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에 열중하고 있는 조항주씨. <에이블뉴스>

“장애인 성문제의 새로운 대안은 섹스자원봉사다. 성매매는 돈을 가진 사람들이 성을 사는 남성권력 중심의 폭력이지만, 섹스자원봉사는 복지차원의 자발적인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난 15일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이하 한뇌연)이 주최한 ‘2005장애인에 대한 인식바로잡기 ‘통합교육센터’ 그 첫 번째 어울림마당인 ‘장애인의 성과 결혼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강의를 맡은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조항주씨는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조씨는 이날 세미나에서 “사회적 보호 장치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을 비장애인, 그렇지 못한 사람을 장애인”이라 규정하고, “그렇다면 장애란 시스템의 문제이고, 불편을 해소하면 장애도 사라진다”며 “장애인의 성도 그러한 관점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씨는 “스위스 취리히는 장애인들에게 직업적인 섹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범계획이 사회복지단체에 의해 추진되고 있으며 일본은 섹스자원봉사자와 장애인을 연결해주는 인터넷사이트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또 “일본은 정신지체인을 대상으로 성교육과 함께 연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워크숍도 열리고 있고, 장애인들에게 섹스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장애인이 성적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의 한 참석자는 “얼마 전 에이블뉴스에 연재된 비장애인남성이 중증장애인의 성활동보조를 한 경험담을 읽었다”며 “성적소수자는 홍대나 신촌에 바(Bar)라도 있지만 중증장애인은 성적 접근이 어려운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우선 만나야 한다. 만나야 손을 잡든 뽀뽀를 하건 할 수 있다”며 “현재 이런 장애인들을 위한 온라인 만남의 장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섹스를 하기 위해 모였다’가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조씨는 “장애인이 하나의 섹스상품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섹스는 단지 몸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고 덧붙여 말했다.

한편 조씨는 “장애인의 성적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장난감(마스터베이션을 통해 자기 몸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그는 ‘성인용품’ 대신 ‘장난감’이라고 표현했다)을 사용하자”며 ‘장난감을 이용한 마스터베이션’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 사회자로 참석한 한뇌연 최명신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성을 문제화시킬 때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과 비장애인의 관점, 또 전문가들의 정확한 해석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한다”며 “앞으로 장애인의 성 문제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과 다각도의 논의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많은 장애인들이 성문제와 관련 평소 자신들이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시간에는 장애인의 성에 관한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장애아를 둔 부모는 성교육을 어떻게 시켜야하는가?

“얼마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자폐아를 둔 엄마가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 엄마는 아들이 아무데서나 마스터베이션을 해 곤욕스럽다고 했지만 그것은 강제적으로 막아서 될 일이 아니다. 규칙과 훈련을 통해 아이를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 같은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나?(한 남성장애인)

“몸이 가진 다양한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편견 때문이다. 자신의 몸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깨닫고 몸과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 나도 뚱뚱하지만 뚱뚱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성도 있다. 그것은 사적인 취향의 문제다.”

▲남자들은 덜한데, 여자들이 결혼을 하면 더 밝히는 것은 왜 그런가?

“남자들은 혼전에 성경험을 하는 수가 많은데 여자들은 합법적인 결혼을 통해 성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관계를 맺는 시점의 문제다.”

조항주씨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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