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전 본부장은 복지부로부터 해임요구를 받고 지난달 25일 사퇴했다.

[해설]장기기증본부 얼마나 문제 있나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고재식)는 91년 법인설립 후 장기기증 운동을 전개해 지난해까지 31만5천여명의 장기기증 희망자를 등록관리하고 있으며 지난 9월말 현재 822명의 신장이식 실적을 올리는 등 장기기증운동의 공로가 혁혁한 법인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지난해 법인 상임이사이자 본부장인 박진탁(67)씨가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진행중에 있으며 대구경북지부 서대형 사무국장과 정상우 총무과장이 공금유용 및 횡령사건이 알려지면서 이 단체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 복지부의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장기기증본부는 조직·인사·예산집행에 필요한 기본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임의로 처리하고 있었으며 예산낭비 등 법령위반 및 부당사항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조합에서 현재의 장기기증본부를 "썩어가고 있다" "뇌사상태에 빠져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법인의 총괄적인 업무를 담당해온 박진탁 상임이사는 정관에도 없는 본부장을 겸임하면서 독단적인 법인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법인소유 재산 약 24억원을 경인지역본부에서 운영중인 인공신장투석실을 별도의 사회복지법인으로 설립하기 위해 이사회의 심의 의결 및 복지부장관의 승인 절차없이 임의로 무상 출연했다. 결과적으로 법인 재산의 손실을 가져온 것이다.

또 그는 정원규정에도 없는 직원을 채용하거나 승진 대상이 아닌 사람을 승진시키고, 특별한 사유없이 직원들의 호봉수를 임의로 책정하는 등 인사관리의 체계를 전혀 갖추지 않고 법인을 운영해왔다. 그 자신은 상임이사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법인에서 발간하는 정기간행물 선한 이웃의 대표자로 부당하게 등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9월 4명의 새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이 추천한 이사 4인을 선임한 후, 곧바로 이들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선임함으로써 결국 신임이사 4인은 사전에 이사회 안건을 통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장 선임에 참여하게 하는 등 이사회 운영도 부적절하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진탁 전 본부장은 법인 예산으로 사랑의 헌혈운동사 및 장기기증운동사 책자를 무리하게 발간해 약 2억원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그는 수익사업으로 ''사랑의 헌혈운동사''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사'' 책자를 발간하면서 이사회의 심의·의결 및 복지부장관의 승인도 받지 않았으며 신장장애인의 복지에 사용돼야할 후원금 1억2천500만원을 책자 제작대금으로 부당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개인명의로 책을 발간해 본인에게 저작권 및 재산권을 귀속시켰으며 본인의 자서전인양 1인칭으로 서술했으며 책의 마지막에는 자신의 집안 가계도까지 첨부시켰다. 이 책자는 1만부가 제작됐으나 아직 8천여권이 창고에 보관되고 있어 약 2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장기이식등록기관은 장기기증 등록을 결정한 경우에는 등록을 하고 지체없이 그 결과를 신청인 및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법률에서 정하고 있지만 장기기증희망자 20만3천26명을 등록관리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10월 5일까지 한번도 관련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와 같은 이유로 박진탁 상임이사에 대해 임원해임 처분을 요구했으며 그는 지난 11월 25일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 표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박 전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해임 절차를 거쳐야하며 책 발간 등으로 인한 재정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박 전 본부장이 사퇴했지만 사실상 아직도 뒤에서 이사회를 전두지휘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러한 근거로 노조는 지난 12월 6일자로 단행된 나현집(노조 위원장) 부장을 포함한 38명의 직원에 대한 징계 처분을 들고 있다. 이번 징계에서 나현집 노조위원장이 해고되는가하면 징계대상 38명중 32명이 노조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 노조는 "이사장은 박 전 본부장의 대학 입학동기이며 신임 상임이사는 형사재판 담당 변호사"라며 "이사회의 대부분이 측근들로 이뤄져있다"고 항변했다. 노조는 재단의 민주적 운영과 정상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1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반면 박진탁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고재식 이사장은 "박진탁 목사는 모금은 잘하고 대외관리는 잘했는데 내부 관리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다"며 "행정적인 절차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지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의 파업과 관련 고 이사장은 "파업을 할 이유가 없는데 왜 파업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불법을 저지른 적이 없고,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복지부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이며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문제를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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