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보이스카웃빌딩 회의실에서 이범재석방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에이블뉴스>

전 인수위 행정관 이범재씨 구속수사 의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행정관으로 일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이범재(41·지체장애2급)씨가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언론에서 이씨 사건을 이용해 노무현 정권의 외곽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성토가 높다. 최근 결성된 '이범재석방대책위원회'는 5일 이씨의 구속수사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속수사 왜 부당한가

지난달 28일 구속 수감된 이범재씨와 관련 국정원이 애초 불구속 의견을 냈지만 검찰이 이를 뒤집어 구속영장 신청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일선 수사기관의 불구속 의견을 뒤집어 구속을 지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를 하며 "높은 형량이 예상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책위는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8년 이상 수배생활을 하는 사람이 일반기업체에서 전무이사, 사회복지법인의 이사로 재직할 수 있을까? 이 기간동안 여권을 갱신하면서 3회에 걸쳐 해외를 다녀올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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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재 인수위 장애인담당 행정관 국정원 수사

특히 이씨는 9·11 테러사건이 발생한 이후 2002년 2월 미국 출장까지 다녀왔으며 이씨가 소유한 미국 비자는 10년짜리다. 지난 2001년 8월 선산에 내려가던 중 무주검문소에서 경찰의 검문을 무사히 통과하기도 한 경험이 있다. 이는 이씨가 기소중지 사실을 사전에 몰랐으며 과거의 사건을 종결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또한 이씨는 인수위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인수위 관계자가 기소 중지 사실을 알려오자 그 다음날 곧바로 국정원에 자진 출두했으며 약 13일 동안 자택과 국정원을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 이씨의 형인 이정재(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생물자원공학부 교수)씨는 "왜 자진출두해 수주일간의 재가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어 구속하게 됐는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책위는 "도주의 우려가 있는 범법자인양 몰아가는 것은 터무니없는 사실 왜곡이며 그 배후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중동의 왜곡보도…노 정권 외곽때리기 의혹

▲기자회견 도중 이범재씨의 형 이정재씨가 이씨의 미국 비자를 기자들에게 들어보이며 이씨의 구속수사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이씨는 고문에 의한 짜맞추기 수사의 공포가 사라진 민주화 시대에도 10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했다. 도피 사실을 숨기고 인수위에 참여한 의도가 떳떳하지 않을 뿐더러 의심스러운 구석마저 없지 않다. 그가 맡았던 장애인 복지 업무 외에 국가기밀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동아일보 '보안사범이 인수위 참여했다니' 사설 중>

"그렇지 않아도 운동권 출신이 유난히 많은 이번 정권에서 李씨 사건까지 터져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李씨 사건의 경위와 배후를 명확하게 밝히고 정권 주변에 유사한 인물은 더 없는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중앙일보 '보안법 수배자가 활보했던 인수委' 사설중>

"그러나 북한은 최근 “인터넷은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된 특별공간이며 인터넷 게시판은 항일유격대가 다루던 총과 같은 무기”라며 인터넷을 통한 심리전 강화를 지시한 사례에서 분명해지듯 대남 활동을 결코 중단하지 않고 있다. 우리로서는 대북 교류나 화해와는 별도로 북한의 이런 이중적 접근에는 단호한 대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조선일보 '公安 사범이 引受委에 똬리 틀다니' 사설 중>

이번 사건을 계기 삼아 이른바 조중동은 색깔론을 들고 나와 노무현 정부의 '외곽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사설의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보도기사에서까지 사실을 왜곡하며 뭇매를 퍼부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을 지난달 27일 각각 1면 보도기사로 "반국가단체 '구국전위'대원 인수위 근무중에 검거됐다"(조선일보 27일자 1면) "인수위행정관 보안법 위반 검거"(동아일보 27일자 1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자진 출두했던 이씨가 인수위 활동 근무 중에 검거된 명백한 왜곡보도를 자행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 출범한 노 정권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한 지점이며 이 과정에서는 이씨는 '희생물'이 되고 만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구국전위사건은 당시 안기부 발표에 따르면 1993년 조총련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반국가단체 구국전위가 결성됐으며 그 조직원 23명이 구속·송치됐으나 13명은 1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공안기관의 무리한 수사로 사건이 과대포장됐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당시 총책으로 구속됐던 안재구(70)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99년 8ㆍ15특사로 풀려났다. 한 사건관련자는 구속된 뒤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간첩 입증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800만원의 승소판결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계, "이범재 석방…불구속수사" 촉구

▲이범재씨의 미국 비자. 이씨는 이 비자를 이용해 9·11 테러사건이후인 2002년 2월 미국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왔다.<에이블뉴스>
정치적 희생물이 되고 있는 이씨는 목발을 짚지 설 수가 없는 이동이 불가능한 지체2급의 장애인이다. 현재 우리나라 구치소는 최소한의 편의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장애인의 몸으로 구속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대책위는 "장애인에게 불합리한 교도행정으로 여러모로 인권침해의 소지를 안고 있으며 비장애인과는 또 다른 불평등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한 그들 구속 수감한 것은 사회적 약자 전체에 대한 노골적 무시이며 시대 역행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계가 이씨의 불구속 수사 촉구하는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의꿈너머 최민 이사장과 최동익·송병화 이사,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이안중 양천지회장, 서울장애인연맹 김대성 회장과 위문숙 기획홍보국장, 장애인권리찾기부산연대 신수현 집행위원장 등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대책위와 이씨의 형 이정재씨는 청와대에 이씨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으며 오는 7일을 기해 '이범재 석방을 위한 결의대회'를 시작, 본격적인 석방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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