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신규장애인의 정책적 지원을 위한 세미나에서 신규장애인의 등록기준 재조정과 정책적 뒷받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도높게 제기됐다. <에이블뉴스>

2003년 7월부터 새로 장애범주로 들어온 5개 유형의 신규장애인들이 장애판정기준이 까다롭고, 유형별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지원책이 없어 등록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장루협회, 한국간질협회, 한국화상인협회 등은 이구동성으로 지난 4일 오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이 주최한 신규장애인의 정책적 지원을 위한 세미나에서 신규장애인에 대한 장애등록 기준을 재조정하고, 유형별 지원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2003년 7월부터 장애범주로 들어온 장루장애인, 안면변형장애인, 간장애인, 간질장애인, 호흡기장애인 등 5개 유형 장애인등록 현황은 2004년 6월 기준 2만5천138명으로 정부가 예상한 11만8천명의 5분 1 수준이다.

특히 안면변형장애인의 경우, 정부는 당초 2만명을 예상했으나 938명밖에 등록하지 않아 20분 1에도 못 미쳤다. 장루장애인도 정부가 예상한 장애인은 3만명 수준이었으나 올해 6월 현재 등록장애인은 7천486명이었으며, 간질장애인은 등록예상 장애인은 2만7천명이었으나 4천407명이 등록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한국장루협회 박종희 과장은 “장루장애인들은 평균 연령이 60세 이상 고령으로 경제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장애분류(4~5급)로 인해 경제적 지원을 못 받고 있으며, 4~5급에 주어지는 지원은 노인복지와 중복이 되기 때문에 결국 실질적인 혜택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과장은 “장루장애인은 24시간에 걸쳐 보장구를 착용해야하지만 보장구 비용에 대한 지원은커녕 건강보험도 적용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등록으로 받을 혜택보다 장루보유 사실이 밝혀짐으로 잃게 되는 명예훼손 정도가 더 크기 때문에 결국 등록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장루협회 박종희 과장(좌측부터), 한국간질협회 신현숙 사무국장, 한국화상인협회 김효진 간사,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동주 과장. <에이블뉴스>

이어 한국간질협회 신현숙 사무국장은 “간질발작은 특성상 주위에 목격자가 없다면 본인이 발작여부를 정확히 인지할 수 없지만, 현재 장애인등록 판정기준이 정량화되어 있어 그 조건을 맞춰서 보고하기가 어렵다”고 등록기준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또 신 국장은 “단 한번의 간질 증상으로도 직장을 잃고, 아예 취업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등록기준이 까다로워 경증간질장애인들이 등록을 하지 못해 장애인고용촉진법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장애등록도 되지 못하고 도리어 장애인이라는 오명만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화상인협회 김효진 간사도 “현재 시행되는 장애등급기준에 의한 안면부의 정의에 목부위를 포함함으로써 전체 안면 중 변형(반흔)범위를 넓게 산정해, 실제로 안면장애가 심각한 화상인임에도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등록기준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김 간사는 “안면부 못지않게 기타 노출부위(팔의 경우, 손을 포함하는 팔꿈치 아랫부분, 발의 경우 무릎아래)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데 반해 아직까지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 간사는 안면변형장애인의 경우, 피부재건 성형수술이 쌍꺼풀 수술 등과 마찬가지로 미용성형으로 분류돼 있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등 장애인등록을 해 놓고도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지난 2000년부터 장애범주로 들어온 신장장애인의 경우도 등록을 시작한지 5년이 다 되어가지만 적절한 취업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동주 과장은 “수급권자에서 탈락되면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신장장애인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있으며, 취업을 하더라도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하고 있어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나 정부의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한 참가자는 “지난해에도 똑같은 내용으로 토론회가 열려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1년이 넘도록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