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입국한 김연아가 기자회견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영종도=박정호 기자/노컷뉴스

김연아가 드디어 명실상부한 피겨 여제의 자리에 등극했다. 제대로 된 피겨 연습장 하나 구하지 못해 여기저기를 전전하고, 발에 꼭 맞는 스케이트 날 하나를 위해 일본으로 갔던 그녀였다. 김연아가 등장하기 이전 피겨 스케이팅은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간혹 TV에서 동계올림픽을 중계하면 어쩌다 눈을 돌려보는 정도였다. 그러나 김연아의 등장은 대한민국의 눈높이를 변화시킬 정도로 강렬했다. 세계 피겨 무대에서 눈부신 성장을 통해 김연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으며 올림픽은 그녀에게 사상 최고의 점수로 화답했다. 쉽게 깨질 수 없는 꿈의 점수로 완벽한 여왕이 된 그녀. 김연아는 국민 요정에서 세계적인 피겨 여제로 우뚝 섰다. 우리는 그녀의 연기와 눈물을 보고 희망과 환희의 순간을 경험했다. 아무 것도 없었던 곳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한 그녀는 피겨 그랜드슬램에 걸맞은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한국 피겨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김연아의 감격을 십분 누리고 있다. 이 감격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각종 CF는 계속해서 김연아를 요구할 것이다. TV는 금의환향한 김연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집중 조명할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김연아의 힘겨웠던 과거도 투영되리라. 힘겨웠던 과거의 모습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저 개인의 고생으로만 여겨졌던 그 무명 시절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로 구분되는 장애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통산 5회나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우리 장애인 기능전사들은 여전히 국민들의 관심 밖이다. 전 세계 모든 기능장인들이 모여 자신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린 기능을 겨루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2011년에는 그 경기가 서울에서 개최된다는 사실도 말이다. 2007년 일본 시즈오카에 이어 2011년 9월 서울에서 작지만 그 뜨거운 울림과 격정이 휘몰아치는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각종 언론에서는 금번 동계올림픽에서의 선전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자 하는 평창에 이롭게 작용하겠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그 전에 김연아와 동계올림픽에 가졌던 뜨거운 국민적 감동과 관심이 2011년 서울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으로 옮겨가길 소원한다. 그 올림픽에는 김연아도, 모태범도 참여하지는 않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힘겨운 무명시절을 보낸 장애인 기능전사들이 참여한다. 김연아도, 모태범도, 다른 태극전사들도 경험하고 감내했을 그 무명의 고통과 각고의 노력을 동일하게 치른 장애인 기능전사들 말이다. 그들도 이번에 김연아 등의 경기에 우리와 똑같이 환호하고 눈물 흘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여전히 무명 속에서, 무관심 속에서 2011년 9월을 기다리며 피와 땀과 눈물을 남몰래 쏟고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후원도, 정부의 지원도 막강하지 않지만 개개인의 장애를 수용하고, 아름답게 극복하며 오늘도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김연아가 아무도 몰라주는 시간 속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감내하고, 제대로 된 스케이트 날 하나 지원해주는 사람 없이 오늘날 피겨 여제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자리를 향한 끝없는 도전의 결과일 것이다. 2011년 서울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의 슬로건 또한 <세계를 향한 끝없는 도전(Unlimited Challenge to the World)>이다. 김연아처럼 TV를 틀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는 없는 우리 장애인 기능전사들이지만 2011년 서울 대회를 준비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모든 임직원과 그들을 기억하는 국민들의 응원 속에서 또다시 국제대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이제 장애인 기능전사들 모두가 바로 김연아이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전지사 대리 김건우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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