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처럼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주몽재활원 김윤상 학생이 오는 3월 세상에 편견에 맞서 아름다운 도전을 시작한다.

"저는 왼쪽 눈(현재 의안착용)과 오른쪽 팔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배우기 위해 주몽학교 유치부 기린반에 재학중이죠. 궁금한 게 많고 시계 보는 것과 동화책 읽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주몽재활원 홈페이지 가족소개 코너를 보면 김윤상(8, 지체장애2급) 학생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적혀있다. 앞니가 모두 빠진 윤상이는 전형적인 그 나이또래의 개구쟁이다. 질문이 무척이나 많고 성격이 매우 밝다. 숫자에 대해 관심이 많아 숫자가 들어가는 것은 모두 외우는 편이다. 장애만 없다면 그 나이또래 아이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윤상이다. 올해 봄 윤상이가 미래를 향한 힘들지만 아름다운 도전을 시작한다.

똑똑하고 성격 밝은 윤상이

▲주몽재활원 행복방에서 같이 생활하는 김윤상 학생과 원윤희 학생이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주몽재활원 행복방에서 4명의 형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 윤상이가 올해 8살이 됐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된 것이다. 주몽재활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주몽학교에 진학해 고등학교까지 마치는 것이 의례적이다. 하지만 윤상이는 이번에 일반학교에 진학한다.

"윤상이는 똑똑하고 성격이 밝아요. 너무 똑똑해서 또래 아이들을 지도하려고 하는 정도죠. 붙임성이 좋아서 아이들하고 잘 어울리구요. 일반학교에 가서도 잘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재활원에서 의논을 해 일반학교로 보내기로 한 거예요."

윤상이의 엄마 황혜선(26, 행복방 생활재활교사)씨는 윤상이를 일반학교에 진학시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재활원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 85년에 설립돼 수백명의 장애아이를 품어온 주몽재활원이 일반학교에 장애아를 보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5년 전에 유미라는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냈었죠. 유미는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렸고 학교 생활을 무리 없이 했어요. 재활원에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 아이의 장애는 가벼웠어요. 다리가 조금 불편했을 뿐이지 겉으로 보기에는 비장애아이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어요."

재활사업과 사회복지사 이광원씨는 5년 전의 경험을 되살려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윤상이의 장애는 5년 전 유미와의 장애와 그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윤상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팔이 짧았다. 그 짧은 팔에 손가락은 하나밖에 달려있지 않았다. 태어날 때 왼쪽 눈도 없었다. 현재 윤상이의 왼쪽 눈은 수술을 해 끼어 넣은 의안이다.

"의안은 별로 표시가 안 나는데 팔이 짧은 장애가 겉으로 드러난다는 것이 걱정이에요. 아이들이 분명 윤상이에게 '너 왜 그래' '너 왜 이상해'라고 물어올텐데 그때마다 윤상이가 잘 처신할 수 있을지….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윤상이와 윤희가 텔레비전을 보며 흥미진진해 하고 있다.
아직 입학통지서도 받지 안았지만 윤상이의 두 엄마 생활재활교사 황혜선씨와 임지영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두 엄마는 윤상이에 대한 진학 준비에 들어갔다. 우유각도 혼자 까도록 하고 지퍼 잠그는 것도 혼자서 하도록 시키고 있다. 혼자서 학교를 가보는 연습도 하고 있다. 특히 팔에 대해 아이들이 질문할 것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너 학교에 가면 아이들하고 뭐가 다르니?"

"얼굴도 다르고, 귀도 달라요."

"또 뭐가 다르니?"

"팔이 달라요."

"왜 팔이 다르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 건데?"

"'나 원래 이래!'라고 할 거예요."

자신 또한 장애를 갖고 있고 장애아들과 어울리며 살아온 윤상이는 '팔이 다르다'라는 답변부터 하지 않았다. 황 교사는 "윤상이가 여러 가지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니까 자신의 팔이 없는 것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라며 "문제는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황교사는 아이들보다 교사와 학부모에 대한 걱정이 더 많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윤상이가 주눅들지만 않으면 쉽게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 봐요. 하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교사를 만나면 오히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봐 걱정이에요. 학부모들이 장애아하고 같이 교육받는 것에 대한 거부를 할 수 있을 거구요."

▲윤상이의 희망의 브이자.
장애아가 살 곳은 바로 이 사회

유치원 담임교사 최명주씨는 "입학하기 전에 담임교사를 찾아가서 윤상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장애에 대한 이해를 시킬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주몽재활원 교사들은 윤상이가 겪을 아픔을 알면서도 굳이 윤상이를 통합교육을 시키려하는 것일까? 황혜선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윤상이와 같은 재활원 아이들은 세상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요. 주몽학교에 가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야 세상으로 나가게 되는 거죠. 그때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거구요. 언젠가 사회에 나가 자신의 장애로 인해 겪게 될 일이라면 미리 겪게 하자는 것이죠.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친구들도 사귈 수 있을 것이고, 경험도 넓힐 수 있을 거예요. 어차피 윤상이가 살아가야 할 곳은 바로 이 사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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