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이 임신·출산, 육아활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사회적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에이블뉴스 자료사진>

"뇌성마비 1급인 아들 영수에게 물리치료를 해 줘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지난 2001년 뇌성마비 1급의 아들을 잃고 정상인 4살 박이 딸 현주(가명)를 키우고 있는 김희연(가명·30·뇌성마비1급)씨는 말을 잊지 못했다.

세상을 달리한 아들을 가슴에 묻은 김씨는 "정부의 혜택을 받아도 첫째 아들의 물리치료와 양육도우미를 이용할 경우 70만원이 소요, 약 20만원 가량이 부족했다"며 "여기에 반찬 등 자신의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따지면 경제적 어려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 때 일반인 남편이 월급 120만원을 벌어와도 저축은 꿈도 못 꾸고 미래에 대한 설계보다는 현실을 헤쳐나가기에도 힘들었습니다"

뇌성마비로 인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영·유아기의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김씨는 이제 딸 현주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 쉰다.

"결혼을 하고 난 뒤 막연하게 '지게 크겠지'라는 생각과 '주위에 기대지 않겠다'는 각오로 키우려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게됩니다"

6살이 되기 전까지는 돌아다니고 항상 사고에 노출돼 있어 보호자가 곁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주는 현재 친정아버지가 돌봐 주고 있다.

"남편의 회사는 집 근처로 한정돼 있고 회식도 마음대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아내의 역할을 못해 줄 때가 많습니다. 이런 남편에게 항상 미안함과 함께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한편으로 "생활에 지쳐 가정에서 손을 놓을지는 안을 까"라는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아이가 밖으로 나가고 싶은 데 같이 외출하지 못할 때, 옷을 입혀 주지 못할 때 등 어머니로서 해줘야 하는 일을 못해 주고 있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처럼 여성장애인들은 여성이라는 것과 함께 장애인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최근 여성장애인연합이 조사한 "여성장애인 임신·출산·육아 현황"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응답자의 41.4%인 60명이 비용 때문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양육관련 서비스 욕구는 51%인 197명이 부모역할 지원을 위한 도우미 파견이라고 응답, 여성장애인 영·유아기 육아현황의 열악성을 증명한다.

이와 관련 여성장애전문가들은 "여성장애인들의 양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성장애인 자녀 보육시설 우선 이용 기회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여성장애인이 임신·출산, 육아활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사회적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아이에게 장애로 인해 여러 가지를 못해 주고 있지만 사회 구성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5만원 정도의 활동비를 받고 시민단체에 근무하는 김씨는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의 "자녀들은 나라에서 다 키워주겠네"라는 말이 멀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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