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謹弔) 장애인권이 새겨진 현수막이 장애인들이 느끼는 인권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다.<에이블뉴스>

UN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인들이 육교와 도로에서 빈곤 및 사회적 차별·편견으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수수방관한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이동권연대)와 '빈곤문제 해결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단식 농성단'은 3일 오후 2시 서울 남영역 부근 육교와 도로에서 기습점거 시위를 갖고 "장애인의 사회적 차별을 외면하는 정부, 장애인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현 이동권연대 사무국장, 10명의 장애인들은 육교 밑 도로에서 휠체어와 쇠사슬을 연결하고 "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과 인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교통약자의 이동에 심각한 장애물인 육교 위에서도 3명의 장애인이 '근조(謹弔) 장애인권', '열사의 뜻 이어받아 장애 이동권 쟁취하자'가 새겨진 현수막을 쇠사슬을 이용해 휠체어에 연결했다.

박현 이동권연대 사무국장은 시위와 관련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등 빈곤계층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며 "빈곤형 자살이 늘어나고 부모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장애아들을 죽이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사무국장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늘까지 10일 동안 빈곤문제 해결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단식 농성을 벌였다"면서 "대통령에게 최저생계비 31만4000원을 전달하려 했는데 경찰들이 진입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는 어떠한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동권 연대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은 한국 장애인들의 입장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방구석에 처박혀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장애인들이 보여주는 처절한 몸짓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12월3일 세계장애인의 날, 정부가 정한 4월20일 장애인의 날이 단지 기념식과 행사만을 즐비하게 늘어놓는 이벤트가 아닌 장애인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사회가 다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날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20여명의 각 신문사 취재진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기습 점거 시위는 20여분 진행됐을 때 경찰을 비롯한 전경들이 투입돼 해산에 나섰다.

경찰 및 전경들은 절단기로 휠체어에 연결된 쇠사슬을 끊고 도로를 점거한 10명의 휠체어 장애인을 전경차 3대에 나눠 태워 연행했다. 또한 육교 위에서 쇠사슬을 이용, 현수막을 잡고 있던 장애인 3명도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한 끝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도로를 점거한 10명의 장애인은 각각 5명씩 마포경찰서와 노량진경찰서로 연행됐고 이중 노량진경찰서로 연행된 장애인들은 조서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10명의 휠체어장애인이 휠체어에 쇠사슬을 묶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에이블뉴스>

▲장애인 이동권 쟁취의 강한 의지 담은 현수막이 경찰의 손에 의해 말려져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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