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욱 한국복지대학교 사회통합연구센터장. ⓒ에이블뉴스

유명한 정치철학자 존 롤즈는 한 국가나 사회에서 정의로운 분배가 실현되려면 ‘최소극대화의 원칙’이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원칙은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이 개선되려면 그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계층의 삶의 질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리주의자 벤담이 주장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분배이론이다.

우리 사회에서 ‘최소’는 장애인이라 할 수 있고 ‘최소’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이다.

기초사회보장제도가 해외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생명줄과도 같다. 최근 우리나라의 장애인 실업률은 7.9%로 전체인구 실업률(3.8%)의 2배나 되고, 특히 중증장애인은 실업률이 무려 11.2%로 매우 높은 실정이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빈곤예방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최고의 복지이다.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을 위한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필자는 새 정부의 장애인 일자리 정책과 관련하여 올바른 방향설정이나 그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사항과 과제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원 노력이 현재보다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약 30년 동안 우리나라 많은 장애인들이 의무고용제도를 통해 일반기업과 공공부문에 꾸준히 취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민간기업 장애인 고용률이 1990년 0.43%에서 2016년에는 2.56%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의 혜택이 주로 경증장애인에게 돌아가서 장애정도가 심하고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중증장애인은 여전히 취업하기가 매우 어려운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증장애인 실업률은 국민전체 실업률의 3배에 이른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일반기업체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위해 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인 표준사업장 운영을 지원하고 또 보건복지부는 직업재활시설을 통해 일자리 제공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9천명씩 배출되는 특수학교(급)를 졸업한 중증장애인들(발달장애 포함)은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어 그들 중 절반은 졸업과 동시에 다시 실업자가 된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나 산하기관인 장애인고용공단은 ‘중증장애인 고용증진TF팀(가칭)’을 만들어 현재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중증장애인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고 이들을 위한 적합직종이나 적합직무도 공격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단은 기존의 행정이나 금융업무보다는 신규 일자리창출과 같은 직접적 사회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국 560여개 직업재활시설의 1만5천명 중증장애인들에게는 기본적인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들 중 법적 근로자로 인정되는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앞장서서 최저임금보장 등의 근로자로서의 기본권을 확실히 보장해주고, 장애가 너무 심해서 일반적 근로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는 새 정부의 공약인 ‘기본소득제도’등을 통해 이들의 생존권을 철저히 보호해 주어야 한다.

우리나 이웃들 중 누군가도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중증장애인이 될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울 질 수도 있다. 후천적 장애비율이 90%를 넘는 현실에서 장애인정책은 바로 우리와 이웃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땅의 중증장애인에게도 ‘고용다운 고용, 복지다운 복지’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직업재활시설 운영방식은 고용도 아니고 복지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측면이 있어 운영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일자리와 훈련기회를 제공하고 일정수준 이상의 임금도 지급함으로써 이들의 삶의 질 증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쯤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운영방식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 장애인 주거시설 탈시설화 운동이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거세게 일어난 것처럼 이제부터는 직업재활시설의 탈시설화 운동도 단계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다수 중증장애인들은 언제까지 일반사회나 직장과 분리된 채 그들만의 작업공간에서 단순작업만을 계속해야 하는가? 중증장애인도 도심 오피스빌딩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아지고 나아가 그런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나라가 새 정부가 지향하는 진정 ‘나라다운 나라’ 아닌가? 도심 길거리에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장애인들이 보이는 것처럼 이제는 지역사회 내 직장에서도 장애인들이 많이 눈에 띄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재활시설이 더 이상 장애인복지시설로 묶여 있어서는 안 되며, 명칭도 분리보다 통합을 강조하는 ‘통합직업지원센터(가칭)’로 변경하고 고용의 성격이 강하다면 소관부처도 고용노동부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나아가 관련 법률도 상황변화에 맞게 한번쯤은 전면 재검토와 개정이 필요하다. 고용은 고용다워야 하고 복지는 복지다워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장애인고용 및 일자리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은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일자리 중에서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신 할 가능성이 큰 단순직종 일자리가 가장 많이 감소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의 단순직종 종사비율이 상당히 높아 향후 장애인들의 대량 실직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전문가의 한 연구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2020년까지 우리나라 장애인 취업자수가는 약 45만명 감소한다고 한다. 현재 전체 취업장애인수는 88만인데 그 중 절반이 실직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미래창조부, 교육부, 복지부 등 관계부처 합동 TF팀을 조직하여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 장애인고용 및 일자리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장애인고용이나 일자리 관련부처의 효율적 연계와 협업을 위한 대통령직속 ‘장애인고용위원회’ 또는 ‘장애인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

현재는 국무총리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장애인의 교육, 복지, 고용, 이동편의 등의 정책을 심의·조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다년간 이름뿐인 유명무실한 조직이어서 관련 부처간 연계, 협업이나 조정 역할은 거의 하지 못했다.

장애인고용이나 일자리사업의 경우 장애특성과 유형, 욕구 등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한 정부부처가 단독으로 맡기엔 한계가 있어 다른 어떤 업무보다 관련부처를 아우르는 실제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장애인고용이나 일자리사업이 효과적으로 수행되려면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등의 여러 부처 연계와 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도 백악관에 대통령직속으로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 ; U.S.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ttee)를 두고 대통령이 장애인 등의 소수계층 고용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한명의 장애인이 성공적인 취업을 하려면 의학적 지원, 고용지원, 일정수준의 교육, 이동환경 등의 여러 부문이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부처를 총괄하고 연계하는 대통령직속 ‘장애인고용위원회’또는 ‘장애인일자리위원회’가 조속히 설치되어야 한다. 장애인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어려우면 장애인, 노인, 여성, 이주노동자 등의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취약계층 일자리위원회’라도 운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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