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문을 연 안산시 호수공원의 개장식 모습. <에이블뉴스>

현장점검/안산시 호수공원

경기도 안산시 고잔 신도시에 20만평 규모의 호수공원이 지난 3월 26일 개장했다. 이 호수공원은 2001년 1월 총 사업비 960여억 원을 투입해 수자원공사에서 착공, 2004년 말 준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산시가 인수 과정에서 하자를 지적하면서 수자원공사와 책임공방을 벌이게 됐고, 4차례의 연기 끝에 선거를 앞두고 개장한 것이다.

이 공원은 특이하게도 공원 한가운데 도로가 길게 가로질러 나 있다. 공원이 반으로 양분되어 있는 것이다. 공원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고 놀다가 공이 도로로 굴러가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쪽 공원에서 놀다가 반대편 공원으로 이동하려면 육교를 이용해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 도로에만 육교가 두 곳이나 설치돼 있다.

장애인 입장에서는 육교는 반길 수 있는 시설이 결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육교를 만들었다면 양쪽에 엘리베이터가 꼭 설치돼야 한다. 그동안 장애인단체에서는 공원내 육교들과 공원입구(해안도로 대우 푸르지오 6차아파트 앞) 육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강력히 주장해왔다. 결국 수자원공사와 안산시청, 장애인단체가 합의해 호수공원 내 육교 한곳과 공원입구 육교에 엘리베이터를 양쪽에 2대씩 총 4대를 설치했다. 그래도 만일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휠체어 장애인은 무단 횡단을 해야 한다.

개장식 당일과 그 다음날인 27일 공원 화장실의 장애인 편의시설도 점검해봤다. 호수공원 내 화장실은 모두 7곳이다. 이중 중 2곳은 장애인화장실을 별도로 설치했고, 4곳은 일반 화장실 내부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설치했다. 전체적으로 수동(전동)휠체어나 스쿠터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좁고 불편했다. 개장 전에 수자원공사와 안산시청에 방문해 이런 문제점을 수차례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했는데, 개선되지 않은 채 개장되어 있었다.

별도로 만들어진 장애인화장실 2곳에는 자동문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내부를 살펴보니 용변기로 들어가는 문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한 접이식 여닫이문이었다.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 그리고 손이 불편한 장애인은 일단 문을 반으로 접기가 힘들어서 이런 식의 문은 매우 불편하다. 또한 문이 접혀져 있을 때 공간이 좁아져 용변기로 접근해야하는데도 문제가 있다.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불편한 접이식 여닫이문이 장애인용 화장실에 설치돼 있다. <에이블뉴스>

세면대에는 중심을 잡아주는 손잡이가 전혀 설치가 되어있지 않아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잘못하면 넘어져 크게 다칠 우려가 있었다. 장애인 화장실에 소변기를 설치했다고 일반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손잡이도 설치하지 않았다. 위급상황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도 장애인화장실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손이나 발로 누르는 세정장치도 고장 난 채로 개장식 다음날까지 방치돼 있었다.

나머지 4곳은 남녀 일반화장실 내부에 장애인화장실을 별도로 설치했다. 수동(전동)휠체어나, 스쿠터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문도 공간이 좁아 자바라식으로 설치한 듯 했다. 용변기 뒤에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곳도 있어서 중증장애인이 이용할 때 커다란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였다.

화장실 세면대에는 손잡이도 없었다. 이곳 남자화장실 소변기에는 장애인화장실에 소변기가 있다는 이유로 손잡이가 없었다. 화장실 어느 곳에서도 기저귀 교환대나 아기들을 위한 의자(베이비시트)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육교를 건너 다른 편 공원에는 잔디구장과 인라인스케이트장, 농구코트장, 산책로가 있다. 이곳에는 화장실 2곳이 있지만, 이곳 중 육교와 가까이 위치한 화장실에는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7개의 화장실 중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나머지 한곳의 화장실은 한참 아래에 위치해 있어 육교 근처에서 용변이 마려우면 육교를 건너가거나 한참을 아래로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음성유도기는 규격외 제품을 설치했다. <에이블뉴스>

공원관리사무소 옆 장애인화장실 한 곳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가 설치됐다. 음성유도기는 이미 2004년 10월에 국가표준이 고시되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제품은 표준 이전에 제작한 인증을 받지 않은 규격외 제품이었다. 납품한 업체의 부도덕성과 구매처의 무성의함도 느껴졌다. 그나마도 다른 화장실 입구에는 전혀 설치가 되지 않아 어느 쪽이 남자화장실이고, 여자화장실인지를 시각·저시력 장애인은 안내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로 이곳 호수공원에는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맞는 화장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한편 중앙광장 야외무대의 경우, 양쪽에 계단만 있고 경사로가 전혀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공연과 행사를 할 때 어떻게 이용을 해야 할지 의문스러웠다.

안산시가 시민들의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도 않았는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서둘러 개장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의문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관리하고 감독해야할 안산시청이 이런 식이라면 누가 안산시청의 말을 믿겠는가? 안산시내 다른 곳에도 편의시설이 제대로 설치될 수 있겠는가? 안산시청은 하루속히 호수공원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개선해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등이 모두 불편 없이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앙광장 야외무대의 경우, 양쪽에 계단만 있고 경사로가 전혀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에이블뉴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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