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에바다사태 해결을 호소하는 편지를 띄운 에바다학교 고3 박미애 학생.<에이블뉴스>

12일 에바다복지회 박래군 이사와 에바다학교 박미애(청각장애1급·고3) 학생은 7년이 접어들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에바다 사태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메일과 국민제안센터를 통해 편지를 띄웠다.

박래군 이사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에바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해결하지를 못하고 임기를 끝마쳤습니다. 조그만 시설인 에바다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만연한 사회복지시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 시설 안에서 오늘도 희망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많은 장애인들, 그리고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의 처지를 생각해서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했다.

박미애 학생은 "대통령 아저씨, 제발 저희들을 도와주세요. 모든 것이 법적으로 해결이 되었다고 하니, 대통령께서 관심만 가져주셔도 저희들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정의가 이기게 해 주세요. 바르게 살면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지만 끝내 기쁨의 날이 온다는 걸 믿고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폭행을 휘두르던 농아원 친구들이나 구재단 사람들도 그렇게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박미애 학생은 오는 14일 자필로 된 편지도 우편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다음은 편지내용.

에바다 복지회 박래군 이사의 편지

노무현 대통령께

안녕하십니까?

사단법인 에바다 복지회 이사 박래군입니다. 저는 인권운동사랑방의 상임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저희 법인 산하에 에바다학교가 있고, 이 학교에 다니는 고3 박미애라는 학생이 저에게 대통령께 보내달라고 편지를 써서 보내왔습니다.

혹시 에바다 얘기를 들어보셨는지요.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시설인데요, 세 개의 시설이 있습니다. 농아원, 학교,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있습니다. 에바다 법인을 설립하였던 최성창 전 이사장과 그 일가들이 족벌체제로 운영하면서 국고보조금, 후원금을 떼어 먹었을 뿐 아니라 각종 인권유린을 저질렀습니다. 아이들은 배고프고, 폭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지난 1996년 11월말 농성을 시작했고요.

그때 이후 에바다를 정상화하고, 비리재단을 척결하기 위한 투쟁을 오래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8월에는 이사회를 그동안 에바다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온 이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구재단 사람들은 농아원생들을 동원하여 교장, 교감을 비롯한 그동안 농성을 주도하던 교사들의 학교 출입을 막았고, 이사들의 출입마저 막았습니다. 몇 번이나 학교와 농아원에 들어가려 했지만, 그때마다 구재단측 인사들이 조정하는 농아원생들의 폭력 앞에서 학교 정문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희한한 것은 합법적인 이사들과 교장, 교감을 비롯한 교사들, 그리고 농아원장 등 시설의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폭력에 의해 가로막힌 것을 목격하고, 이 사람들이 농아원생들의 폭행에 당하는 것을 보고도, 또한 시설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구재단측 인사들과 졸업생들을 퇴거해 달라고 요청해도 평택 경찰은 단지 충돌만 막으면 된다면서 중간에서 가로막기만 했습니다. 시설장들의 퇴거 요청에 응하고, 시설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요청은 번번이 묵살당했습니다.

2002년 2월에는 이사회에서 제기한 구재단측 인사와 폭행 당사자들의 시설에 대한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것을 경찰에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해도 또 묵살되었습니다. 결국 이사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쳐 시설에 진입을 시도하였지만, 저들이 휘두르는 폭력(우리측은 비폭력으로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죠)과 경찰이 수수방관 앞에서 시설에 들어가지를 못했습니다.

경찰만 아니라 평택시도 경기도 교육청도 합법적인 이사회를 인정하지 않고, 마치 구재단과 현 이사회가 이권 다툼이나 벌이는 주도권 싸움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도 비리를 저질렀던 사람들의 말만 듣고,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일들을 처리합니다. 도대체 에바다에만 가면 법도 규정도 모두 무시되고, 불법과 폭력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지난해 초에는 가처분 결정을 공시하러 갔던 법원 공무원이 폭행을 당했고, 권오일 교사와 법인 사무국장이 폭행을 당했고, 농성하던 아이들과 교사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는 해아래집을 한밤중에 기습하고, 사람들을 폭행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폭력에 의해 학교 직인을 빼앗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폭력은 구재단측의 인사들의 조종, 졸업생들의 구체적인 지휘에 의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폭력을 법적으로 처벌하지도 않고, 벌금 정도만 부과하는 정도이니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이사나 폭력을 행사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이런 폭력사태를 종식시키고자 장애인이동권투쟁을 하는 박경석 이사와 본인이 학교 정문 앞에 가서 폭력 중단을 호소하다가 똥 세례를 받기도 했습니다.

대통령님, 이야기가 길어져 죄송합니다. 최근 상황만 얘기하고 빨리 정리하겠습니다.

지난 2001년 12월부터는 교사들의 절반이 학교 출입이 봉쇄되었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지난 한 해 동안에는 학교와 해아래집 두 군데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반쪽 짜리 수업을 계속할 수도 없어서 올해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장소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에바다 학교에 배정해야 할 신입생 배정을 2월말에 보류한다고 결정했지요. 이것은 에바다 학교를 폐쇄하려는 계획 속에서 나온 겁니다. 학부모들과 교사, 이사진들의 항의에 결국은 특수교육운영위원회를 거쳐서 이 보류 결정은 번복되고 학생들은 신입생 배정되었습니다.

그래서 늦게나마 지난 3월 24일 개학을 하였고, 3월 31일부터 에바다이사회 산하 시설인 에바다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아이들의 수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로 1년 5개월만에 한 자리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었고, 아이들도 교사들도 모두 기쁘게 공부를 가르치고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전에 학교에서 수업할 때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고, 걸핏하면 교사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던 모습도 사라져 사태 발생 이후 제대로 된 수업을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농아원에 있는 학생들은 여전히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폭력에 시달리던 농아원생들이 하나 둘 복지관 수업에 나오기 시작해서 현재 45명의 학생 중 27명이 수업을 받고 있고 있습니다. 농아원에는 17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구재단측 인사들과 농아원 사감, 졸업생 등이 가로막아서 학교에 나오지 못합니다. 최근에 농아원에서 생활하다가 수업에 나오는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졸업생들과 농아원 직원들에게 수시로 폭행을 당하고 담뱃불로 지짐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박미애 학생은 바로 이런 상황을 대통령께서 해결해 달라고 하는 절실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쓴 것입니다. 저는 이 편지를 꼭 대통령께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장애인 시설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에는 참으로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 문제들의 대부분은 재단과 공무원들이 유착하여 저지르는 비리에서 비롯됩니다. 에바다를 정상화함으로써 저를 비롯한 이사들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 시설과 사회복지시설에서 비리와 인권유린이 근절되는 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에바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해결하지를 못하고 임기를 끝마쳤습니다. 조그만 시설인 에바다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만연한 사회복지시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 시설 안에서 오늘도 희망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많은 장애인들, 그리고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의 처지를 생각해서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편지는 곧 박미애 학생이 우편으로도 전달할 예정입니다. 또 저는 이 편지와 에바다의 사정을 언론에도 알리겠습니다.

대통령님의 해결 약속을 저는 에바다 학교의 아이들과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불법 폭력에 시달리는 저 청각장애아들을 구출해 주십시오.

연락기다리겠습니다. 저의 이메일은 laegoon@hanmail.net이고요, 전화번호는 사무실 02)741-5363, 핸드폰 016-729-5363입니다.

제 편지 밑에 있는 박미애 학생의 편지를 꼭 끝까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국정에 바쁘신 중에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바다 학교 박미애 학생의 편지

노무현 대통령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저는 평택에 있는 청각장애인 학교인 에바다학교에 다니고 있는 고3 학생 박미애입니다.

대통령께 편지를 쓴다는게 너무 두렵고 어렵지만 오랫동안 고민하다 이렇게 용기를 가지고 편지를 씁니다.

대통령 아저씨, 제 소원 좀 들어주세요. 저와 저희 에바다학교 학생 모두가 학교에 모여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폭력이 없는 좋은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말을 하지도 못하는 저희들이지만 친구들과 서로 사랑하며 즐겁게 공부하며 살고 싶어요. 그래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저희들이지만 보통 사람들과 같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고 싶어요.

저희 에바다학교 이야기를 대통령께서는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밤마다 아침마다 무릎꿇고 기도한 내용이 있어요.

'이번에는 정말 우리 에바다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분이 대통령이 되게 해 주세요. 말 못하는 저희들의 고통과 아픔까지도 이해해주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분이 대통령이 되게 해 주세요.'

저와 친구들과 후배들과 졸업한 선배들까지도 날마다 그렇게 기도했어요. 저희들은 하나님께서 저희들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믿고 있어요.

지난 7년 동안 저희들은 지옥과도 같은 고통과 억울함과 폭행을 당하면서도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항상 용서하며 저희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위해 오히려 마음 아파하며 하루빨리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바르게 살기를 기도하며 참고 살아 왔거든요.

저희들은 7년 전, 저희들을 짐승과도 같이 취급하며 무시하고 괴롭히던 사람들을 거부하며 우리도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고 외쳤어요.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저희들은 비리재단이 물러가기를 원하는 것 외에는 남을 괴롭히거나 나쁜 짓을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해요.

때로 죽고 싶을 만큼 억울함을 당하고 말할 수 없는 폭행을 당할 때면, 저들에게도 똑같이 되갚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선생님들이 저희들을 위로해주시고 함께 울어주시면서 "너희들이 저들과 똑같은 폭행을 가한다면, 너희들이 외치는 정의는 물거품이 되고 너희들도 저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고 만다."는 말씀을 해 주시곤 했어요. 그래서 저희들은 지금까지 정말 바르게 살았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너무 긴 시간을 오직 정의가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견디어 왔는데, 그러면서 선배들이 모두 졸업하고 저도 벌써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었는데 아직도 저희들은 학교에 들어가지조차 못하고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불편한 수업을 하고 있어요.

선생님들께서는 모든 것이 법적으로 완전히 정리되어 비리를 저지르던 구재단 사람들은 다 물러갔고, 그 사람들은 학교나 우리 친구들이 생활하는 농아원에 출입조차 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판결이 났다는말씀을 하시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오갈 데가 없어서 농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희 친구들과 선배들을 깡패처럼 만들어 저희들과 선생님들에게 폭행을 하도록 만든 구재단 사람들이 아직도 학교와 농아원에서 살면서 저희들이 학교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고 있어요. 농아원에 있는 저희 친구들은 정말 불쌍해요. 그 친구들은 폭행을 하기 싫은데 구재단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벌을 받을지 몰라서 어쩔 수 없이 폭행을 해야만 하거든요.

여러 명의 친구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담뱃불에 지지는 일까지 당했어요.

대통령 아저씨, 그런 저희들의 친구들을 구재단 나쁜 사람들에게서 구해주시고, 저희들도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 친구들이 저희들을 괴롭히고 욕하고 때렸지만 저희들은 그 친구들의 진심을 알기에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어요. 그 친구들과 하루빨리 만나서 서로의 고통과 아픔을 감싸주며 웃으며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대통령 아저씨, 제발 저희들을 도와주세요.

모든 것이 법적으로 해결이 되었다고 하니, 대통령께서 관심만 가져주셔도 저희들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정의가 이기게 해 주세요. 바르게 살면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지만 끝내 기쁨의 날이 온다는 걸 믿고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폭행을 휘두르던 농아원 친구들이나 구재단 사람들도 그렇게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해 주세요.

대통령 아저씨.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2003년 4월 10일

에바다 학교 고3 박미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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