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학교 학생들이 복지관 로비에 마련된 당구대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에이블뉴스>

7년째에 접어든 에바다 사태. '에바다'라는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7년 간의 지리한 싸움이 최근 종국에 다다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두 패로 갈려져 서로 대립했던 학생, 교사들이 한 보금자리에서 웃고 떠들며 수업을 하게됐다는 것이다. 에바다에도 과연 봄은 찾아오고 있는 것일까? 에바다의 최근 상황을 정리하고, 정상화 가능성을 짚어봤다.

암울했던 에바다

지난 82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에는 학교(초·중·고등 과정), 농아원, 종합복지관 등 3개의 시설이 있다. 농아원과 학교는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하북리에 같은 울타리 안에 있고, 복지관은 그곳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팽성읍 남산리에 위치해 있다. 일명 '에바다 사태'는 지난 96년 11월 27일 에바다 농아원생들이 당시 원장이었던 최실자씨의 비리 및 후원금 착복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그 이후 에바다 최성창 이사장 공식 퇴진하고, 최실자 원장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는 등 구 비리재단 인사들이 하나둘씩 정리가 돼 가고, 새로운 이사들이 찾아왔지만 에바다의 봄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01년 10월 26일부터 시작된 교장, 교감, 절반 가량의 교사 등이 학교와 농아원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마저 농아원측과 해아래집(구재단의 비리에 맞서 농성을 주도했던 교사와 학생들의 공동체)측으로 두 패로 나뉘어졌다.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사이의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에바다는 '무법천지', '저주받은 땅'으로 불리었다. 네 번에 걸친 대통령의 에바다사태 해결 약속도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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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에바다

올 3월초 경기도 교육청과 평택 교육청은 '에바다학교와 해아래집에서 수업이 분리돼 진행된다'는 이유로 에바다학교에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아 에바다학교는 개학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조기방학에 들어가는 사태에 직면했다.

그러나 곧 아이들의 공부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경기도 교육청과 평택 교육청은 신입생 배치 보류를 철회했다. 또한 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임시수업장소로 결정되면서 일부 복지관 이용 부모들이 '복지관 이용 장애아동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반발했지만 이사회, 복지관장, 학교 학부모들의 설득으로 결국 지난 3월 31일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는 지난 2001년 10월 이후 재개된 14개월만의 정상수업이었다. 교사 22명도 모두 복지관으로 출근했다. 특히 교사들의 학교 출입을 거부하며 농아원측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중 일부가 복지관 수업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거처도 농아원에서 해아래집으로 옮겨왔다. 이들 학생들은 권오일 교사 폭행사건, 해아래집 습격사건을 비롯해 교문폐쇄 등 불법 행동의 리더 역할을 하던 학생들이었다.

권 교사 폭행사건을 비롯해 각종 폭력사태의 리더로 활동해왔던 한기수 학생은 "권오일 교사가 싫지 않으며 폭력사태에 가담했던 것은 학생들이 시켜서 한일"이라고 고백하고 "현재 복지관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좋고 불편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14일 현재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은 전교생 45명 중 27명이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농아원에 남아있는 학생이 17명, 장기결석자가 1명이다. 지난해 전교생 55명(장기결석 1명 포함) 중 농아원측 학생이 39명, 해아래집측 학생이 15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크게 역전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일 에바다학교 학생들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신기 회장 일행이 복지관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에이블뉴스>

현재 농아원측 아이들은 급격한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리더격인 이철호 학생이 지난 9일 밤에 몰래 자진해서 해아래집으로 넘어오기까지 했다. 에바다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농아원측 학생 17명 중 3∼4명이 추가적으로 해아래집으로 옮겨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하단 표참조>

한편 경기도 교육청은 농아원에 남아있는 17명의 학생에 대한 교육권과 관련해 수업에 참석하지 않는 나머지 학생들에 대한 교육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입장의 공문을 에바다학교 김지원 교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김 교장은 교육권 확보에 대한 노력을 하지만 분리수업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교육청에 전달한 상태다.

잔여학생 교육권 확보 과제

최근 이러한 상황들과 관련해 에바다학교 교사들은 조만간 에바다사태가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가운데 농아원 잔여학생의 교육권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에바다학교 교사들은 모든 학생들이 조만간 한 곳에서 교육을 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10년째 에바다와 인연을 맺고 있는 손현득 교감은 "최근의 사건들은 에바다 사태가 해결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들"이라며 "앞으로 2∼3개월 내에 농아원내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해아래집으로 오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권오일 교사는 "폭력에 물들어 있던 아이들이 복지관에서 수업을 받으며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고 웃고 떠들며 변화되고 있다"며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니까 현재 구재단측으로부터 갇혀 있는 아이들을 정상화되면 오래가지 않아서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아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복지관을 방문해 학생들을 직접 만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신기 회장은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 정도까지 나아져서 기쁘다"며 "하루빨리 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서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빨리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 참여 학생 변동 인원

날 짜내 용전교학생수학생 수 비교
2002년도
55명
(장기결석 1명)
해아래집 15명, 학교 39명(농아원생, 통학생 포함)
2003.3.12

농아원생 한기수(고1 입학 예정) 해아래집 생활 시작
2003.3.24학생수련회
(무봉산수련원)
45명
(장결 1명)
참여학생 수 : 20명
불참학생 수 : 24명
김재일(고2) 학생 수련회 참석.
2003.3.31복지관에서의 수업참여학생 수 : 24명
불참학생 수 : 20명
2003.4.9

농아원에서 생활하던 기숙사생 이철호(고3) 해아래집에서 생활 시작
2003.4.10
45명
(장결 1명)
수업참여 학생 수 : 25명
수업불참 학생 수 : 19명
농아원에서 생활하던 기숙사생 유수정(초3) 해아래집에서 생활 시작
2003.4.11
수업참여 학생 수 : 26명
수업불참 학생 수 : 18명
2003.4.12
거의 농아원에서 생활하던 통학생 최경열(고3) 수업 참여
수업참여 학생 수 : 27명
수업불참 학생 수 : 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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