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23회 장애인의날 야외행사가 비로 인해 취소가 되자 한 장애아동이 버스에 올라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에이블뉴스>

봄비가 내렸습니다. 우산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비가 내리고 말았습니다. 생일잔치가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1년에 한번 돌아오는 생일잔치가 전부터 썩 맘에 들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비마저 내려 더욱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비옷으로 이 짓궂은 비를 모두 피할 수 없어 신발은 모두 젖어버렸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이 목발이 이 휠체어가 원망스러워졌습니다. 점심으로 나온 김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 사람들 모습을 쳐다봤습니다.

병아리 노란색 유치원생들이 종종 걸음으로 선생님을 따라 버스로 향합니다. 처마 밑에는 갈 곳을 몰라 정처 없는 장애인들이 보입니다.

장애인단체 사람들도 멍하니 내리는 비를 보며 하릴없이 천막만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를 엎고 비를 피할 곳을 찾는 사람들….

야외행사장에는 여중고생 누나들만이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예인을 보겠다고 즐거워합니다. 자원봉사 형들도 나란히 무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한 장애인 친구는 빈 관객석에 앉아 뭐가 즐거운지 춤을 추고 있습니다.

바로 전 기념식이 열렸던 역도경기장 로비에는 초롱초롱 아이들이 비옷을 입고 앉아 있습니다. 비록 기분은 구겼지만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한 아저씨도 보입니다.

스물 세 번째 생일날에는 비가 내리고 말았습니다. 별 기대도 없던 생일이었지만 비가 오니 더욱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 올림픽공원 장애인의 날 야외행사장 포토 스케치.<에이블뉴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