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외식업체인 코코스 부천점에서 협력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인 김미희(왼쪽에서 세번째)씨가 동료들과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현장에서/코코스 조리사 보조로 취직한 김미희씨

"프렙이 뭐냐구요? 양상추 등 야채를 다듬고 볶는 일이죠!"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에 사는 김미희(22·정신지체2급)씨는 외식업체인 'COCOS'(코코스) 부천점에서 '프렙' 일을 하고 있다. '프렙'은 음식점에서 음식 재료를 다듬는 일에서부터 볶고, 튀기는 등 조리의 바로 전 단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전문조리사의 보조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프렙은 음식의 원재료에 가장 먼저 손을 대는 사람으로 무엇보다 청결에 신경 써야하며 조리사가 조리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재료를 완벽하게 가공해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직업이다. 전문 조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불을 만지기 때문에 안전이에요. 특히 스프 끓일 때 조심해서 하고 있어요."

김씨가 외식업체에서 프렙 일을 시작한지는 이제 6개월 정도가 됐다. 지난해 5월부터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외식사업분야 시범훈련과정 3개월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코코스 정자점에서 일을 배워왔다. 지난해 12월 이곳 부천점으로 자리를 옮긴 김씨는 이번 달부터 정식 협력사원(아르바이트)으로 채용됐다. 6개월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김씨는 주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씨와 함께 프렙을 하고 있는 김정애씨는 "일은 차근차근 잘하는 편이에요. 조금 서툰 면도 있지만 한번 알려주면 다시 설명을 안 해줘도 되니까 잘하는 것이죠"라고 평가했다. 현재 김씨가 다루는 채소, 과일 등은 총 30여종이 넘으며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맡은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내고 있다. 김씨 자신 또한 자신감이 붙어 일에 대한 만족감도 대단하다.

"지금하고 일이 재미있어요. 아직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이 일만 계속할 거예요."

또박또박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줄 아는 김씨는 대인 관계면에서도 원만하다. 황대권 점장은 "말을 붙이기 전에는 먼저 말을 잘 안 하는 편이지만 일단 말을 붙이면 오히려 더 말을 많이 하는 활달한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일도 숙련이 돼 있고,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려 정식 협력사원으로 채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미희씨가 조리의 바로 전 단계를 책임지는 프렙 보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2월 부천정보산업고 특수학급을 졸업을 앞둔 김씨가 청결과 위생개념, 서비스 정신이 강조되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끼게 된 것은 올해 고3에 진학하는 동생(17)의 역할도 컸다. 김씨의 동생은 매일 아침 '양치질을 했는지, 손톱은 짧게 잘랐는지, 머리는 빗었는지' 언니의 외모점검을 도와주고 있다.

비록 월급은 별로 안되지만 김씨는 이제 집에서 어엿한 가장 노릇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김씨를 비롯해 어머니, 큰언니 등도 김씨와 같은 정신지체인이다. 월38만원의 정부보조금과 장애수당으로 살아가는 김씨 가족들은 13년전 아버지는 잃었고, 그나마 생계를 잇던 장남 오빠마저 98년 심장마비로 잃었다.

"월급을 타면 엄마도 주고 동생 대학 보낼 학비 마련을 위해 저축할 거예요. 아직 핸드폰이 없거든요. 핸드폰도 사구요."

야무진 계획을 밝히는 김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시키기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현재 총 5명의 정신지체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코코스의 최병희 마케팅 팀장은 "사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지 않았는데 막상 장애인들이 현장에서 별 무리없이 일을 소화해내고 있어 앞으로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실무작업과 김무웅 공과장은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부족한 인지적 능력, 적응행동 능력 등은 기질적 원인이기보다는 환경적인 경험부족으로 인한 경우가 많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충분히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며 "현장 중심 직업능력개발을 통해 이번에 총 6명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외식분야로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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