, 태권도며 합기도, 유도, 힙합댄스에도 재능을 보였던 나름 기대주이기도 했다. 정신장애를 갖게 돼 힘들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통장을 3개나 가지고 결혼을 준비하며 안정된 사회생활을 설계하고 있다.

여자 친구 이해리 씨는 종종 형석 씨의 일터를 찾는다. 일하는 형석 씨를 지켜보는 해리 씨의 얼굴에, 그리고 그 여친 바라보는 형석 씨의 얼굴에 무한 행복과 자신감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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