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하철 전 역사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박종태 기자>

현장점검/16일 개통하는 대전지하철

오는 16일 개통을 앞둔 대전지하철 1호선 12개 역사(판암역, 신흥역, 대동역, 대전역, 중앙로역, 중구청역, 서대전사거리역, 오룡역, 용문역, 탄방역, 시청역, 정부청사역)를 지난 8일 점검했다.

먼저 대전지하철은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해서 시각장애인들의 추락을 방지,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승강장과 전동차의 사이가 넓어 발이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은 단점이었다. 직선구간도 위험하지만 곡선구간인 판암역, 신흥역 등은 더욱 위험해보였다.

또한 각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출입구가 8개가 되는 서대전네거리·시청·대동역, 출입구가 7개인 용문역등은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설치됐는지 안내문구가 제대로 없어 찾기가 어려웠다.

각역에는 남녀를 구분해 장애인 화장실을 잘 설치했고, 남자 소변기에도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비데도 설치했는데, 손이 불편하면 발로, 발이 불편하면 손으로 누르도록 화장실 바닥과 벽에 버튼도 제대로 달았다.

비데가 있어도 화장지는 있어야 하지만 화장지 걸이도 없다는 점은 문제였다. 손을 씻고 말리는 핸드 드라이어도 장애인 화장실에 없었다. 일반 화장실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공동으로 사용해야했지만 휠체어장애인이 사용하기에 너무 높았다.

중구청·중앙로역등은 화장실 용변기 뒤에 센서를 낮게 설치해 문제가 되고 있었다. 특히 센서가 용변기 뚜껑에 가려서 용변 후 물이 자동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이 부분은 대전광역시도시철도공사 직원도 문제점으로 인정했다.

중구청·용문·오룡·대전역등은 비상벨을 용변기 너무 앞에 설치해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불편한 상태였다. 특히 오룡역은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기에 여성화장실이 좁았다고, 대전역등은 화장실이 좁아 세면대를 좁게 설치했다.

그래도 화장실은 대체적으로 만족할만한 편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장애인들이 용변을 잘못 처리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샤워기를 추가로 설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유도기를 매표소, 화장실입구, 엘리베이터 앞 출입구 등에 설치했지만 동시에 울려서 소음이 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역사 구조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촉지도가 설치됐지만,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편리한 반구형이 아닌 부식형이었다.

대전지하철에는 휠체어리프트가 1대도 없는 걸로 알았는데 신흥역 지하 2층 계단에 가보니 설치가 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휠체어리프트가 있는 것이 전혀 이해가 안 됐다. 직원에게 문의하고 살펴보니 처음부터 역 구조가 잘못 설계돼 있는 것이 문제였다.

지하 3층 승강장에서 지상 1층 출입구로 나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는데, 지하 1층에 화장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게 설계돼 있었다.

지하3층 승강장에서 내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지하 2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휠체어리프트로 갈아타고 지하 1층으로 올라가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 여기서 지상으로 나가려면 다시 휠체어리프트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출입구로 나가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줄 것이 뻔해 보였다. 비장애인들도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층과 층 사이를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불편이 예상된다. 역사 직원들도 화장실에 가려면 다들 불만이었다.

대전지하철 전동차의 폭은 2.75m로, 서울 전동차 3.2m보다는 다소 좁았다.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넉넉한 공간이라고 할 수 없다. 전동차 뒤쪽 한 좌석을 치우고 장애인용으로 비워놓았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이동하기에는 불편한 상황이었다.

전 지하철 역사의 매표창구도 높아 휠체어 장애인들이 표를 받으려면 불편한 상황이었다. 창구 한곳만이라도 높이를 낮춰서 휠체어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전지하철은 개통 시기를 늦춰가면서까지 시민들에게 불편사항을 점검하도록 하고, 장애인 편의시설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지적받은 사항을 꼭 고쳐서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대전지하철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휠체어장애인에게는 너무 높은 매표소 창구. <박종태 기자>

신흥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 설계 잘못으로 인해 이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됐다. <박종태 기자>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간격이 너무 커서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가 되고 있다. <박종태 기자>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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