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국토종단에 붙이는 시를 낭송하고 있는 박승룡씨. <에이블뉴스>

전동휠체어 건강보험 적용확대를 촉구하며 시작된 국토종단팀에는 의외의 인물이 한명 끼어있다. 그는 바로 현장지원 도우미로 나선 정보통신부 공무원 박승룡(38)씨.

휴가를 내고 이번 국토종단에 참여했다는 박승룡씨는 등단 시인이기도 하다. 박씨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발대식에서 국토종단에 부치는 자작시를 낭송했다. 본인의 허락을 얻어 이 시를 공개한다.

부모 잘 만나

다들 장가가고, 시집가는데

서른, 마흔되어도 장애라는 이유로 H.O.T 노래만도 못했다.

가끔 한 끼 라면도 안 되는 보조금을 받으며 살았지만

파릇한 싹도 키우고, 희망을 담은 판도라 상자도 되었다.

그러나 이 얄궂은 세상은 우리를 밀어냈다.

그때마다 분단된 한반도 보다 더 아프게 절망했다.

천막집 찢어진 틈새로 언뜻언뜻 보이는 초가을 별빛들이

파리하게 부서지고 폭포마냥 쏟아지는 허기보다 독한 편견을

견디지 못해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불만만 터트린다면

계미년 오늘을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래, 우리 모두 갑오년 죽창이 되어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그리하며 처참하게, 비참하게 밟혀 빛은 모조리 찢기더라도

이 땅의 거대한 편견을 산산이 쪼개 버려야한다.

밥도, 칼도 아닌 온몸으로 오직 희망의 문을 향해

서울지나 부산으로 가리라

그리하여 모든 이에게 눈물이 되고, 별이 되어 어두운 밤 하늘

높이 더 높이 올라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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