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내부가 좁아 들어가기 힘든 화장실. <에이블뉴스>

대전시는 지난 2005년 3대 하천인 유등천, 갑천, 대전천에 10개의 깨끗한 수세식 공중화장실을 설치했다. 개당 4천500만원씩 모두 4억5천만원을 들여서 설치했지만 장애인들의 사용은 고려하지 않았는지 장애인 편의시설은 갖추지 않았다.

이 문제를 본인이 직접 2005년도 10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나서,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 이모 담당자에게 유선으로 장애인들의 고충을 설명하면서 장애인들은 밖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힘들어 외출할 때 밥을 굶고 외출을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화장실을 곳곳에 많이 설치하면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계천에 설치된 무인자동 공중화장실의 경우,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사용을 할 수 있고 아기기저귀 교환대, 아이용 의자, 샤워기 등이 설치돼 있다는 설명도 했다. 앞으로 공중화장실을 설치할 때 참고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니 그 관계자는 ‘참고 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5월1일 그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장애인들이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지금 하천에 설치돼 있는 것과 똑같은 유형의 공중화장실을 설치하기로 지난 4월 27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는데도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항의한 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직접 조사과정을 문의했다. 대전시청에 방문해 1차 조사를 했다면서 상위부서 결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답을 들었다.

대전시 유등천 등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은 진입로부터 좁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에이블뉴스>

5월4일 대전시청 하천관리사업소에 직접 방문해 자료를 보면서 알아보니 유성 과학기술원부근에 1개, 대전 엑스포부근에 2개를 설치하기로 계획이 세워졌다. 이곳은 말이 하천이지 길옆 인도로 휠체어 장애인들의 접근이 용이한 곳이다.

하지만 대전시측은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는 곳이 교통사고가 빈번해 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라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담당국장과 도시건설방제국장도 만나서 항의했지만 부하 직원만을 옹호했다.

행정부시장까지 만나서 자료를 가지고 설명하니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과 대전시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가격을 비교하면서 예산 타령을 늘어놓았다. 언론에 보도된 국가인권위원회 기사 내용을 보더니 대전시 하천변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을 장애인들이 이용 못하는지 믿을 수가 없다고 변명했다.

과연 대전시는 장애인복지 정책을 제대로 펴고 있는지 의심이 갔다. 21층 청사를 지을 때는 수백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 장애인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용변처리를 위한 화장실 설치에 예산타령을 하고 장애인 무시하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쏟아내는 대전시청을 보면서 아직까지 이런 공무원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문제가 있다. 장애인 차별 진정을 하면 바쁘다는 핑계로 수개월이 지나도 조사에 착수하지 않는다. 그 사이 장애인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진정해도 소용없다’는 장애인들의 한숨만 늘어간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용하기 힘든 너무 좁은 화장실 내부. <에이블뉴스>

[리플합시다]장애인 일자리 100,000개 과연 가능할까?

[투표합시다]장애인 일자리 100,000개 과연 가능할까?

올해 대전시의 공중화장실 설치 계획. 결코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에이블뉴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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