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기독교사회책임의 주최로 ‘시각장애인 안마사와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의 상생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에이블뉴스

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기독교사회책임의 주최로 ‘시각장애인 안마사와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의 상생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주최 측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안마사협회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 김규호 목사는 “애초 대한안마사협회 송근수 회장을 토론자로 모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하루 전날 토론회 불참의사를 밝혀왔다. 자신들의 생각과 뜻이 강하다면 어떤 자리든 참석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렇다면 대한안마사협회 측에서는 이번 토론회에 왜 참석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대한안마사협회는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들의 입장을 주장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마련한 자리이기에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안마사협회 이규성 사무총장은 “주최 측에서는 우리 협회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세미나를 계획하고 통보해왔다. 시각장애인 안마독점권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모두 인정한 완전한 제도다. 제도의 타당성 여부를 다시 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장은 “그들이 말하는 ‘상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현 시점에서 ‘상생’이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합헌을 뒤엎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얼마 전 또 다시 위헌소송을 제기한 그들의 태도는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주최 측인 기독교사회책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총장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는 안마사들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기독교사회책임의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는 상위단체의 입장을 거스르면서까지 위헌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이 세미나 역시 애초부터 중립성이 결여돼 있었다. 한마디로 마사지사들의 입맛에 맞춘 그들만의 토론회였다”고 비판했다.

안마사 독점제도 폐지를 전제로 토론 벌여

실제로 이날 세미나는 안마업을 비시각장애인에게도 개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전제아래 토론이 전개됐다.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면서 비시각장애인들도 안마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 이날 토론의 핵심이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기독교사회책임 서경석 목사는 “100만에 가까운 인구가 마사지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전부 불법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마사지가 아니라 시각장애인 생존대책을 세우지 않고 방치해온 복지부에 있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또한 “우선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들이 시각장애인들의 앞길을 여는데 협력해야 한다. 장애인고용부담금처럼 모든 마사지업소가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을 때는 의무적으로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도록 법제화 한다거나, 호텔, 보건소, 복지관 등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을 의무적으로 고용토록 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제도개혁 후에는 비시각장애인에게도 안마가 허용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마사지사총연합회 송기택 회장은 “독점을 주장하는 안마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마사지사들의 생존권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관광마사지 운영권 독점, 안마사 채용의무화, 복지기금 마련 등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을 대표해 토론에 나섰다는 안마연대 송기완 회장마저 두 업권의 상생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송 회장은 “마사지사와 안마사의 상생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퇴폐영업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안마사협회의 권력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경유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세미나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와 비시각장애인 마사지사 간의 화합과 상생’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내걸었지만,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입장과 주장은 들을 수 없어 반쪽짜리 토론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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