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장애인권리찾기부산연대(준)가 주최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사회적차별금지법에 관한 공청회'의 모습.<장애인권리찾기부산연대>

새 정부의 장애인복지공약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사회적차별금지법의 제정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독자적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추진해온 장애인계에서는 이러한 방향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장애인권리찾기부산연대(준)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사회적차별금지법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으며 한국장애인연맹은 29일 공식 논평을 발표했다. 두 법의 차이점과 효율성 등을 비교하고 바람직한 추진방향을 모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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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중 장애인, 학벌, 남녀,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대표적인 5대차별로 규정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사회적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따라 '국가차별시정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노 당선자는 당선이후 10대 국정과제를 설정하면서 5대 차별해소를 다시 언급, 사회적차별금지법 제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사회적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힘에 따라 차별금지법 제정논의가 본격화됐다.

현재 국가인권위에서는 사회적차별금지법제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법 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계에서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을 비롯한 47개 단체가 모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으로 그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독자적 장애인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

장애인계에서는 사회적차별금지법 제정의 추진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학벌, 비정규직, 외국인은 고용의 영역에 집중돼 있어 이에 대한 제재로 차별금지를 해소할 수 있지만 장애인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한국장애인연맹은 지난 29일 논평을 내어 "장애인 차별은 차별기간의 영구성, 차별유형의 총체성, 장애영역의 다양성 등으로 인해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공청회에서 장애인권리찾기부산연대 정책연구위원 송시섭 변호사도 "장애인 차별은 다소 포괄적인 영역에 차별이 미치는 여성을 제외하고는 다른 차별영역이 모두 고용 등의 문제에 국한된 것과는 달리 광범위한 영역에서 차별행위가 존재하고 있음 등에 비춰 법이 수행 목적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방황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차별영역에 활동이 집중돼 차별영역 중에서 장애인차별문제가 다시 차별을 받게 되는 이중차별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장애인계, 인권위 산하 차별시정위원회 거부

차별시정위원회 위상과 관련해 장애인계와 사회적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는 국가인권위원회와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인권위 산하에 차별시정위원회를 두는 것이 외견상 타당해 보이나 실제 인권위와 같이 무기력해지거나 다른 차별영역의 가시적인 차별시정 업적에 밀려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연맹도 "인권위가 권고 기능만 갖게 됨으로써 애초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채로 무기력해진 과정을 이미 경험했다"며 "인권위 산하에 차별시정위원회를 두면 다양한 차별영역의 요구에 파묻혀 실제적인 권리구제 절차를 위한 권한을 가질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사회적차별금지법은 기본법으로만

현재 장애인계에서 사회적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법이 모두 추진돼야하며 그 관계설정과 우선순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노무현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장애인특위에서 활동했던 최동익 수석은 "통합법의 형태로 사회적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하고 5대영역별로 개별법의 형태인 장애인차별금지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권리찾기부산연대는 "사회적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의 기본법으로서 차별금지법 총론이라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의 실질법으로서 차별금지법 각론이라고 할 수 있다"며 "두 법의 제정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돼야할 사항"이라고 지난 6일 인수위에 공식의견을 밝혔다.

한편 송 변호사는 "일반법으로서의 사회적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순위에 있어서 필요한 장애인을 위한 독자적인 차별금지법이 우선적으로 조속하게 제정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연맹도 "사회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지 않으며 이 법의 제정을 위해 미련한 힘이나마 보탤 의사가 있다"며 "다만 사회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일반법으로는 장애인 차별 문제를 포괄할 수 없으므로 독자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우선 제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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