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좌측으로 보이는 창문들이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자고 있던 기숙사의 창문. <사진 칼럼니스트 박종태>

시온글러브 참사 진실 찾기-①

경북 칠곡군 시온글러브 화재참사 여파가 일주일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크게 대두된 부분은 장애인 보험가입 차별문제. 지역언론과 중앙언론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서는 등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 한 가지. 시온글러브 재생 문제.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는 현실 속에서 80명이 넘는 장애인을 고용했던 시온글러브를 살리자는 여론이 높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자칫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고용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걱정도 크게 일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및 책임 규명 문제는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화재사건이 발생하면 으레 뒤따르는 안전시설 문제에 대한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화재당시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조차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자유게시판]칠곡화재사건 故이동열의 동생입니다

어디서부턴가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정신지체장애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온글러브 참사.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최신 정보와 함께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기존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진 시온글러브 참사의 진실을 전한다.

사고현장에는 장애인 14명밖에 없었다?

“더욱이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직원 14명은 모두 정신지체장애인들이어서 불이 나는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피를 하지 못했습니다.”(YTN 1월 8일자)

“불이 날 당시 기숙사에는 유씨 등 모두 14명의 장애인이 잠을 자고 있었으나 나머지 5명은 무사히 대피했다.”(연합뉴스 1월 8일자)

“이날 화재로 공장 2층 기숙사에서 잠을 자고 있던 유윤성(29·정신지체장애 3급·대구시 동구 방촌동)씨 등 장애인 근로자 4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해 숨졌고, 임모(21)씨 등 5명은 부상을 입어 영남대병원 등 3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 외 5명은 무사 대피했다.”(오마이뉴스 1월 9일자)

“불이 날 당시 기숙사에는 유씨 등 모두 14명의 장애인이 잠을 자고 있었으나 나머지 5명은 무사히 대피했다.”(매일신문 1월 9일자)

“당시 잠자고 있던 근로자 유윤성(29)씨 등 14명은 일반인에 비해 사리판단 및 행동능력이 떨어지는 2∼3급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다.”(국민일보 1월 9일자)

“불이 날 당시 기숙사에는 14명의 장애인 직원들이 잠을 자고 있었으나 무사히 대피한 5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사망 또는 부상의 피해를 입었다.”(영남일보 1월 10일자)

“화재 당시 기숙사에는 유씨 등 14명의 장애인과 정상인 4명 등 18명이 잠을 자고 있었으나 나머지 8명은 창문과 계단을 통해 대피했다”(세계일보 1월 9일자)

“당시 기숙사에는 18명이 잠을 자고 있었으며 정신지체장애인인 유씨 등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동아일보 1월 10일자)

지난 8일 오전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산리 장갑제조공장인 시온글러브의 화재 참사에 대해 국내 유수의 언론은 앞 다투어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들은 화재당시 공장에 있었던 인원에 대해 마치 말을 맞춘 듯이 14명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와 동아일보만이 18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했다. 다른 언론들과 달리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인원을 18명으로 보도한 세계일보는 기숙사에 4명의 비장애인이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연합뉴스, 영남일보 등 일부 언론에서만 기사 말미에 “불이 날 당시 기숙사 내에 이들 14명 외에 또 다른 근로자가 남아 있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들은 추후 정확한 인원에 대한 추가 보도를 하지 않았다.

특히 거의 모든 언론은 당시 현장에 장애인 근로자만 있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또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행동과 판단 능력이 느리다”는 표현을 써가며 ‘이러한 이유로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재빨리 대피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당시 공장에는 총 26명이 있었다

에이블뉴스가 지난 14일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칠곡경찰서를 방문해 중간 수사결과를 확인한 결과 불이 날 당시 공장 건물 안에는 모두 26명의 인원이 있었다. 이중 7명은 근무 중이었고, 19명은 기숙사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시온글러브 공장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지하 1층에는 장갑을 짜는 편직실이 있고, 지상 1층에는 장갑 코팅을 하는 코팅실과 창고가 있다. 지상 2층에는 기숙사, 작업실, 식당, 화장실(샤워시설), 사무실 등이 있다.

지하 편직실은 24시간 풀가동하는 곳으로 불이 났을 당시 총 6명의 노동자가 근무를 하고 있었다. 2명은 남성 비장애인, 1명은 여성 장애인, 3명은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였다. 경비 1명을 포함하면 총 7명의 노동자가 당시 근무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2층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노동자는 총 19명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19명 중 15명이 장애인이었고, 4명이 비장애인이었다. 비장애인 노동자 4명과 장애인 1명은 한 방에서 자고 있었으며, 나머지 장애인들은 총 7개의 방에 분산돼 자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할 당시 지하에서 근무하고 있던 노동자 3명이 기숙사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여기에 경비 1명은 불이 날 당시 2층에서 샤워를 하고 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져 화재당시 2층에만 최소 8명의 비장애인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총 26명 중 10명은 비장애인(경비 1명, 편직실 근무자 5명, 기숙사 4명)이었고, 16명(편직실 근무자 1명, 기숙사 15명)은 장애인이었다. 화재당시 장애인들만 기숙사에서 자고 있었던 양 보도된 것은 명백한 오보였던 셈이다.

한편 대구DPI,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은 시민사회단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조만간 활동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예정:에이블뉴스는 이어지는 기사에서 기존 언론에서 ‘정신지체장애인들이 판단력과 행동이 느려 참사를 당했다’고 보도한 것의 허점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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