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사격연맹 월터 블라민크(Walter Vlamink) 회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현장점검/청주시 명암타워 컨벤션센터

지난 24일 2006 청주 직지배 아시아오픈 장애인 사격대회 개회식이 열렸던 청주시 용담동 명암타워 컨벤션센터 1층 그랜드볼룸을 찾았다. 명암타워 컨벤션센터는 지난 2003년도 12월 26일 준공된 건물로 2년3개월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최신의 건물이다.

이날 개회식에는 국제장애인사격연맹 월터 블라민크(Walter Vlamink) 회장과 임원, 대한장애인사격연맹 장인화 회장과 부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 최경식 사무총장, 이원종 충청북도지사, 연영석 청주시장 권한대행, 청원군수 등 주요내빈과 9개국 선수와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이번 사격대회에는 총 9개국에서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남성 23명과 여성 9명을 포함해 총 87명의 장애인선수단이 참가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인 대회는 국가의 위상에 걸맞도록 각국 선수단이 불편 없이 경기할 수 있는 편의시설 등에도 철저한 준비를 하고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개회식 장소인 명암타워 컨벤션센터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곳이다. 화장실 내부 입구는 경사로에 턱이 있어 휠체어가 지나기에 불편했고, 점자유도블록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화장실 내부가 너무 좁았다.

특히 장애인화장실의 경우는 수동휠체어가 들어가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는 전혀 들어갈 수 없었다. 화장실 손잡이도 양쪽에 일자로만 설치하여 장애인이 사용하기에 불편했다. 이는 법규에도 어긋나는 부적절한 시설이다.

국제장애인사격연맹 월터 블라민크(Walter Vlamink) 회장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에이블뉴스>

손과 발이 불편한 장애인이 사용하는 변기의 세정장치와 센서 등도 없었다. 특히 남자장애인화장실은 시설 내부가 너무 좁아서 아예 문도 없이 커튼(수동식 롤스크린)을 설치, 줄을 잡아당기면 감아서 올라가고 내려가도록 되어 있었다. 손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설이다. 여자장애인화장실도 남자장애인화장실보다 조금 넓고 문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 건물은 입구 출입문도 자동문이 아니고 여닫이문이다.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밀고 들어가다가 부딪치거나 넘어져 다칠 위험이 매우 높은 것이다. 건물입구와 화장실 등 어느 곳을 보아도 점자유도블록이나 음성유도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휠체어를 사용하는 국내 선수들이 실외에 모여 있어서 화장실등 시설물에 대한 전체적인 문제를 제기하니, 장애인사격협회 관계자가 “남의 잔치에 와서 왜 시끄럽게 하느냐”고 불평하면서 “그러면 우리나라에 잘된 화장실이 어디에 있느냐”며 오히려 따졌다. “미리 시설점검을 해서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다시 질문을 하니, “시간이 부족하였고, 개회식 장소가 변경되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것이 장애인계에서 일하는 일부 비장애인 지도자의 현실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동료 의식에서라도 장애인의 보행권과 인권을 위해 시설의 보강과 편의증진법의 개선에 앞장서야할 지도자가 이래서는 안 되는 법이다.

저녁식사 시간은 더욱 가관이었다. 뷔페식으로 마련됐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해 휠체어와 목발을 짚은 장애인이 음식을 직접 가져다 먹고 있었다. 각국의 장애인 선수들과 국제장애인사격연맹 회장까지 초청해놓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가 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나라 장애인들이 자국에 돌아가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를 생각하니 한없이 부끄러운 생각만 들었다. 이곳이 청주의 대표적인 건물 중에 하나라는 사실과 대통령과 충남도민이 대화를 했던 장소라는 사실에 더욱 참담함을 느낀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인지 알 수 있었으며, 지키지 않아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사회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도 알 수 있었다.

문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장애인전용 화장실. 문도 커튼식이다. <에이블뉴스>

법규에도 없는 소변기. 장애인들에게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어졌다. <에이블뉴스>

공간이 좁아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곤란한 장애인화장실. <에이블뉴스>

자원봉사자가 없어 힘겹게 음식을 가져가고 있는 목발 사용 장애인. <에이블뉴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줄지어 음식을 가져가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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