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근 유치원을 방문한 시각장애인 예비 동화구연가들이 아이들과 함께 전문동화구연가의 수업모습을 참관하고 있다.<사진제공 하상장애인복지관>

“옛날옛날 겁 많은 사자가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9일 강남구의 한 어린이 집. 시각장애인 동화구연가의 목소리에 어린이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하상장애인복지관이 진행하는 동화구연가 양성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13명의 시각장애인 예비 동화구연들이 일반유치원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시연회를 통해 두달동안 갈고 닦은 동화구연 실력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오늘부터 시작된 이번 시연회는 오는 12월 9일까지 매주 화, 수, 목요일 강남구내 4곳의 일반유치원 8개 반을 통해 진행된다.

하상장애인복지관 기획홍보팀 박숙미씨는 “그동안 ‘시각장애인 직업=안마사’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직업 창출과 다양한 경험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이번 시연은 큰 도전”이라며 “아직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시연회 일정을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려로 열의를 갖고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1일 아이들 앞에서 동화구연을 하는 예비 동화구연가 박정숙(여·32·시각장애1급)씨는 동화구연을 정식으로 배운지는 두달밖에 안됐지만 대한민국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서 장려상까지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다.

박씨는 “세살 난 아들과의 유대감을 키우고 싶어 처음 시작한 동화구연이지만 이제는 전문 동화구연가로서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서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며 “변함없는 동심 속에 꿈을 먹는 마음으로 구연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시각장애인 교회에서 생활하며 동료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를 가르치고 있는 조미은(여·36·시각장애1급)씨도 “어린 시절 동화작가를 꿈꿔 서툰 솜씨지만 습작도 하며 나름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며 “비장애아동들 앞에 서는 것에 걱정이 앞서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익혀 영혼까지 포용할 수 있는 구연가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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