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송내역에서 열린 위령제에서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고 있는 김순자씨. <에이블뉴스>

지난 14일 지하철 안전대책 미비로 사망한 고 장영섭씨의 부인 김순자씨는 '송내역 장애인추락참사 및 장애인이동권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22일 사고현장인 송내역 플랫폼에서 지낸 위령제에 참석해 급기야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울먹이며 고 장영섭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김씨의 목소리에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섞여있었다. 김씨는 "너무나도 안타까워요. 당황하셨지요. 어쩔줄 몰라 했을 당신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이 가슴 아파요. 우리가 사는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닌가봐요. 당신의 옷 소매라도 잡아주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있지 않겠지요"라고 가슴아파했다.

또한 김씨는 "이제는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우리 모두가 장애인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정말 밝은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라며 "철도청은 죽음에 대한 올바른 진상규명과 공개사과를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구했다.

김순자씨의 편지 전문을 공개한다.

고 장영섭씨 부인이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

▲ 한 송이 국화꽃을 품에 안고 오열하는 김순자씨. <에이블뉴스>
매일 당신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기 위해 송내역을 이용했었는데 지금은 저 혼자 여기에 서 있네요. 제 옆이 너무나도 허전해요. 아직도 믿고 싶지 않은 당신의 사고….

전철문이 열리면 당신이 흰지팡이를 짚으며 내리던 모습이 너무도 눈앞에 선합니다. 제가 "유진 아빠" 하며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저를 향하여 걸어오던 당신의 모습.

그런데 이제는 그 모습을 뵐 수가 없네요. 당신이 전철에서 하차해 평소 이용하던 계단이 왜 하필이면 그 시간에 물청소를 하며 출입을 통제했는지….

점자블럭이 전철출구에서부터 계단까지 연결되어 있는 곳인데도 역무원도 안전요원도 세워두지 않고 너무나도 안일하게 취한 행동이 한 생명을 빼앗았어요.

너무나도 안타까워요. 당황하셨지요. 어쩔줄 몰라 했을 당신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이 가슴 아파요. 우리가 사는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닌가봐요. 당신의 옷 소매라도 잡아주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있지 않겠지요.

아마 오늘도 당신이 1호선을 갈아타는 종로3가 역에서 "지금 종로3가야 전철 갈아탔어" 하시는 전화 목소리를 듣고 도착시간에 맞추어 송내역에 마중 나오겠지요.

"여보, 유진 아빠."

이제는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우리 모두가 장애인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정말 밝은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당신의 죽음에 철도청은 올바른 진상규명과 공개사과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보 이제 당신은 차별이 없는 곳에서 편하게 지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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