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경북도청 기자회견장에서 대구지역 7개 단체가 뭉친 '시온글러브화재참사 진상조사단'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대구DPI>

시온글러브 화재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대구지역 7개 단체가 뭉쳐 ‘시온글러브화재참사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진상조사단은 18일 오전 경북도청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중의 여론은 죄 없이 죽은 장애인 노동자들보다 시온글러브가 다수의 장애인들을 고용한 업체라는 점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경향이 짙다”며 “죄 없는 장애인 노동자가 4명이나 죽은 참사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족한 진상조사단에는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장애인지역공동체,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대구DPI 등 총 7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화재의 구체적 원인은 무엇인가 ▲안전시설, 화재경보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나 ▲화재당시 구조활동은 적절했나 ▲장애인노동자의 노동여건과 생활여건은 어떠했나 ▲화재당시 22명(사망자 4명 제외)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시온글러브에 적법한 재정 지원을 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했나 등 총 6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앞으로 진상조사단은 시온글러브, 경찰, 소방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 화재사건과 관련된 기관들을 방문해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진상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후, 진상조사단은 경북도경찰청을 방문해 수사과장을 만나 시온글러브 화재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번 주 안으로 경찰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브리핑 자리를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자유게시판]칠곡화재사건 故이동열의 동생입니다

기 자 회 견 문

시온글러브 화재 참사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시온글러브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도 8일이 지났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른 채 비통함 속에서 지금도 영안실을 지키고 있다. 경찰은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하여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만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철저한 수사는 고사하고, 사건을 축소하거나 심지어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는지 의문을 가질 정도로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언론들도 이번 참사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장애인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지만, 화재의 진상과 장애인 노동현실을 속시원하게 드러내지는 못했다. 시중의 여론은 죄없이 죽은 장애인 노동자들보다 시온글러브가 다수의 장애인들을 고용한 업체라는 점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경향이 짙다. 물론 우리는 시온글러브가 다른 기업에 비해 장애인 고용에 모범을 보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 놓고 생각하면, 시온글러브는 장애인 노동자들 때문에 급성장한 회사였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저그런 회사에 불과했던 시온글러브가 장애인들을 본격적으로 고용하기 시작한 2001년에 50만$를 수출하더니, 2004년에는 500만$를 수출하였다. 만3년 동안 10배나 증가한 셈이다. 더우기 2005년에는 1,000만$ 수출을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직원수도 이 시기에 급증했는데, 99년 19명이던 전체 노동자 수가 2004년에는 212명으로 4년 만에 10배가 넘게 늘었다. 그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 침제였음을 감안할 때, 이런 성장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기적이 어디에서 왔겠는가? 물론 경영진의 마케팅 노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적의 원동력은 장애인 노동자들의 임금경쟁력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양산업인 장갑제조업체가 중국과 동남아 업체들이 석권하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게 장애인들의 임금을 거의 대부분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실례를 들어 이번에 고인이 된 이동열씨의 경우를 보자. 이동열씨는 회사가 급성장하였던 2003년 2월부터 2004년 9월까지 총수령액 기준으로 월평균 60만원, 실수령액 기준으로 월평균 49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그런데 이동열씨를 채용한 대가로 시온글러브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지원 받는 돈은 시설자금과 고용관리비를 제외하고 고용장려금만 월50만원이었다. 따라서 시온글러브가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지급한 임금은 월10만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더구나 고용장려금이 대폭 축소되기 전인 2004년 이전에는 임금의 100%를 보전받아 왔다. 다시 말하면, 시온글러브가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임금은 중국과 동남아 수준 이하였던 셈이다. 이것이 시온글러브가 급성장한 배경이다.

그런데도 시온글러브의 장애인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있고, 그나마 지난해 10~12월까지 임금이 2~3개월씩 체불된 상태였다. 게다가 장애인들로부터 월10만원이나 받는 기숙사는 화재에 치명적인 샌드위치 판넬로 지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 화재 당시 경보기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물론 사감은 아예 배치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시온글러브는 회사 규모 확장에만 열을 올렸지, 지금까지 회사를 먹여 살려온 장애인 노동자들의 복지와 노동여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구지역 장애인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죄없는 장애인 노동자가 4명이나 죽은 참사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 시온글러브, 경찰, 소방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 화재 사건과 관련된 기관들을 방문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규명할 계획이다.

첫째, 화재의 구체적 원인이 무엇이었는가?

둘째, 시온글러브 측은 장애인을 위한 안전시설과 화재경보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는가?

셋째, 화재 당시 장애인들을 위한 구조활동은 적절했는가?

넷째, 시온글러브의 장애인 노동자들의 노동여건과 생활여건은 어떠했는가?

다섯째, 경찰은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던 22명(사망자 4명 제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했는가?

여섯째,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그동안 시온글러브에 적법하게 재정을 지원하고, 사후 관리는 철저히 했는가?

끝으로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네분 장애인들의 명복을 빌며, 지금이라도 관계 당국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후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5. 1. 18

시 온 글 러 브 화 재 참 사 진 상 조 사 단

민주노동당대구시당 / 민주노총대구본부 / 대구참여연대 / 우리복지시민연합

장애인지역공동체 /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 대구장애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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