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가야요양원에서 근무 중인 발달장애인 양동석 씨와 오준영 씨는 요양원에 입원 중인 어르신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변용찬)이 만 18세 이상 지적․자폐성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올 8월부터 12월까지 시범실시 중인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개발사업’이 소기의 목표 달성과 함께 발달장애인 취업 및 일자리 유지 측면에서 긍정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140여명의 발달장애인이 전국의 요양원 등지에서 요양보호사 보조로 근무 중이며, 대부분의 근무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실제 경남 김해 가야대학 내 노인전문요양원인 가야요양원의 경우 최근 양동석(21, 자폐성장애 2급) 씨와 오준영(21, 자폐성장애 2급) 씨로 인해 원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김해 가야요양원에서 물리치료를 보조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원.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

두 친구는 특수학교인 김해 은혜학교에 다니다 면접을 통해 가야요양원 요양보호사 보조로 취업했다. 그런데, 특히 양동석 씨는 요양원에 입원 중인 어르신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는 얘기.

“동석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양복에 중절모를 쓰고 나타나는 등 특유의 쇼맨십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시고, 또 말도 너무 재미있게 하니까 어르신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원이 입원 중인 할머니와 공을 주고 받으며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

요양원측이 이런 사례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외부로 홍보해도 되느냐고 부모님께 허락을 구해올 정도다.

양동석 씨는 요양원 2층, 오준영 씨는 3층에서 각각 근무하며 요양보호사를 도와 휠체어를 밀고, 식사를 돕고, 어르신 말벗이나 청소 등을 하고 있다.

김해 가야요양원에서 입원 중인 어르신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원들.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

경남 사천의 성남두레복지원에도 현재 최원우(20, 자폐성장애2급 )군과 최 희(23, 지적장애 2급) 씨가 근무 중이다.

두 사람도 요양보호사들을 도와 맡은 일들을 잘 해내고 있으며, 어르신들의 얼굴에 활짝 웃음을 짓게 하며 친손자․손녀처럼 살갑게 굴고 있다.

사천 성남두레복지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보조원 박희 씨의 근무 모습.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

“처음엔 다들 걱정했죠. 요양원에서도 오히려 보호해야 될 사람이 한 사람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고들 우려하셨는데, 지금은 뭐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릅니다. 우리 친구들이 기대 이상으로 일들을 잘해주고 있어서 앞으로도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는 전망이 아주 밝습니다.

물론, 부적응 사례도 없지 않다. 집에서 매일 스마트폰 게임을 하던 친구들이 근무 시간에도 게임을 하거나, 힘들다고 어딘가로 사라져 한 두 시간씩 쉬다 오기도 한다.

혹은 자녀를 혼자 보내자니 안심이 안 되는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출근해서 요양원내에서 기다렸다가 아예 함께 퇴근하는 경우도 요양시설들이 싫어하는 모습이다.

또, 처음에는 더러 요양시설들이 마치 자신들이 큰 편의를 봐주는 것처럼 ‘갑’의 입장에서 발달장애인들을 대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되는 문제들이고.

발달장애인들이 이렇게 요양보호사 보조로 인정받는 일꾼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개월여. 지난 8월부터 2주간의 사전 교육과 2주간의 현장직무배치 후 9월부터 현장에 정식 배치됐다.

부모들의 반응도 좋아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는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참여 의사를 밝힌 발달장애인 40명 중 개별면담과 부모면담, 이동거리, 직업재활사 의견 등을 종합해 최종인원 15명을 우선 선정하고, 25명은 대기자로 확보했다.

또 사업을 위해 노인요양시설 18개소, 재가복지시설 9개소를 발굴하고, 이들과 일자리관련 업무협약뿐 아니라 연계 복지정책 개발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 김정일 사무국장은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로 딱 맞는 분야”라며 “경남의 노인요양시설만 218개소, 재가노인복지시설도 91개소가 운영 중이고, 근무 중인 친구들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라 내년에도 예산만 지원된다면 일자리는 충분히 더 확보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 임종혁 일자리개발팀장은 “올해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사업 목표 150명은 이미 달성했고, 내년에는 300명으로 목표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남두레복지원에 근무 중인 최원우 군과 입원 중인 어르신.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

하지만 문제는 참여 장애인 급여전액을 개발원이 지원해야 되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 내년에 300명으로 확대될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일자리에 대한 예산이 아직 확보되지 않아 사업운영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종혁 팀장은 “2014년도 목표인 총 일자리 개수 14,500명 중 일부를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로 돌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당연히 기존의 다른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발달장애인들을 일정기간 관리해 줄 직무지도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직무지도원 고용을 위한 예산은 아예 편성조차 돼 있지 않아 사업 전반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간제, 준전일제, 전일제형으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인들의 근무지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규모의 노인복지시설과 노인주거․의료․여가 복지시설 및 재가노인복지시설이다. 단 법인 또는 지자체가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의 경우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도 가능하며, 참여 장애인과 어르신의 안전사고 등을 대비해 상해보험과 책임배상보험에도 가입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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