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 인권/사회 > 사회 기사 인쇄기사 이메일 보내기기사목록 기사오류신고
이기사를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 싸이월드 공감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RSS 단축URL
http://abnews.kr/uDM

“전동휠체어는 친구이며 삶의 동반자”

수기/전동휠체어와 삶의 변화

독립생활 비젼21 최광훈 대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12-05 16:12:06
 전동휠체어를 타고 난 이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겠됐다고 말하는 독립생활 비젼21 최광훈 대표.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동휠체어를 타고 난 이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겠됐다고 말하는 독립생활 비젼21 최광훈 대표. <에이블뉴스>
나는 지난 20여년동안 근육병 환자라는 미명 아래 나 스스로 또는 가족의 과보호 아래 이 사회와 스스로 담을 쌓고 유리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근육병이라는 진단이후 직장을 그만 두게 되었고 스스로 치료법을 찾고자 한의학 공부를 시작하였으나 내가 찾은 길은 아무 것도 없었고 신체적 장애만 더 심해져만 갔습니다.

그저 집 안에서 가장으로서 또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고사하고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책만 읽는 백면서생의 나날이었습니다. 사람의 체질이 어떤 것인지 체질에 따른 장부에 기능은 어떤 것이며 그에 따라 어떤 성향이 나타나고 또한 체질 따라 앓게 되는 병리에 대해서 공부하는 시간이었을 뿐입니다.

자립생활 패러다임 접하고 충격

그러던 금년 1월쯤 몇 년 동안 전화로만 알고 지내던 근육병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서 만나게 되었고 그를 통해 동료 상담이라는 것을 받게 되었으며 그로인해 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같은 근육병을 앓고 있으며 나보다 더 심한 장애상태임에도 혼자 자립생활을 하고 있고 직장생활 까지도 거뜬히 해내는 것을 본 후 커다란 충격과 반성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이렇게 인생을 살다가 마쳐야 되는가? 저 친구는 나보다 더 중증 이면서도 이 사회를 위해, 아니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저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나의 삶은 무엇인가? 나는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기와 맞물려 전동휠체어를 기증 받게 되었지만 추운날씨와 전동휠체어를 사용해보지 못한 경험부족으로 인해 선뜻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날씨가 점점 풀리자 집 주변부터 조금씩 나가보기로 했고 오늘은 여기까지 또 내일은 조금 더 멀리 이렇게 경험을 쌓아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모두들 불가능하리라 생각하고 말렸으나 점점 팔 힘도 체력도 좋아져 갔습니다. 개나리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일요일 오후 아내와 눈높이를 맞추고 이야기 하며 함께 가던 날의 감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전동휠체어 타고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

이제까지는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거나 아니면 꼭 필요한 외출이라도 누군가 뒤에서 밀어줘야 하기 때문에 항상 앞과 뒤에서 진행하게 되었었지만 나란히 함께 갈수 있다는 이 기쁨이 이렇게 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마침 장애인 콜택시 운행과 맞물려 외출이 잦아졌고 특히 자립생활 스터디 모임을 통해 이 사회가 중증 장애인을 위해 얼마나 모순된 제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고 그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 그리고 권익, 복지 증진등 여러 가지를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의 소중한 인권을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존감을 갖게 된 이후부터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 되었으며 그 결과 20여년간 참석하지 못하던 가족이나 친지의 경조사에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스스럼없이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이 모습이 인권운동이며 사회통합운동인 것을 잘 알고 이해하기에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다녀오셨어요"…그 인사가 주는 감격

그러나 오랫동안 사회에서 격리된 생활 이었기에 처음 타는 지하철안에서 여고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생경해했고 또 젊은이들의 애정표현에 어디로 시선을 돌려야 할지 많이 당황스러웠고 지금도 그러 합니다.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하던 어느 날 퇴근 시간 무렵 리프트 뒤에서 들려오던 나이 꽤나 든 사람의 목소리 “복잡한 이 시간에 장애인이 왜 나와서 다른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하느냐?”는 소리를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리프트를 세우고 격렬하게 항의 하던 일이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뇌리에 잊혀지기도 전에 일어난 양재지하철역 전동차 화재 현장에서 겪은 공포와 내 눈 앞에 펼쳐지던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아수라장 그리고 나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 아비규환의 현장을 직접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래 이렇게 죽는가보다! 기왕 죽는다면 장애인의 열악한 이동권 문제를 조금이나마 부각 시키고 죽자”라는 생각에 어떻게 해서라도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서 죽자고 기를 쓰고 헤매던 기억조차 지금은 새롭습니다. 매일 저녁 귀가하는 아들 녀석의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만을 10수년간 받다가 어느 날 외출에서 늦게 귀가 하던 날 “아버지 다녀오셨어요”라는 인사를 생전 처음 받아본 감격을 아실런지요?

이렇듯 제가 장애인으로 살아온 20여년동안 경험한 것보다 금년 4월부터 8개월간 겪은 경험이 더 크고 감격적이고 소중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중증 장애인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가 되어주는 전동 휠체어의 덕분이라고 나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중증 장애인에게 있어서 전동휠체어는 친구이며 삶의 동반자 입니다. 중증 장애인은 신문이나 TV또는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얻지만 전동 휠체어를 통해서 이 사회를 느끼고 체험하며 내 삶에 적용해 보면서 이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외부환경변화에 적응함으로서 면역력 증가로 인한 건강증진은 물론 사회성을 기르는 데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 추진연대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독립생활 비젼21 최광훈 대표가 지난 3일 연대 발대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전동휠체어와 자립생활

전동휠체어와 자립생활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저도 전동휠체어를 통해서 이 사회로 복귀를 하였고 자립생활의 이념을 받아들이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금년 9월초 7박8일 동안 복지 선진국이라는 일본연수를 통해 일본의 장애인 정책 및 당사자 운동에 대해서 그리고 지원비제도 아래 자립생활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로인해 저는 한국에서 가장 적합하고 이상적인 자립생활의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중이며 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하고자 준비 중에 있습니다.

자립생활은 지역사회 변화 운동이며 통합 운동이라 생각 합니다. 저는 일본연수 후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전동휠체어 사용자와 전동스쿠터 사용자들을 규합하여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내의 이동권 개선 운동부터 실천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동네 서초조각예술공원의 접근로에 경사를 완만히 하고 턱을 없애는 일과 장애인 화장실 설치 및 화장실 입구램프 설치를 지자체에 건의하여 모두 고쳐진 상태이며 우면동에서 양재전철역까지 도로턱을 없애기 위해 사진등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른 장애인 활동가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저처럼 전동휠체어가 신체의 일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 해 주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자립생활에 있어서 자기 선택권은 중요합니다. 서점에 가서 책을 산다든가 가게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 식당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선택해서 결정하기까지 전동휠체어의 역할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통해서 교육, 직업, 고용 ,참여를 통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작으나마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전동휠체어와 건강보험 적용

모든 국민은 법 아래 평등하며 행복할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허울 좋은 법조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증장애인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제도나 지원책은 전무한 것이 현실입니다. 모든 문제를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의 문제로 방치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에서 자립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입법취지에도 어긋나는 정책이며 국가가 담당해야할 공적부조의무조차 망각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 국민건강보험 총 급여비 13조8,237억원 중에 보장구급여액은 고작 66억9,300만원으로 총액대비 0.05 % 도 채 안되는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중증장애인 욕구 및 활용도 떠나서라도 국민건강보험법 입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국가의 공적부조의무의 최소한의 행위로서 중증장애인을 위한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 및 기초생활보호 수급권자중에 자력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을 위해 지금 당장 시행되어야할 제도입니다.

*이 글은 지난 12월 3일 한국사회복지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앞으로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말하는 전동휠체어에 대한 수기가 연재됩니다.

에이블뉴스 (ablenews@ablenews.co.kr)

에이블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
< 네이버에서 에이블뉴스를 쉽게 만나보세요! >
<내손안의 에이블뉴스~ 언제 어디서나 빠른 장애인계 소식~>
에이블뉴스 페이스북 게시판. 소식,행사,뉴스,일상 기타등등 마음껏 올리세요.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너: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구독료 1,000원도 큰 힘이 됩니다. 자발적 구독료 내기배너: 에이블서포터즈
기사내용 인쇄기사 이메일 보내기기사목록 기사오류신고 이기사를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 싸이월드 공감 RSS
화면을 상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