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의 이동보장법률 제정과 장애인교육예산 확보를 위한 공동농성단’이 12일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10월 25일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 등의 이동보장법률 제정과 장애인교육예산 확보를 위한 공동농성단’이 최근 한나라당의 지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는 아예 한나라당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왜 공동농성단은 한나라당을 찾은 것일까?

“왜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고 한나라당을 점거했느냐는 말들이 많다. 물론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인 것을 사실이다. 그렇지만 건설교통부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열린우리당은 정부 편만 들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을 견제할 수 있는 곳은 여당인 한나라당이다. 하지만 우리는 구걸이 아니라 당당한 권리로서 요구를 하고 있다.”

공동농성단이 한나라당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12일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공동농성단 공동대표이자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인 윤종술씨는 한나라당을 찾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공동농성단이 한나라당에 제시한 요구사항은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가 명시된 장애인이동보장법의 제정과 장애인교육예산 6% 확보를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투쟁결의대회가 진행되고, 당사 안에서는 점거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지난 12일 오후 4시경 윤종술 대표와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국회 본청에 위치한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실을 찾았다.

이날 면담자리에는 한나라당에서 이한구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이군현 제5정조위원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경화 의원이 참석했다. 장애인 이동문제와 교육문제를 담당하는 전문위원 4명도 배석했다.

윤 대표는 먼저 장애인교육예산 6%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2005년도 정부예산안에서 삭감된 장애인교육예산이 왜 복구돼야하는지를 한나라당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장애인이동보장법에 저상버스 도입이 왜 의무화돼야 하는지를 강조하며, 건설교통부안과 장애인안이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한나라당, "당론은 전체 의원회의에서 결정된다"

지난 12일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공동농성단 대표가 면담을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 대표들의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문답이 오고갔다. 장애학생 출현율이 100명당 2.71명이라고 윤 대표가 설명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한구 의장은 “그렇게나 많냐”고 대꾸하기도 했으며, 삭감된 장애인교육예산 목록과 액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기도 했다.

성인장애인야학과 관련해서는 약간의 논란도 있었다. 이군현 제5정조위원장이 “대안학교도 법률적 근거가 없어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산지원은 법적 근거를 찾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는 “헌법이나 평생교육진흥법에 교육의 권리가 명시돼 있는 수준”이라고 전하며, “지원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정책적 접근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근거과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육문제와 관련해 이한구 의장은 이군현 위원장에게 “교육위원회에서 우선순위를 점검이 이뤄져야할 것 같다”고 전하자, 이 위원장은 “교육위원들에게도 알리고,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장애인이동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와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다. 고경화 의원이 ‘처음부터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박 대표는 “의무조항이 되지 않으면 기존의 장애인편의증진법처럼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만다”고 답변했다.

면담 말미로 갈수록 당론 채택과 박근혜 대표 면담과 관련한 내용이 논란의 핵심이 됐다. 박 대표와 윤 대표가 ‘요구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이군현 위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당론이라는 것은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제안을 해서 전체 의원회의를 걸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당론으로 할 수 ‘있다’, ‘없다’를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경화 의원도 사견임을 전제한 채, “당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데, 장애인복지 전체의 방향이 아니라 사안 사안마다 당론을 결정하는 것은 올바르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고 의원은 “예산 확보문제도 최종단계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화원 의원, 박근혜 대표면담 추진중…성사 불투명

박근혜 대표 면담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과 고 의원은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박 대표를 만나도 그 분이 당론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검토해보라고 요청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결국에는 다시 나에게 지시가 내려오기 때문에 굳이 만날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정화원 의원이 약속했던 박근혜 대표와의 면담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위원장은 공동농성단이 “정 의원에게 확답을 받았다”고 전하자, “정 의원의 얘기는 들은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박 대표와 윤 대표는 “박근혜 대표를 만나는 것은 요구안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요구안은 지금부터 검토해서 박 대표에게 당측에서 설명을 하고, 그 이후에 박 대표의 입을 통해서 의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면담은 한나라당 측에서 ‘적극적인 검토’를 통해서 공동농성단에게 입장을 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끝이 났다. 면담 후 윤 대표는 박근혜 대표면담을 약속한 정화원 의원실에 연락을 취해 면담 상황을 전하며 대표면담이 어떻게 되는지는 확인했다.

당시 정화원 의원실에서는 박근혜 대표면담에 대해 확답을 듣지 못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공동농성단측에 전했으며, 공동농성단은 면담 확정이 될 때까지 점거농성을 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후 정 의원실은 박근혜 대표 비서실에 긴급하게 연락을 취해 면담 일정을 잡고 있다. 아직 공동농성단의 요구안이 한나라당 당론으로 수용이 될지, 박근혜 대표와의 면담도 성사될지 어느 것도 확정적이지 않는 상황이다. 공동농성단의 한나라당 점거농성은 13일 오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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