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대회에는 장애인을 비롯한 70여명이 참석, 송내역 장애인 추락참사 재발방지 및 철도청장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에이블뉴스>

송내역 장애인 추락참사 및 장애인이동권 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4일 오후 2시 부천시 송내역 북부광장에서 '송내역 장애인 추락참사 재발방지 및 철도청장 공개사과 촉구 투쟁대회'를 펼쳤다.

지난달 14일 부천시 송내역에서 발생한 1급 시각장애인 故장영섭씨의 추락참사 이후 대책위원회는 철도청장과의 면담을 시도하려 했으나 실패, 최소한의 사과조차 거절당했다. 이 와중에 열흘 후인 26일 수원시 세류역에서 72살 노인이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발이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투쟁대회에서 부천민중연대 권오관 상임의장은 "장애인 추락참사에 대해 철도청장은 공개사과하고 스크린도어 설치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을 촉구한다"며 "사회의 모든 불편한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보장받는 사회가 되도록 부천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특히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송내역 장애인 추락참사가 발생한 지 3주의 시간이 흘렀지만 김세진 철도청장은 진상규명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 등의 요구에 대해 답변하고 있지 않다"며 "계속되는 장애인·비장애인의 죽음은 감독기관 및 시설운영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일련의 죽음을 조장한 철도청과 서울도시철도공사, 정부당국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덧붙여 박 공동대표는 "사소한 신체적 차이를 이유로 가해지고 있는 사회적 차별과 이로 인한 폭력의 심각성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며 "장애인들의 투쟁은 당신들이 각성하고 시정할 때까지 결코 멈출 수 없다"고 역설했다.

대책위원회 소속 결의대회에 참석한 장애인을 비롯한 70여명의 회원들은 송내역 광장에서의 투쟁대회를 마치고 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가 故장영섭씨의 분양소를 방문, 애도했다. 이어 송내역 북부광장에서 중동역까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즉각 중지하라, 장애유형에 따른 편의시설을 즉각 확충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60분 가량 행진했다.

▲ 투쟁대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중지등을 요구하며 송내역부터 중동역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에이블뉴스>
한편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를 비롯한 10여명의 장애인들은 정오 서울역 부천행 방향에서 집회를 갖고 ▲故장영섭씨의 추락사망 사건에 대해 진상을 규명할 것 ▲장애인 추락사건에 대해 철도청장은 공개 사과할 것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즉각 강구할 것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이동권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곧바로 송내역으로 향하는 전철에 탑승, 선전전을 진행하며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전경 60여명의 과잉진압으로 큰 몸싸움을 수 차례 벌인 후 겨우 탑승했다.

전철에 탑승 후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전철 내 시민들에게 지난해 송내역 추락참사에 대해 다시금 알리며 장애인의 열악한 이동권 현실과 서울시와 철도청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했다.

여기에 "이제까지 전철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추락참사가 연이어 일어났지만 관계당국은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이동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외출을 하고 또 교육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승객들에게 토로했다.

[투쟁결의문]

우리는 더 이상 죽을 수 없기에 투쟁한다!

송내역 장애인 추락참사가 발생한 지 3주의 시간이 흘렀으나 김세진 철도청장은 진상규명과 청장 사과, 재발방지 약속 등 우리의 요구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주 동안 '송내역 장애인 추락참사 및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에서는 기자회견, 위령제, 시민 서명, 철도청장 면담요구 등 다각도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사건의 최고책임자인 철도청장과 철도청 관계자들은 무엇을 했는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요구가 귀찮기만 할 뿐인가?

철도청과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수수방관은 또 다시 한 사람의 죽음을 불러왔다. 지난 5월 26일 오후 4시 13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세류전철역에서 72살의 전기영님이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발이 끼었으나 기관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출발함으로써 결국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를 비롯한 제 단체들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을 좁혀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관계당국은 이 문제를 시인하면서도 계속 방치해 왔다. 故 전기영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결코 기관사 한 사람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 없다.

계속되는 장애인·비장애인의 죽음은 감독기관 및 시설운영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일련의 죽음을 조장한 철도청과 서울도시철도공사 그리고 정부당국에 있음을 명확히 밝혀둔다.

수년에 걸쳐 요구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보 주장은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 즉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요구가 무리한가? 아니다. 절대로 장애인들의 요구는 부당하지 않다. 오히려 장애인들의 요구는 기본적이며 상식적인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픈 요구다.

사회발전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경제성장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사소한 신체적 차이를 이유로 가해지고 있는 사회적 차별을, 그 폭력의 심각성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철도청을 비롯한 책임당국은 닫힌 귀를 열고 명심하기 바란다. 장애인들의 투쟁은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 장애·비장애인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투쟁이라는 것을, 장애인들의 투쟁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생존권적 투쟁이라는 것을, 장애인들의 투쟁은 당신들이 각성하고 시정할 때까지 결코 멈출 수 없는 것임을 말이다.

2003년 6월 4일(수)

송내역 장애인 추락참사 재발방지 및 철도청장 공개사과 촉구 투쟁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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