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영(27)씨가 사법연수원 입소를 1년 연기했다. 최씨는 15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임명예정자 등록기간에 등록을 하지 않았다.

최씨는 입소시기를 늦춘 이유에 대해 “과중한 연수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음성듣기를 통한 학습훈련과 독자적인 보행능력 습득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천천히 준비하기 위해 연수원 입소시기를 1년 늦췄다”고 밝혔다.

최씨의 말대로 입소시기 연기는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 같은 판단을 하게 된 것은 연수원의 교육시스템과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씨는 두 눈의 시야가 주시점에서 5도 이하로 남은 상태로, 사물의 식별이 불가능해 독서는 물론 보조자의 도움 없이 일상적인 활동도 하기 어렵다. 때문에 텍스트 탐독, 강의, 실무연수 등의 과정을 최씨가 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사법 연수원은 최씨를 교육시키기 위한 전문 교육기법, 행정적 기반 등이 전무한 상황이다.

학습교재는 최씨가 사용하고 있는 음성지원프로그램 ‘센스리더’를 통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별 무리가 없지만, 웹을 통해 얻어야 하는 각종 정보를 습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학습보조기구를 이용하더라도 이미지와 문서의 각주는 전혀 읽을 수 없으며, 웹에서 판례 및 법령 검색을 하는 것도 인터넷 속도 등의 문제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수원 측에서는 최씨의 입소에 대비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습지원책을 마련키로 하고, 실무과목 교수 및 시설관리 담당지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지난 11일에는 첫 회의를 갖고, 시각장애인 연수생 지원을 위한 대책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현행 연수제도를 재검토해보기 위해 강의, 평가, 시설, 보조학습기구 등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준비키로 했다.

시각장애인 연수생들이 웹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홈페이지를 구축키로 했다. 또한 교재와 유인물은 미리 텍스트 파일로 제공하고, 시험 때는 문제지를 음성으로 바꿔 읽을 수 있게 하고, 컴퓨터로 답안지 마킹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최씨에게는 독립된 학습공간과 기숙사 독방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무 수습에 나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법원과 검찰, 변호사협회 등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내년 초에는 지금까지 3명의 시각장애 연수생을 교육한 일본 사법연수원에 교수를 파견해, 연수 및 실전 업무 지원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워오기로 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